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에 의한 지배 vs 법의 지배
'MB식 법치'와 '노무현식 법치'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프레시안 2009년 7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보인 행적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지닌 준법의식이나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감은 매우 낮다고 평가하는 것이 정당할 것이다. 놀라운 건 MB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가운데 하나가 '법치(法治)'라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가 '법치'의 부재 내지 결여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대통령이 간주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MB는 자나 깨나 법치의 실현에 골몰했다.
대한민국 헌법질서 아래서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법치구현을 부르짖는 마당에 '법치'가 실현되지 않을 리 만무. 무법천지(?)이던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법치'가 만개하는 중이다. 문제는 이 '법치'가 MB식 '법치'라는 사실이다.
한국방송공사 정연주 사장에 대한 막무가내 해임으로 막을 올린 MB식 법치는 광우병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및 기소, 미네르바 구속·기소, 용산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한 편파수사 등을 거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과잉 수사로 절정에 달했다. 'MB식 법치'가 노리는 다음 대상은 〈PD수첩〉이다.
MB식 법치의 가장 큰 특징은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라는데 있다. 흔히 법의 지배(rule of law)를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와 구별하는데 법의 지배가 '법치주의'의 이론적 배경인 반면, 법에 의한 지배는 법을 통치자의 의사를 실현하는 단순한 수단으로 간주한다. 즉 법에 의한 지배는 '법치주의'의 외피만 둘렀을 뿐, 본래적 의미의 '법치주의'가 아닌 것이다.
MB가 법치주의를 '법에 의한 지배'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제주도민들이 법률적 근거에 의해서 추진하고 있는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에서도 또렷이 확인된다. 제주도민들이 추진하는 주민소환은 주민소환법과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의해서 합법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MB는 이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입만 열면 '법치'를 외치던 MB가 정작 법률에 근거해 추진되는 주민소환에 대해서는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셈인데 바로 이 지점에서 MB가 이해하는 '법치'의 단초가 드러난다. MB가 제주도민들이 합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추진하는 주민소환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를 '나쁜 법치'라고 생각하거나 '법치가 아닌 것'으로 생각해서 일 것이다. 물론 '법치'와 '법치가 아닌 것' 혹은 '좋은 법치'와 '나쁜 법치'를 구별하는 기준은 최고 권력자인 MB 자신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에 "캬, 토론 한번 하고 싶은데 그놈의 헌법 때문에"라고 발언한 적이 있었다. 보수적 헌법학자들과 과점신문들은 고 노 전 대통령의 이 발언 안에 대한민국 헌법을 업신여기는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난다고 평가하면서 혹독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고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오히려 참여정부 시절에 그런대로 '법치주의'가 지켜졌다는 반증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비록 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헌법 때문에 못 한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이는 적어도 고 노 전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법에 의한 지배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현 대통령인 MB는 고 노 전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 같다. MB시대의 '법치주의'는 법의 지배가 아닌 법을 초월한 대통령의 의중에 좌우되는 경향이 짙다. 더 불행한 건 누구나 아는 이 같은 사실을 MB와 측근들 그리고 검찰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여당이 법 지키지 말자고 '생떼' 쓰는 나라"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공산당 선언>인가, <유러피언 드림>인가?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 들어 한국 사회의 큰 흐름을 이해하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특히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정부와 여당의 법치주의 유린, '벼룩의 간을 빼먹는' 사용자 단체의 최저임금 삭감 시도 같은 사태가 왜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고 노무현 대통령은 제레미 리프킨이 2005년에 쓴 <유러피언 드림>(이원기 옮김, 민음사 펴냄)을 격찬했다지만, 나는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1848년에 함께 쓴 <공산당선언>을 읽었다. 물론 우리 집 먼지 쌓인 책장에서 찾아 읽을 수도 있었겠지만, '공안 100일 작전' 같은, 문명사회에서 우습기 짝이 없는 이명박 정부의 이념 전쟁에 겁을 잔뜩 집어먹은 소심한(!) 나로서는 공립도서관에 가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며 읽었다.
물론 '친북 좌파'니까 113에 신고해야지 하는 시선이 신경 쓰인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 개명천지(開明天地)에 무슨 쓸모가 있다고 아직도 그런 책을 읽느냐는 눈치가 보였다.
공립도서관에서 <공산당선언>을 읽은 이유
내 책장에도 있는 책을 공립도서관까지 찾아가서 읽은 이유는 간단하다. 혹시라도 '친북 좌파'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경찰이나 검찰 조사라도 받게 되면 그 책을 정부가 사서 정부가 관리하는 곳에서 사실상 정부의 허가를 받고 읽었노라 항변하면 죄가 좀 가벼워지리라는 "얄팍한" 기대에서다.
