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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거미의 법'이다

읽고쓰기---------/좋은글쓰기

by 자청비 2009. 1. 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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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cafe.daum.net/nongamsarang/

 

《 글쓰기의 방법 》

                                 

                -------- 글쓰기는 “거미의 법”이다--------

 

김 병 중

 


1. 거미처럼 생각의 줄을 쳐야 한다

   거미처럼 세상의 허공에다 생각의 날줄과 씨줄을 친다. 그런 생각 속에서 바람은 다 빠져나가고 걸리는 것이 시상이나 시적 모티프가 된다

 


2. 거미는 천적이 나타나면 거미줄을 흔들어 위기를 모면한다

   시인은 세상의 힘에 탄압을 받거나 어려움이 생기면 쉽게 굴복하지 않고 펜을 휘둘러 위기를 모면하고 정의를 실현한다. 더 강한 힘이 다가오면 더 강하게 저항하는 게 글쓰는  사람들의 저력이다

 


3. 거미는 자신의 거미줄에 걸리지 않는다

   시인은 자신의 생각에만 매달려 집착하지 않고 자승자박이라는 논리에 사로잡히지 않아 야 한다. 자신의 감상에만 젖으면 독자와의 괴리를 갖게 된다

 


4. 거미는 먹이의 포착력이 빠르다

   거미는 감각털로 그물의 진동을 감지하여 재빨리 가서 걸린 먹이를 포박한다. 입이 허약하여 먹이를 씹을 수는 없지만 큰 턱으로 찌른 다음 실젖에서 몇십가닥의 거미줄로 포대기 두르듯이 그것을 감싸두고 느긋하게 식사를 한다. 시인들은 늘 깨어있는 정신으로 세상의 진동을 감지, 글감(시상)이 포착되면 재빨리 포획(메모)하여 자기만의 것으로 만든다.

 


5. 거미는 군집생활을 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사람은 고독하다. 글쓰기의 고독한 작업은 곧 군집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혼자만의 고뇌와 고통스런 작업과 아픈 경험을 갖게 되며 그것이 글속에 용해된다

 


6. 거미는 알에서 한두번 탈피한다

  시인들은 시를 쓰면서 항상 제 모습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두번의 탈피와 변신을  통하여 성장하면서 좋은 작품을 쓰게 된다. 탈피를 하지 않은 사람은 미소년의 얼굴로 어른의 목소리를 흉내내고 있을 것이다

 


7. 거미는 산란실(알집)을 갖는다

  시인은 자신만의 생각 시공간, 휴식 시공간, 작업 시공간 등을 갖기를 원한다. 적어도 자신만 의 시공이 필요하지만 스스로 그것을 찾으려 하지 않고 변명과 핑계를 일삼는 경우가 많다. 자신만의 시공을 가진 시인은 글을 잘 쓸 수 밖에 없다

 


8. 거미는 적에게 잡히면 스스로 다리를 끊는다

   진정한 시인들은 세상의 불의나 권력이 자신을 억압하더라도 이에 굴하지 않는다. 차라리 절필을 하거나 옥살이를 하더라도 자신의 지조와 양심을 굳게 지키는 것이다. 다리를 스스로 자르는    고통과 용기를 가진 분, 윤동주, 이육사 같은 분들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9. 거미는 작은 “삼각형의 정액그물”을 치고 그곳에다 사정을 한 다음 생식기인 더듬이 기관에 묻혀 이것을 암컷의 배부분에 있는 생식기에 좌우교대하여 삽입하는 특별한 생식을 한다

  시인들은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하여 스스로 평범성과 일상성을 탈피하고 특별함과 전위적, 변 태적, 괴기적인 행태와 다양한 모험을 시도하여 새로운 시의 씨를 잉태 생산한다

 


10. 거미는 나나니벌(여자)에게 약하다. 나나니벌에게 마취를 당하여 죽으며 나나니벌은 거미를  침으로 마취시킨 다음 그 몸에다 알을 낳고 거기서 진짜 날개를 달고 나는 벌이 탄생한다.

