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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시대와 한국 18

세상보기---------/사람 사는 세상

by 자청비 2009. 4. 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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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노믹스와 MB노믹스


버락 오바마가 스스로 작명한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로널드 레이건 이래 굳어진 관례에 따라 그의 경제정책에도 ‘오바마노믹스’(Obamanomics)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바마노믹스의 기초라고 볼 수 있는 자료는 ‘2008년 민주당 대선강령’(Report of the Platform Committee's 'Renewing America's Promise)이다. 이 강령은 머리말, 아메리칸 드림의 회복, 미국의 지도력 회복, 미국 지역사회의 회복, 미국 민주주의의 회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순서를 보면 ‘아메리칸 드림’이 가장 앞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강령’의 머리말은 그것을 이렇게 설명한다.


아메리칸 드림이 위험에 처해 있다. 소득이 감소하는 한편, 담보권 실행이 증가하고 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고, 가정은 노동시간 연장으로 자녀와 노부모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여 곤란을 겪고 있다. 가스와 주택난방 비용은 노인과 근로가정(working family) 모두를 압박하고 있다. 예전에 비하여 미국은 안전하지 않으며,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9·11 사태 이후에 미국의 신세기 건설을 위한 토대를 구축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불가피한 전쟁을 종료하기도 전에 이라크에서 불필요한 전쟁의 불을 지폈다. 현 정부의 경솔한 정책, 무능한 관리 및 파탄 정치는 우리의 경제, 안보와 명예에 손상을 입혔다. (번역은 국회 외국어지원센터)


이 강령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들이기 위하여’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과 존 F. 케네디의 뉴 프론티어 정신을 바탕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회복하겠다고 약속한다.


  (···) 우리는 실직한 근로자, 집을 잃을 위험에 처한 가족,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소득증가가 물가인상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들에게 즉각적인 구제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에 대한 투자(즉, 세계 정상급 공교육, 인프라 및 녹색기술에 대한 투자)를 재개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높은 수준의 보수를 제공하는 양질의 미래형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며 이용하기 힘든 의료보호로 인하여 야기되는 어려움을 종식시키고, 사회보장을 공고히 하며, 미국 국민이 퇴직에 대비하여 저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 국민의 창의성을 활용하여 미국이 석유권력의 압제로부터 해방되도록 할 것이다. (강령의 ‘머리말’에서)


요약하면, 레이건과 부시 부자 정권이 밀어붙여온 신자유주의를 벗어나서 그들에게는 거의 없었던 ‘인간을 존중하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선언이다. (다만, 미국 자체가 석유권력인데 그 ‘압제로부터 해방되도록 할 것’이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민주당의 강령에는 수많은 항목이 들어 있지만 상징적으로 하나를 골라 보면 경제정책의 핵심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세법을 개혁해야 한다. 현행 세법은 수천 페이지에 달하며, 높은 몸값을 받는 로비스트들이 도처에 특수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허점(loophole)과 세금은신처(tax shelter)를 봉쇄하고, 근로자와 그 가족을 구제하는 즉각적 중산층 감세 조치를 취하기 위하여 자금을 활용할 것이다. 또한 수백만 은퇴자들에 대한 연방소득세를 폐지할 것이다. (···) 우리는 소득이 25만 달러 미만인 가정에 대하여 세금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며, 중산층 가정에 추가적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경제관리’ 중 ‘세법의 공정성 회복’)


이것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단순한 정치선전이 아니었음은 오바마 대통령의 실천으로 입증된다. <뉴욕 타임스>가 2009년 2월 21일(취임 한 달 뒤)에, ‘경기부양 비용 상관없이 적자 감축’이라는 제목으로 오바마의 대대적인 ‘감세 계획’을 보도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로부터 1조2,00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물려받았지만, 10월 1일에 시작되는 2010 회계연도 예산안에 ‘10개년 계획’을 포함시켜서 그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5,333억 달러까지로 줄일 작정이라고 한다.


오바마는 이렇게 획기적인 정책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연간 2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소득·배당·자본소득에 부여한 감세 혜택을 2011년 이후 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부자들의 소득세율은 현행 35%에서 39.6%로 올라갈 것이다.


