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용어로 `홈리스' 사용…결국 없던 일로
보건복지부 `부랑인ㆍ노숙인'을 대체어로 개정안 마련
<연합뉴스 2010.05.05>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하면서 `홈리스'를 법률용어로 도입하려던 보건복지부가 한글단체 등의 반대로 결국 홈리스를 포기했다. 보건복지부는 홈리스 대신 부랑인과 노숙인을 하나로 묶은 `부랑인ㆍ노숙인'을 대체어로 채택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법제처에 제출해 심사를 통과했다고 5일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해 8월 `부랑인과 노숙인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이들을 상대로 한 서비스 제공을 전문화하려는 목적'이라며 사회복지사업법의 부랑인 또는 노숙인이라는 단어를 홈리스로 통합해 대체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자 한글단체 등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부랑인과 노숙인이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어감은 사회적 상황 때문에 생긴 것으로 호칭을 영어로 바꾼다고 이런 인식이 사라질 리 없다는 것이다. 집을 뜻하는 명사 `홈(home)'과 없음을 의미하는 접미사 `리스(less)'가 결합한 홈리스를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형용사인 홈리스로 명사인 부랑인이나 노숙인을 대체하는 것이 문법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개정안이 통과되면 홈리스가 법률용어의 지위를 차지해 공식문서와 교과서 등에서 우리말을 대체하게 된다는 점도 심각하게 지적했다.
법제처도 외국어를 법률용어로 하는 것이 이 부처가 추진하는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의 취지에 맞지 않고 다른 법률에 인용돼 널리 사용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기에 누리꾼 사이에서 `영어 우월주의'를 꼬집는 목소리가 커지자 복지부는 법제처, 한글단체 등과 수차례 공청회를 연 끝에 결국 홈리스를 포기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반감이 너무 심해 `홈리스'는 사용할 수 없었고 한글단체가 추천한 `한둔인' 등 우리말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차선책으로 두 단어를 묶어 한 단어처럼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두 단어를 묶어 쓰다 보면 불편한 점이 많을 것"이라며 "더 시간을 두고 적합한 단어를 찾아 `부랑인ㆍ노숙인'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글문화연대 정인환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생소한 외국어에 법률용어의 지위를 내주지 않아 다행"이라며 "한글단체의 뜻을 받아들인 복지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홈리스'를 `부랑인ㆍ노숙인'으로 바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13일 차관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노숙인 대신 홈리스?..한글단체 `격분'
복지부 방침에 `핑계ㆍ무지의 소치' 반발
법제처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 비판
<연합뉴스>
"법률에 노숙인 대신 홈리스가 들어간다고요? 굳이 문법에도 맞지 않고 생소한 영어단어를 도입해 공식 법률용어로 써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도 적당한 우리말이 없었을까요?"
보건복지가족부가 부랑인ㆍ노숙인 대신 `홈리스'(homeless)라는 영어 형용사를 법률용어로 도입키로 한데 대해 한글운동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런 내용이 포함된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21일 입법예고하면서 "부랑인ㆍ노숙인의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 이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전문화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그러나 한글단체들은 홈리스가 부랑인ㆍ노숙인을 가리키는 영어 형용사에 불과한만큼 복지서비스의 전문화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홈리스라는 영어 단어는 형용사인데 이를 부랑인ㆍ노숙인을 대체할 명사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영어 문법조차 모르는 `무식의 소치'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글문화연대 정인환 사무부장은 26일 "부랑인이나 노숙인도 한글로 순화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대체한다며 영어 단어를 새 법률용어로 도입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영어를 한글보다 세련된 것으로 생각하는 공무원의 자세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집을 뜻하는 `홈'(home)과 없음을 뜻하는 접미사 `리스'(less)를 결합한 홈리스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한글사랑은 둘째치고 일단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는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글단체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홈리스가 법률용어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는 점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 경우 모든 공식 문서와 교과서 등에서는 홈리스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사무부장은 "영어단어를 법률용어로 채택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는 `우리의 말과 우리의 글을 사랑하고 갈고 닦아 나간다'라는 공무원윤리헌장실천강령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부터 `알기쉬운 법령만들기' 사업을 펼치고 있는 법제처도 부랑인ㆍ노숙인 대신 홈리스를 사용하겠다는 보건복지가족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 복잡한 구문 등을 알기 쉬운 우리말로 고치는 작업을 벌여 올해 7월말 기준으로 339건의 법률을 개선했는데 또 생소한 영어단어를 법률용어로 새로 도입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아직 법제처 심사를 받지 않은 것"이라고 밝힌 뒤 "법제처가 수년 동안 계속해 온 알기쉬운 법령만들기 사업의 취지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부랑인ㆍ노숙인을 대체할 한글 단어를 찾지 못했으며 사회복지단체와 학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홈리스가 가장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글단체 관계자들은 "생소한 국적 불명의 용어를 쓰는 것보다는 일단 차라리 그냥 두는 것이 낫다"며 앞으로 강력한 반대운동을 펴기로 해 한글날이 다가올수록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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