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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워낭소리'의 의미

힘들고지칠때------/영화또보기♣

by 자청비 2009. 2. 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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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가 ‘막장’에게 하는 말

 

<헤럴드경제>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한국 독립영화사상 각종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평생 논밭을 지키며 살아온 팔순 농부 최노인과 그의 아내, 그리고 이들을 30년간 지켜온 늙은 소의 삶을 담담하게 그린 '워낭소리'는 '막장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우리 사회에 각별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사이코패스류 연쇄 살인사건과 용산화재 참사 등 드라마보다 더욱 꼬인 현실을 사는 대중은 자극적이고 억지 설정의 막장 드라마와 현실을 완전히 잊게해주는 판타지 드라마를 좇게 마련이다. 불륜과 복수극을 롤러코스터 못지 않은 속도로 진행시키는 '너는 내운명'과 럭셔리한 꽃미남의 삶을 그리는 '꽃보다 남자'가 유독 인기를 얻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워낭소리'는 거짓이나 술수, 잔꾀를 모르는 정직한 노동과, 농부와 말못하는 짐승인 소의 진정어린 소통을 통해 팍팍한 현실을 사는 대중에게 작지만 가슴뭉클한 위안을 안겨준다.

 

디지털 문화와 속도전에 밀려 사라지는 것들의 소중함도 함께 보여준다. 최노인은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평생 9남매를 키웠고, 한 쪽 다리가 불편함에도 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오른다. 심지어 소에게 해가 갈까 논에 농약을 치지 않는 고집쟁이다. 소가 평균수명 두 배가 넘는 마흔 살동안 살게 한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자연스레 느끼게 해 준다.

 

정년퇴직을 한참 넘긴 소 역시 제대로 서지도 못 하면서 최노인이 고삐를 잡으면 산 같은 나뭇짐도 마다 않고 나른다. 무뚝뚝한 노인과 무덤덤한 소. 둘은 모두가 인정하는 환상의 콤비요 베스트 프렌드다. 새로 들어온 일소가 힘없는 늙은 소에게 부리는 텃세를 할아버지가 막아주는 장면에서도 정이 느껴진다.

 

늙은 소와 할아버지는 많이 닮았다. 아니 같다. 땔감을 지고 걷는 할아버지의 앙상한 다리와 늙은 소의 마른 다리의 완보가 포개지는 장면은 그것을 증명한다. 누가 이 할아버지의 인생을 실패자, 또는 낙오자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둘의 삶은 느리지만 정직하게 목표에 도달하는 삶이 가치있는 것임을 웅변한다.

 

최노인 내외가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라고 땔감용 나무짐을 잔뜩 져 나른 후 어느날 마지막 숨을 내쉬며 죽는 소. 30년을 부려온 소의 임종 순간에도 이별의 형식은 "좋은 데 가라이" 하는 최노인의 한마디다. 하지만 조금의 형식도 개입되지 않은 이 한마디는 진한 감동을 주고도 남는다.

 

소의 방울인 희미한 워낭소리를 귀가 밝은 도시의 현대인들은 잘 들을 수 없지만 귀가 잘 안 들리는 최노인에게는 어김없이 들린다는 점도 아이러니다. 그것은 빠름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소리이기도 하다. 당장에 효율을 볼 수 있는 정책이나 급하게 조성된 경쟁과 개발논리로 대중의 삶이 붕괴되고 인간성이 왜곡되곤 하는 우리 사회에 '워낭소리'는 돌아가는 전략과 느림의 미학을 가르쳐준다. '워낭소리'는 막장 드라마속의 오아시스였다.

 

서병기대중문화전문기자

 

 

 

 

"'워낭소리' 주인공 노부부 유명세 홍역"
네티즌 "일상 보호 위해 지나친 관심 자제해야"

 

<연합뉴스>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잔잔한 감동을 이어가며 극장가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워낭소리'는 이달 초 독립영화로서는 드물게 1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주말 극장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총 관객 30만명을 넘어서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했다.

 

7개로 출발한 상영관 수는 어느덧 70여개로 늘어났고

 

팔순의 농부와 30년을 함께 지낸 늙은 소의 이야기는 소문을 타고 관객과 언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터뷰) 고영재PD / '워낭소리' 제작자

"너무 고마운 선물들을 관객들이 저희에게 주셨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지만 이 선물을 되돌려 드릴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하고 삽니다"

 

하지만 영화가 화제가 될수록 등장인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주인공 노부부가 뜻밖의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경북 봉화군에서 사는 주인공 최원균 할아버지는 한 달 전부터 언론의 취재요청 때문에 일상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다. 취재진은 최 할아버지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찾아와 적잖은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화인터뷰) 한상갑 이장 / 경북 봉화군 하눌리

"개인적으로 오는 분도 있지만 방송국, 신문기자.. 카메라만 들고 왔지 진짜 와서 뭐 도움이 되고 가는 것 같으면 그 분이 왜 그렇게 반대를 하겠습니까. 그 분은 생활에 지장이 많다 이거죠. '이장 절대 우리 집 알려주지 말고 데려오지 말게'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 분이 그런 소리를 하겠습니까.

 

인터넷 공간에는 최씨 할아버지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자제하자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워낭소리 할아버지를 괴롭히지 말아달라는 청원이 제기돼 3천여명의 네티즌이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노정균 / 경기도 산본시

"지금 사회가 모든 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그런 풍조가 강한 것 같은데 남겨둬야 할 부분들까지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은 심하지 않나 싶네요"

 

(인터뷰) 김순아 / 은평구 신사동

"그 분들이 스타는 아니고 그 분들의 삶이 있는건데 그 영화 한편으로 인해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서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다는것은 일반인들이 알아서 자제해주는게 예의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사정이 이렇자 영화 제작사측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주인공 노부부에 대한 방문과 취재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영화상영을 중지하더라도 두 분의 일상이 어긋나는 것은 못보겠다는 간곡한 호소였습니다,

 

(인터뷰) 고영재 PD / '워낭소리' 제작자

"사람이 호기심을 갖는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천성이기도 하고 그 모든 것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일상보다 중요하지는 않거든요. 편안하게 일상을 살아가실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고.."

 

과거에도 '맨발의 기봉이' '집으로' 등 영화와 방송에 출연한 일반인들의 일상이 훼손됐던 전례가 있었습니다.

대다수의 영화팬들은 이번만큼은 감동적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언론과 관객의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워낭소리.mp3

 

 

워낭소리.mp3
1.73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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