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연구소(http://www.edasan.org/)에서 정기적으로 e메일을 받는다. 보내오는 내용은 여러 칼럼니스트가 쓰는 다산칼럼이나 실학산책, 혹은 전 국회의원이며 연구소 이사장인 박석무씨가 쓰는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등이다. 모두 주옥같은 내용들이어서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준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취임과 때를 맞춰 박종철씨가 '오바마시대와 한국'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글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것 같아 연재가 모두 끝난 뒤 한꺼번에 블로그에 올리려다 연재가 길어지는 것 같아 중간중간 올리기로 했다. 글쓴이 박종철씨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재능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중이다.
<블로거 주인장>
오바마시대와 한국
연재를 시작하며
2009년 1월 21일 오후 2시(워싱턴 시각 20일 정오), 버락 후세인 오바마 2세가 미국 제44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사흘 전에 1776년 미국 독립운동의 발상지인 필라델피아에서 ‘통합열차’를 타고 워싱턴에 도착한 오바마는 그 전의 어떤 행사보다 열띤 분위기에서 미국과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대통령으로서 첫 날을 맞이했다.
2007년 2월 10일 그가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던 때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것을 반영하듯이 오바마에 관한 책들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서 30권이 넘게 나왔다. 그 책들 중 두 권은 오바마 자신이 쓴 자서전적 성격을 띤 것이고, 나머지는 그의 삶과 정치 역정, 짧은 상원의원 생활을 했는데도 그렇게 빨리 대통령이 될 수 있게 만든 이념과 전략 등을 다루고 있다.
나는 그 책들을 일별하면서 아쉬움을 느꼈다. 오바마의 인생과 정치 경력을 충실하게 기록하고, ‘제2, 제3의 오바마’가 나올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오늘의 미국이 있기까지 역사적으로 얼마나 많은 비극들이 벌어졌으며, 오바마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내용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오바마시대’에 한국의 정부와 정치인, 기업인, 문화예술인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들 부시와 ‘네오콘’이 ‘악의 축’으로 몰아 궤멸시키려고 했던 북한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깊이있게 다룬 책들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참패한 뒤 대중의 지지를 잃고 참담한 시련을 겪고 있는 민주세력이 오바마에게서 무엇을 배우고 그의 부정적인 면들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극복할 것인가를 제시하는 책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아쉬웠다.
이 글은 그런 면들에 초점을 맞춘 책을 내려고 쓰고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초고에 지나지 않으므로 읽어보신 분들이 좋은 의견을 보내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새겨들으려고 한다.
2009년 1월
김 종 철
제1장 ‘흑인들의 영혼은 울었다’
2008년 11월 6일 오후 1시(한국시간)는 미국인들은 물론이고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에게 21세기 초의 중대한 변혁기가 다가온 때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 최대의 뉴스 전문 케이블 TV인 CNN이 자막으로 ‘오바마 대통령 당선’을 알리던 바로 그 순간, 조지 W. 부시가 대통령 자리를 지킨 7년 9개월 동안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사람들은 환호했을 것이다. 그들과 반대로 ‘그래도’ 부시를 지지하거나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현실로 나타나자 전율했을 것이다.
잭슨 목사의 눈물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주 시카고시의 그랜트파크에서 ‘승리 연설’을 하는 동안 얼굴이 넓적하고 몸집이 큼직한 한 노인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바로 제시 잭슨 목사였다. 1941년에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주로 시카고에서 민권운동과 사회활동을 한 흑인 지도자, 그 자신이 1984년과 1988년 민주당 대통령 예비선거에 출마해서 적지 않은 표를 얻었으나 피부색의 벽을 넘지 못한 정치인.
오늘밤 여러분이 어디에 있든 저는 여러분에게 희망하고 꿈꾸라고 호소합니다. … 비록 마약에 취해 있더라도 여러분이 중독에서 벗어날 그날을 꿈꾸십시오.
희망과 상상력을 생존과 진보의 무기로 활용하십시오. 하지만 젊은 미국이여, 무엇보다도 꿈꾸길 멈추지 마십시오. 평화를 꿈꾸십시오. 평화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입니다. 전쟁은 우리 시대에는 비합리적이고, 승리란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당선자 오바마의 말이 아니라 잭슨 목사가 1998년 7월 19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 연설의 일절이다. (장석준 지음, <혁명을 꿈꾼 시대>에서. <네이버> 블로그에서 재인용.) 지금부터 10년 전에 마치 잭슨이 청년 오바마와 대통령 출마를 준비하던 아들 부시를 향해 던진 경구처럼 들린다.
잭슨 목사의 귀에는 오바마의 승리연설 중 특히 이런 대목들이 인상 깊었을 것이다.
오바마시대와 한국 3 (0) | 2009.0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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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시대와 한국 2 (0) | 2009.0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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