같은 날 <워싱턴 포스트>는 “세입은 올해 전체 경제(GDp)의 16%에서 2013년에는 19%로 늘어나는 반면, 정부 지출은 제2차 대전 이후 최고치 수준인 지금의 26%에서 22%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는 노동자 가구 중 95%가 4월 1일부터 연 최대 800 달러(매월 65 달러)의 감세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로부터 한 주 뒤인 2월 28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지금까지 해온 대로 똑같이 반복하거나, 조금씩 몇 발짝 나아가려는 게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고는 “(기득권세력이) 저항할 태세를 갖추듯, 나도 맞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3월 1일 “오바마의 예산안은 ‘작은 정부’를 주창한 레이건 정부 이후 가장 획기적인 이념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힘있는 이익집단을 위한 시스템이 워싱턴을 너무 오랫동안 움직여 왔다”면서 “나는 미국 국민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에 들어서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선포한 적이 거의  없는 기득권세력과의 전쟁을 그가 어떻게 치러 나갈는지 궁금하다. 그 세력의 저항이 거셀 것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낙원’ 미국에서 중산층과 빈민들이 참으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희소식이다. (그 나라의 ‘강부자들’은 눈살을 잔뜩 찌푸리겠지만). 상원의원 시절 오바마는 부시 2세가 주장하는 ‘소유주 사회’에 대해, “새로운 경제 상황이 불러올 위험과 혜택을 국민들에게 고르게 배분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잖아도 고르지 못한 승자 독식의 경제 상황에서 위험과 혜택의 편중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비판의식이 대통령 오바마의 ‘국민 다수를 위한’ 감세정책에 반영되고 있다고 보야야 할 것이다.


오바마의 경제정책인 오바마노믹스를 넓고 깊게 보는 것은 여기서 가능하지도 않고 나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오바마가 2009년 1월 20일에 취임해서 한달만에 발표한 ‘2%의 부자보다는 국민 대다수를 위한 감세 정책’을 계기로 그가 아니라 존 매케인이 당선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공화당 후보 지명자인 존 매케인은 72세의 백인 공화당원으로서, 맥주 유통회사를 물려받은 여자와 결혼한 사람이다. 그 부인은 미국이 처한 상황을 바꿀 필요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다. 매케인은 이라크 전쟁을 지속하는 것을 지지했고, 이라크에 100년도 넘게 있을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현재의 의료보장 제도를 그대로 두는 것을 선호하기도 했다. 피부암을 앓은 병력이 있기 때문에 현재 자신이 대부분의 의료보험에 가입할 자격이 없을 것이라는 점은 언급도 하지 않았다. 매케인은 월스트리트의 금융 위기를 해결할 가장 좋은 계획은 전체 경제 시스템이 위험에 처하지 않는 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 처음에는 부시가 부자들을 위해 세금을 감면하는 것은 부당하고 변호할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유세에서는 입장을 바꿔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세금 감면을 연장하겠다고 나섰다. 매케인은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해군 제독이었고 그 자신도 군인이었던 사람이다. 그는 전쟁을 분쟁을 해결하는 자연스러운 수단으로 여기며, 테러나 적들과 싸우는 데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 사람이다. (<오바마노믹스>, 존 R. 탈보트 지음, 송택순 옮김. 2008년 11월, 위즈덤하우스, 20~21쪽)


미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나 어떤 생각과 어떤 배경을 가진 인물이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삶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위의 인용문에서 여실히 알 수 있다.


‘747 공약’은 어디로?


정치인의 책무는 정치를 잘 하는 것이고 정치를 잘 하려면 올곧은 권력을 장악해야 한다. 이때 집권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함을 뜻함은 물론이다.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진 이래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직에 올랐다가 물러났다. 초대 이승만부터 실권 없는 국가원수였던 윤보선,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상징적 대통령이던 최규하, 박정희의 후계자들인 전두환과 노태우, 재야 민주화 진영 출신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을 거쳐서 오늘의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렀다. 사람 수로는 열 번째이다.