  시인들은 야한 여자를 만나면 금세 사랑의 침을 맞고 마취당하여 죽고 만다. 죽는 과정에서  고통이 환희가 되며, 죽은 뒤에 훌륭한 시가 나타난다. 참다운 시를 기대하려면 나나니벌같은    사랑의 침을 맞아야 한다. 이상, 박목월, 조병화 시인 등은 나나니벌에게 쏘인 분들이다

 


11. 거미는 죽은 것은 먹지 아니하며 산 것을 먹고 꽁무니로 분비하는 그것이 금줄이 되어 그물이 된다

   시인들은 결코 더러운 빵을 구걸하지 않으며, 차라리 눈물젖은 빵을 먹는다. 가능하면 질긴 것,   소화가 잘되지 않는 섬유질 같은 것을 먹고, 온몸으로 소화하여 꽁무니로 뽑아내는 질긴 언어,   그것이 시를 이루는 감동을 몰고 오는 행간의 문장으로 바뀐다.

 


12. 거미의 몸속에는 책같이 생긴, 책허파가 있어 그것으로 숨을 쉬며 기관 호흡을 한다

   시인들은 책을 많이 읽어 가슴속에 마치 책같이 되어야 하며, 일반 사람들과 같이 코로 숨을 쉬지  않고 가슴으로 호흡을 해야 하며, 호흡도 거친 숨소리이기보다는 운율을 가진 호흡에 더 가까운     것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겨울에 코가 시린 것이 아니라 가슴이 시리며, 가슴의 시림 뒤에 가슴을   울리는 시가 나온다.

 


13. 거미는 날개가 없어도 유사비행을 하여 하늘을 날수 있다

   거미는 곤충이 아니고, 애벌레와 번데기와 관련이 없다. 날개 없이도 날면서 허공에다 그물을   치는데, 풀이나 꽃잎 위에 올라가서 갑자기 배끝을 쳐들고 여덟 개의 다리로 발돋움하여 쭉    뻗고서는 실젖에서 실 몇십가닥을 뽑아 이 실이 바람을 타고 얼마쯤 공중으로 올라가면 그 부력에     매달려 비행하며, 순식간에 상승기류를 통하여 바람을 타고 날기 여행을 한다. 이처럼 시인     들은  날개가 없이도 상상력으로 푸른 창공을 날 수 있으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도 한다.      그것은 완전한 창조주로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보다는 거미의 유사비행처럼 현실이 아닌 비현실(허구)을 잘 전개 표현하고 있어야 한다.

 


14. 거미는 먹이를 잡을 때를 배고는 몸을 드러내지 않는다

   시인은 공명심과 군중심리보다는 정의감과 의리와 자기 주체성이 강하다. 거미처럼 먹이를   잡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몸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숨는다. 문장 속에 독백같이 노출되지   않고 정신과 은유와 의미로 표현되며, 이는 곧 문학에서 요구하는 “드러내지 않는 드러냄”이다.

 


15. 거미는 수평그물을 치지 않고 수직그물을 친다

   거미가 수평그물을 치는 것은 수동적인 자세를 의미한다. 날것들이 수직으로 날아다니는 것은   드물며 힘이 떨어지거나 실수를 하는 경우 수직으로 떨어져야만 수평 그물에 걸릴 확률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직그물은 이와 반대로 날것들이 자유로운 비행과 더불어 적극적인 생존과정      에서 수직그물에 걸리게 된다. 결국 시인은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이고 도전적이며 도발적인 싸움자세가 요구되는 것으로 지금도     많은 시인들이 수직그물을 치고 치열한 생존의 줄다리기같은 치열한 싸움을 전개하고 있는 것 이 아닌가

 


