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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통합시다

세상보기---------/조리혹은부조리

by 자청비 2009. 7. 12.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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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통합시다]대화·설득·동의의 ‘정치적 과정’ 없는 독주


 

<경향신문>

 

# 지난해 말의 일이다. 국회는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 기습상정으로 몸싸움까지 벌어지며 얼어붙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도저식’ 충돌 정치에 대한 비판도 비등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당시 대선 승리 1주년 기념식에서 “한나라당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며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던져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여론이 과반을 차지하던 미디어법 등 이른바 ‘MB입법’을 겨냥한 ‘입법 독주’ 독려였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추진을 두고 흔히 ‘과정’이 없다고 평가한다. 목표와 결과가 중요할 뿐 설득과 대화, 동의의 ‘정치적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밀어붙이기’ ‘속도전’ 등의 논란은 그 때문이다. 정치적 과정을 ‘낭비’로 여기는 ‘CEO 리더십’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명박 정부를 출범 2개월 만에 ‘누란의 위기’에 빠트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국민적 동의 과정 없이 추진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결국 이 대통령은 20만명의 촛불시위대를 보며 “저 자신을 자책했다”(쇠고기 특별회견)고 했지만, 이후 수사 등은 자성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한반도 대운하도 국민적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 “4대강 정비사업이면 어떻고 운하면 어떠냐”며 오락가락하던 끝에 결국 지난달 29일 “임기중엔 (대운하를) 연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실상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는 외교·안보·경제·사회 전 영역에 걸쳤다. 여당 내부에서도 수정론이 줄곧 제기된 ‘비핵·개방 3000’ 정책도 고수하고 있다. 올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까지 이어진 지속적인 ‘부자 감세’ 추진은 50조원 국채 발행 등 심각한 ‘재정위기’ 징후로 나타났다. 특히 종부세 감세안을 놓고 대치하던 지난해 말 여야의 잠정 타협안은 번번이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강고집’에 막혔다.

 

최근 갑작스레 ‘중도실용론’의 간판이 된 사교육 대책은 자사고 확대 등 ‘MB식 경쟁교육’의 부작용이 원인이다. 당시 졸속 추진한 전국단위 학력평가는 전례없는 ‘시험 부정’ 논란으로 얼룩졌다.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라며 강조한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 미디어법은 7개월째 여야 대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노동 유연화” 소신에 비정규직보호법은 제대로 시행도 해보지 못하고 비정규직해고법으로 둔갑됐다.

 

이 같은 밀어붙이기의 문제점은 심지어 여당조차 배제하는 ‘독주’와 ‘불통’이다. 정책 여당을 앞세웠지만, 당정 협의도 “정부가 안을 만들어 오고, 그것을 보고 의견을 말하는 식”(정책위 관계자)이 현실이다.

 

또 불통은 갈등과 혼선을 낳는다. 실제 지난해 11월 대대적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이 여당 지도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발표돼 여당이 ‘수도권 대 비수도권’으로 분열하는 진통을 겪었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도 “서민들에게 상실감만 주는 정책이 된다”(홍준표 전 원내대표)는 내부 반발을 샀고, 급기야 서병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정부가 국회를 통법부로 본다”는 ‘경고음’을 발하기도 했다. 정부가 ‘경제 살리기법’으로 강조해온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금융지주회사법)은 정작 여당 소속인 김영선 정무위원장의 ‘반란’으로 부결됐다.

 


[한국, 소통합시다]반대측 목소리는 듣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출범 이후 끊임없이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시민과 소통하지 못하는 정부라는 인상을 깊게 심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부자·대기업을 위한 경제정책-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경제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 대통령은 '규제완화→기업투자 확대→경기부양→성장'의 신자유주의 도식을 고수했다. 소득세·양도소득세율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완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선 과감한 재정지출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감세를 단행함으로써 국가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올해만 해도 예상되는 재정적자가 51조원이다. 또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제2 롯데월드 허용 등 친재벌 정책도 비판을 받았지만, 밀어붙였다. 이 사회의 소수 기득권을 위한 그의 일방통행은 소통의 부재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 없는 노동정책-
정부는 '비정규직보호법'(비정규직 2년 고용시 정규직 의무 전환)의 시행이 예고됐지만, 해고대란을 이유로 유예만 주장할 뿐 비정규직 차별 해소. 정규직 의무전환 비율 설정, 대규모 해고 금지 장치 등 노동계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노동자와 소통할 수 없는 노동정책이므로 노동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5월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노동유연성 문제는 연말까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최대 과제"라고 말한 것도 노동자 없는 노동정책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엘리트 중심 교육정책-
정부는 '경쟁과 자율'에 기반한 수월성 교육정책 및 영어중점 정책에 주력하면서, 이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를 우려하는 반대편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교육 양극화' 우려를 외면한 채 국제중·자율형사립고 등을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전교조를 이적단체로 규정한 뉴라이트 진영의 일방적 시각이 교육정책에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예견된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4대강 살리기' 강행-
4대강 정비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환경부문에도 소통 부재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정부는 홍수 예방, 수자원 확보, 수질 개선을 위한 '녹색 뉴딜정책'이라고 했지만, 환경단체 등은 "정부 계획대로 보를 설치하고 준설을 하면 수질이 악화되고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반대한다. '한반도 대운하'를 위한 정지작업 아니냐는 의혹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의심들을 해소하지 않고 정부는 강행을 결정했다.