실권을 쥔 대통령들 중에서 이승만은 12년 동안 미국의 원조에 기대어 나라살림을 꾸려야 했으니 독자적인 경제정책을 내세우기 어려웠다. 다만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북진통일’이다. 박정희는 ‘민족 중흥’ ‘조국 근대화’ 같은 5·16 쿠데타의 선동적 구호와 더불어 ‘고도성장’ ‘수출입국’ 을 추진했다. 그의 강력한 ‘드라이브’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와 함께 ‘개발독재’로 대자본을 살찌우면서 재벌의 경제 지배를 굳혀 주고 미국과 일본에 한국 경제를 종속시켰다는  비판을 아울러 받는다. 1950년의 한국전쟁 때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양식이 모자라 굶어 본 적이 있는 세대는 그가 ‘보리고개’를 없애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데 동의하는 것 같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1980년 5월의 광주항쟁 때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을 무력으로 살상한 ‘주범’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대통령 자리에 있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운이 좋아서인지 1997년과 2000년대 들어서처럼 심각한 위기에 부닥친 적이 별로 없었다. ‘3당합당’을 통해 보수세력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된 김영삼은 금융실명제를 비롯한 경제 개혁을 추진했으나, 임기 말에  무리한 외환정책을 고집하다가 ‘IMF 환란을 초래한 최고 책임자’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최초로 민주정권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은 김대중은 1997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자 마자 환란을 수습하는 짐을 떠맡고 참모들과 함께 신속하게 그 수렁을 벗어남으로써 국민들에게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그러나 그는 ‘벤처 투자 열풍’을 일으키거나 신용카드 남발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침으로써 2000년대의 뒤틀린 경제 풍토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받았다.


정치적 기반과 지지세력을 보면 김대중의 후계자로서 정권을 재창출한 노무현은 특히 경제 분야에서 다양한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들을 정치자금의 멍에에서 벗어나게 하고 경제구조를 상당히 맑게 하고, 물러날 때까지 안정된 물가를 유지하고, 외환보유고를 2,500억 달러 넘게 쌓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노무현 자신과 몇몇 진보적 학자들은 그를 ‘좌파 신자유주의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명박은 정치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 박정희와 맥락이 닿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노무현 정부의 유산을 물려받아야만 했다. 얄궂게도, 그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원인 중 하나가 그 유산에 담겨져 있는 ‘경제적 난제들’이다. 본질은 다르지만 부시 2세와 버락 오바마를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대표적 구호는 ‘747 경제정책’이었다. 그것은 당시 MB노믹스의 핵심이었다. 대통령이 되면 ‘연 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한 해도 안 돼서 경제부처 책임자들이 2009년 목표를 -2%로 잡을 지경이 되어버렸으므로 ‘성장 7%’는 허황한 공약으로 드러났다. 만약 앞으로 4년 안에 어떤 획기적 변화가 일어나서 -2% 성장이 9% 약진해서 7%로 뛰어오른다면 몰라도.


‘국민소득 4만 달러’ 역시 원-달러 환율이 1,500 선을 훌쩍 뛰어넘는 상황이 계속되면 1만 달러 대로 곤두박질 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세계 7대 강국? 무엇을 기준으로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는 뜻인가? 경제력과 군사력의 총합을 말하는가, 아니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포함한 모든 부문의 국가적 수준을 가리키는가? 비공식이지만 금메달 수 위주로 국가의 등수를 매기는 올림픽 경기라면 몰라도 한국이 세계 7대 강국이 된다는 것은 몇 해 안에 실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009년 2월 25일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우선, 한  해 동안의 ‘경제성적표’를 보면 너무나 초라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에 5.0%였던 경제성장률이 2008년에는 2.5%로, 딱 절반이 되어버렸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의 -6.9% 이래 최악이다. IMF를 비롯한 국제 금융기구들은 2009년도 성장률을 -4.0% 아니면 그보다 더 낮게 전망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연평균 2.9%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에 4.7%로 치솟았다. 경제에 관한 한, 앞을 보아도 옆을 보아도 거의 모든 지표들이 ‘깜깜 절벽’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목적으로 추진했음이 명백한 고환율 정책은 수출업자들에게는 혜택이었을지 모르지만 다른 부문들에서는 ‘못 살겠다’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2008년 말 한때는 1,200선 중반까지 환율을 끌어내리기도 했지만, 2009년 2월 24일에 달러 당 1,516원까지 치솟아 1998년 3월 13일의 1,521원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 첫날의 947원에 비하면 50%가 넘게 오른 것이다.