16. 거미줄은 자신의 몸무게의 4천배를 감당할 정도로 질기다

   거미는 가느다란 줄로 자신의 몸을 매달고 살아간다. 거미줄의 강도는 자신의 몸무게의 4천배 를 감당한다. 그 줄의 유연함과 탄력과 군더더기 없는 줄만의 연결, 그리고 영롱한 이슬을 매달 고도 결코 바람에 끊어지지 않으며 비가 거미줄을 쉽게 끊지 못하는 것을 본다. 마치 그것은  유명한 시인들이 쓴 명시의 문장과도 유사한 것이다. 그만큼 알맹이만 남은 탄탄하고 질긴 문장     이 요구되며 시인들의 퇴고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7. 거미는 화려함을 선택하지 않는다

   이 지상에 화려한 거미는 대부분 없다. 거미는 단색을 띠고 있으며 대부분 거미줄은 무색을 띠고  있다. 검소함 보다는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문장으로 따지면 화려한 문장이나 미사여구     같은 수식보다는 소박하고 단문적인 문장이 더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인들은 화려함을 피하고 순수하고 단아한 문장으로 글을 쓰는 자세의 견지가 중요하다.

 


18. 거미는 위험 앞에 둥글게 몸을 움츠려 죽은 모습으로 변신과 적절한 대처를 한다

   거미는 죽은 척 할 줄 아는 방법으로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죽은 척 한다는     것은 곧 살수 있는 궁극적인 대처 방법과 통한다. 시인들은 글을 쓰면서 글속에서 무수한 변신과     더불어 부단한 문제의 제시와 해결의 복선을 깔고 그 내면에는 감동을 구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이 죽은척하는 형태로 내재되어 있음을 안다. 이러한 대처는 작품을 더욱 낯설게하고, 삐딱      하게 보게 하며, 한편으로 새롭게 보이는 힘을 가지게 만든다.

 


19. 거미는 걸린 먹이를 절대로 놓치는 법이 없고 자신의 체액으로 녹여서 먹는다

   거미는 자신이 쳐놓은 그물에 걸린 먹이를 놓치는 법이 없고, 그렇다고 놓아주지도 않는다. 이는     시인들이 자신의 그물망에 걸린 시상을 놓쳐버려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한번 잡은 시상은     입을 통하여 통째로 삼키거나 씹어먹지도 않는다. 자신의 예리한 눈빛으로 시상(먹이)의 몸에 침     을 깊게 찔러 넣어 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엑기스 체액)을 표현(빨아먹는)하는 방법으로 글을     쓸 때 그만큼 독자들의 감동의 진폭은 커지게 된다.

 


20. 거미는 어둡고 습진 곳에 거미줄을 친다

   거미는 밝고 건조한 곳보다는 어둡고 습진 곳에다 거미줄을 친다. 그것은 시인들이 현실의 반영     이라는 측면에서 가능한 어둡고 습진 곳을 다루게 된다는 것의 의미이기도 하다. 거미가 어두운     곳에 거미줄을 쳐야만 그만큼 먹이를 쉽게 잡을 수 있다는 뜻이며, 시인들도 세상 한가운데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사실의 전달보다는 다리밑이나 폐광촌의 진폐증환자나 소록도에 사는     문둥병자들의 슬픔같은 소재가 더 새롭고,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며 다루기 쉽고     특별한 내용이 되는 것이다. 결국 예술적 감동은 희극 보다는 비극, 행복보다는 불행, 기쁨보다는     슬픔이 독자들에게 더 많은 감동을 갖게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1. 거미는 소리내어 울지 않는다