 

 

[한국, 소통합시다](5) 이명박정부는 왜 소통을 못하나

이명박 정부 공직 참여인사 중 대구·경북(TK) 출신이 20.3%, 부산·울산·경남(PK) 출신이 15.7%를 차지하는 등 영남 출신이 전체의 36.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호남(광주·전남·전북) 출신은 영남 출신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19.0%에 머물렀다. 또 출신대학별로는 서울대가 39.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 출신은 전체의 13.7%로 3위 연세대(8.8%)와 큰 격차를 보였다.

 

 

경향신문이 100명의 지식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불통 인물 1위'로 꼽힌 배경에는 이와 같은 동향·동문 위주의 인사정책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감사원, 군·검찰·경찰을 포함한 36개 부처·위원회·외청의 장·차관과 청장, 주요 실·국장 등 210개 요직을 거쳤거나 현재 재직 중인 인사 306명에 대한 출신 지역 및 학교 등을 조사한 결과, 영남 출신이 110명(36.0%), 고려대 출신이 42명(13.7%)으로 나타났다. '영남+고려대'의 교집합 15명을 빼면 137명(44.7%)이 영남 또는 고려대 출신으로 핵심 요직 2명 중 약 1명이 이 대통령과 동향 또는 동문인 셈이다.

 

특히 영남 편중현상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출신 고등학교별 분류에서 경북고 출신은 18명(5.9%)으로 경기고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경남고 9명(2.9%), 대구고 7명(2.3%), 부산고 5명(1.6%) 등 영남 소재 고교 6개교가 상위 15위 안에 포함됐다. 또 지방대 출신 32명(10.5%) 중 경북대 9명(2.9%), 부산대·영남대 각각 8명(2.6%) 등 영남에 위치한 대학 출신이 총 25명으로 78.1%나 됐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 편중은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4대 기관의 전·현직 수장 8명 중 영남 출신은 5명(62.5%), 고려대 출신은 2명(25.0%)으로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또 4대 기관의 핵심 요직 인사 51명 중 영남 출신은 26명(51.0%)을 차지했으며 고려대 출신은 8명(15.7%)으로 평균을 상회했다.

 

이명박 정부의 '성골'이라 할 수 있는 'TK+고려대 출신'은 총 9명으로 남일호·성용락 감사원 전·현직 사무총장, 노환균 대검 공안부장, 강희락 경찰청장,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주상용 서울경찰청장,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등 요직 중의 요직에 배치돼 있다. 'PK+고려대 출신'은 6명으로 김성호 전 국정원장,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장수만 국방부 차관,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 등 전·현직 '실세'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인사방식에 대해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소통을 방해하는 주범"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식 의원은 "연고를 넘어 만천하의 인재를 두루 기용해야 한다"며 "직언을 할 수 있는 인사가 청와대와 정부에 많이 포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의원도 "지역이나 모교를 뛰어넘는 전문가 그룹 위주의 탕평인사를 실시해 누가 봐도 승복할 만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태 의원은 "지난 4·29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후 이 대통령의 한 측근이 '지방선거에 불과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대통령의 측근들이 나서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가 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정책자문교수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당시 자문교수들이 측근인사 중심의 인재풀 운영을 비판하며 "좌우를 넘어 폭넓게 사람을 쓰는 방식으로 인적 쇄신을 하라"고 건의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면전환용이나 충격요법으로 인사를 해선 곤란하다. 그렇게 해서 바꿨다가 다음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기면 더 세게 해야 하는데 그런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 대통령의 답이었다.

 

 

 

[한국, 소통합시다]정부 소통대책은 ‘홍보 강화’

# 지난달 30일 저녁 청와대 본관 세종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특정 주제를 놓고 국무위원들이 식사를 하며 집중토론을 하는 '도시락 심야 국무회의'가 열렸다. 중점 토의과제는 '정책홍보 강화 방안'. 요즘 청와대와 정부의 고민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주제였다. 국무위원들의 결론은 이렇다. "현 정부 들어 280여개의 서민생활정책을 추진하고 복지예산 비중도 늘어났으나 이런 사실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정책 체감도가 낮다." 정부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제대로 알리지 못해 국민이 모르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로부터 4일 전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가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 가지를 특별히"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는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이 크게 체감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실제는 그렇지 않음에도 부자를 위한다, 대기업을 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면서 "국민의 의견을 좀더 수렴하고 충분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례는 이명박 정부가 생각하는 '소통'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사실 이 대통령은 정권 출범 초 소통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첫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청와대가 국민과 현장과 격리돼선 안 된다. 국민의 목소리를 못 듣는 일이 없도록 특별히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따른 파문이 번지던 같은 해 5월13일 국무회의에선 "국민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을 아주 최우선의 과제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 자신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고 당연히 장관들도 소통하지 않았다. 지난 2일 열린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시간 가까이 '일방적 연설'을 하고 달랑 총장 세 명의 질문만 받고 끝냈다. 청와대가 '반쪽 소통'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촛불 사태' 이후 정권 존립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보수우파쪽으로 기울고, 소통이 치우친 점은 있다.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 결속부터 하려는 흐름이 있었고, 실제 지지율이 30%로 회복되는 등 나름 효과를 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말과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을 주로 만나면서 '나는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고, 우리의 정책도 옳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일종의 '자기 확신의 재생산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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