주식시장의 코스피 지수는 노무현 정부 말기 한때 2,000포인트를 넘었는데, 2009년 3월 초에는 1,000 포인트 밑으로 떨어질는지 아니면 그대로 버티다가 더 오를는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이명박 당선자가 “주가가 3,000선까지 오를 테니 주식 사서 부자 되세요”라고 장담한 것을 믿고 투자를 했다가 큰 손해를 본 사람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2008년의 무역수지는 132억6,700만 달러 적자, 경상수지는 64억1,000만 달러 적자로 두 부문 모두 1997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경제적 악재들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세계 경기 악화의 여파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을 원인으로 꼽으면 이명박 정부의 대응에 큰 잘못이 너무나 많았다는 사실이 가려진다. 규제를 아무리 완화해도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에는 온기가 돌지 않고, 대외경제의존도가 75%나 되는 나라의 수출은 갈수록 오그라들 전망이다.


2009년 2월 25일, ‘이명박 정부 출범 한 돌’에 앞서 언론사들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다수의 부정적 평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 중 33.4%가 이번 조사에서는 등을 돌렸고, 53.2%의 표를 몰아주었던 서울에서 ‘지지하지 않겠다’ 가 56.1%나 됐다. 특히 이명박 후보가 70% 안팎의 득표율을 보였던 대구·경북에서는 ‘지지하지 않겠다’가 48.6%, ‘지지하겠다’가 34.6%였다. (2009년 2월 23일자 <한겨레>). 그의 정치적 아성인 지역에서조차 이런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다.


같은 날자 <경향신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 명 중 6 명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간 잘한 분야가 없다’고 보고 있고, ‘10 명 중 4 명은 이 대통령이 경제를 가장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되어 있다. ‘경제 살리기’를 제일 강조하면서 당선된 그가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은 뼈아픈 일임이 분명하다.


<한국일보> 2월 24일자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정부 1년을 10점 만점으로 평가해달라는 주문을 했는데 평균점수가 51.5 점이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우군’인 국민행동본부, 뉴라이트전국연합을 비롯한 보수단체들의 모임에서도 한 극우인사가 ‘59 점’을 매겼다고 하니 국민 대다수의 정서가 어떤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여론을 귀담아 들어서 ‘MB노믹스’의 틀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의) ‘좌파 신자유주의’ 정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그야말로 모순으로 뒤범벅된 경제정책을, 평상시도 아니고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위기 극복 대책’이라고 밀어붙이는 현실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그렇다.


(1)그린 개발 정책-4대강 정비사업과 같은 개발정책을 밀어붙이면서도 녹색성장을 주장하는 경제정책, (2)감세 재정확대 정책-감세 기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겠다는 재정 정책, (3)개입 민영화 정책-은행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채권 매입에 나서는 등 무차별 정부 개입을 하면서도 산업은행 민영화를 강행하겠다는 금융 정책, (4)감원 일자리 창출 정책-공기업 직원을 약 1만9,000 명 정도 감원하면서도 새로이 청년인턴제를 도입하고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노동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병권[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 ‘세계경제 위기와 MB노믹스의 미래’, 계간 <광장> 제2호, 2009년 1월, 148~9쪽)


진보적인 경제전문가들은 ‘선진국의 소비 위축으로 수출이 막혀버린 지금 내수를 통한 불황 탈출 말고는 사실상 길이 없다’고 진단한다. 그런데 정작 내수 기반을 회복할 주체인 기업은 투자를 줄여나가고 있고, 민간 역시 소비를 축소하는 마당이라서 정부가 공공투자를 크게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화하는 길에서 벗어나서 ‘춥고 배고픈 서민들’과 도산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체들을 살리는 쪽으로 경제정책의 뼈대를 바꾸지 않는 한,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는 먹구름은 걷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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