   거미는 움직임이 있어도 소리를 내지 않고 먹이를 잡거나 먹을 때에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다만     거미는 자신의 모든 의도를 무언의 유선통신, 신경 줄기 세포같은 거미줄을 통하여 실현한다. 거     미가 정액그물을 치는 것이나 먹이잡이 포획그물을 매일 치는 것과 먹이가 그물에 걸려 재빨리     포획 하는 것 모두 거미줄로 시작하여 거미줄로 끝이 난다. 그것은 시인들이 언어로 시작하여      언어로 표현하고 언어의 조탁과 탁마를 거쳐 적절한 표현을 하여 언어의 집을 만드는 것이 작품     인 것이다. 말로만 하는 것은 이미 시가 아니며, 말없는 가운데 무언의 표현, 그래서 시인들은 소리     내어 울거나 말하지 않고 가슴으로 울고 가슴으로 표현한다

 


22. 거미는 머리와 가슴이 하나이다

   거미는 곤충이 아닌 절지동물이다. 그러므로 가슴과 배가 하나이다. 이는 시인이 시를 쓰는 데      있어 머리로만 쓰면 시적 기교로 인한 문제점이 있다고 하고, 너무 가슴으로만 쓰면 개인적, 관념     적인 성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그러므로 시는 머리와 가슴이 하나된 복합적 테     크닠과 감정으로 글을 쓴다면 이런 문제점들이 쉽게 해소될 수 있다. 머리와 가슴이 하나인 시인     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문학이 대중화 활성화 되고 문학의 발전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23. 거미는 빛나는 눈 8개를 가졌다

   사람은 두개의 눈을 가지고 있고 시인들도 두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인들은 여러 개의     마음의 눈이 더 있다. 훌륭한 시인일수록 마음의 눈의 숫자가 많다. 거미의 눈이 8개나 되듯이      시인들은 보다 많은 눈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눈이 많으면 그만큼 시야가 다양하고 그     다양함 속에서 새롭고 특별한 글감을 포착해 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눈이 많은 시인이     되자면 독서를 통한 상상력과 창의력 훈련이 필요하며 또한 다양한 체험과 잡학지식이 요구된다

 


24. 거미도 춤을 춘다

   거미는 정주성이 있고 제집을 잘 지키며 군집생활을 거의 하지 않는다. 곤충 등을 포식하는          동물이기에 이러한 습생을 갖고 있다. 거미는 대부분 다리가 길뿐 배가 커서 날씬한 몸은 아니지만     거미가 구애를 위해 춤을 춘다.  춤추는 거미를 연상하기란 쉽지 않다. 암컷에게 구애를 하기위한     거미의 춤은 더듬이 다리와 맨 첫째번 다리를 박자에 맞춰서 위 아래로 절도 있게 흔드는 춤을     추거나 발돋움을 하여 배를 좌우로 흔들며 추는 춤은 마치 훌라춤을 떠올리게 하는 춘다. 어떤     거미는 첫째다리로 거미줄을 튕기는 춤을 추기도 하는 데 거미가 춤을 춘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우리들의 고정관념은 깨지고 만다. 시인들도 춤을 춘다. 대개 몸부림과 한의 춤이다. 지루박이나     살사나 왈츠나 탱고가 아닌 탈춤이요 훌라춤이며 막춤이다. 그런 시인의 춤사위가 아름다운        글을 탄생하는데 기여하므로  감정을 비워내기 위한 정화장치로서의 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5. 거미는 삼엽충이 원조이며 오랫동안 진화를 거듭해 왔다

   오늘날 3만종이나 되는 거미들은 고생대 삼엽충이 그 기원이며 오랜 시간에 걸쳐 환경에 잘 적응     함으로써 성공적인 진화를 하여 왔다. 멸종된 것도 많지만 현재 까지 3만종이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잘 적응해 왔다. 요즘 문학이 고사위기에 처해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생존을 위해서는 시대적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변신과 적응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문학의 존재도 멸종하게 될 것이다. 거미의 많은 종족의 보존과 성공적인 진화를 본받아 새롭게      문학 생존전략을 마련, 21세기 사막을 잘 통과하면서 하루빨리 시인들의 오아시스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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