지난 1일에도 민주노동당의 한 간부가 친북 활동 혐의로 체포됐는데, 경찰이 집을 압수 수색하여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증거물로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노동자의 집권을 바라는 노동당 간부가 <자본론>을 읽는 게 왜 문제일까. 그게 무슨 대단한 증거물이라고 다른 책들은 놓아두고 그것하고 '친북 좌파' 책 몇 권만 달랑 압수했다고 한다. 좀스럽기 짝이 없다.
정부·여당이 법 시행 안 하겠다며 "생떼" 쓰는 나라
각설하고 국회를 난리법석으로 만든 비정규직법부터 따져보자. 희한한 것은 2007년 7월 1일부터 이미 시행된 법률에 있는 2009년 7월 1일부터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조항에 대해, 그 집행을 책임진 정부가 집행하지 못하겠다고 생떼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법 만들 때 찬성표를 던졌던 한나라당은 이제 와서 법 시행 2년 유예를 주장하고, 노동부는 한술 더 떠서 4년으로의 연장을 주장한다. 민주당 등 야당과 노동계의 입장은 현행 비정규직법이 문제는 많지만 일단 시행해 보고 차후 문제점을 가려 개선하자는 입장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법의 정확한 명칭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법제처가 제공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2007년 7월 1일 시행'이라고 분명히 씌어 있다. 법의 목적은 "기간제 근로자 및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 근로자 및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 조건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지금 여당과 야당, 정치권과 노동계가 공방을 벌이는 쟁점은 이 법의 제4조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 계약의 반복 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
② 사용자가 (…)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 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다시 말해 2007년 7월 1일 법 시행일 이후 기간제 근로자로 근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갱신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2년이 지나는 시점인 2009년 7월 1일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 즉 정규직 노동자로 보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법 "2년 이상 필요한 자리엔 정규직 쓰라는 것"
법 취지는 쉽고 간단하다. 비정규직으로 2년을 써야 할 일이면 그것은 비정규직이 할 일이 아니라 정규직이 해야 할 일이니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고, 비정규직 남용을 막고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면 국민경제와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만든 게 비정규직법이다. 그런데 이걸 시행하면 안 된다고 정부와 여당이 집단으로 생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 논리는 단순 무식하다.
"어느 기업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느냐, 다 해고시킬 것이다." 그래서인지 "100만 해고대란" 설이 노동부 관료들에 의해 공공연히 유포되기도 했다. 노동부 장관이야 "강부자" 내각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의중을 알아서 받드는 자로 바뀌었다지만, 노동부 관료들은 2006년 법 만들 때나 지금이나 같은 자들이다. 그 때는 뭐가 무서웠는지 "2년 일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해고대란이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자가 한 명도 없었다.
또 지난 2년 동안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제대로 된 조치는 거의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법 조항을 시행하면 "해고대란"이 온다고 공갈을 치는 작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PD수첩> 제작진에게 쏟아진 고소·고발 같은 법적 소송이 무리라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라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무노동·무임금'을 '자기 할 일도 안 하는' 정부와 여당에게
이런 무책임하고 자본 편향적인 국가 관료들을 이해하기에는 <유러피언 드림>보다는 <공산당선언>이 제값을 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160년도 더 전에 이렇게 일갈했다.
"현대의 국가 권력은 부르주아 계급 전체의 공동 업무를 처리하는 하나의 위원회일 뿐이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법치주의 사회'라면 노동부가 할 일은 "주가 3000"과 "청년 실업 해결"을 약속하고 등장한 이명박 정권 하에서 이미 구조화된 지 오래인 "해고대란"을 비정규직 팔아 운운할 게 아니다.
2006년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놓은 비정규직법을 제대로 시행하고, 그 위반 여부를 철저히 단속해 처벌하면 될 일이다. 그래도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파악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하면 된다.
그런데 자기 할 일은 안 하고, 집권 2년도 지나지 않아서 지지율 20%대를 오락가락 하는 신세로 전락한 무능 정권의 일개 장관이 국민과 국회를 상대로 "법 시행을 유예하자"고 생떼를 쓰는 게 '법치주의'와 어울리는 일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물론 "국가가 자본가 계급 전체의 공동 업무를 처리하는 하나의 위원회"이고 노동부가 속내를 뜯어보니 노동부가 아닌 "자본부"라면 가능한 일이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 110원 '인상'?
이제 최저임금 문제를 따져보자. 지난 6월 2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10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4110원, 2.75% 인상으로 결정했다. 2009년 현재 시간당 4000원인 최저임금을 두고 사용자 대표는 경제 위기를 이유로 대폭 삭감을 요구했고, 노동자 대표는 같은 경제 위기를 이유로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만큼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다가 결국 시급을 110원 올리는 걸로 결론이 났다.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주 40시간을 일한다고 할 때, 휴일 근무나 연장 근무를 하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이번에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월급을 받으면 71만2400원이다(40시간 × 52주 × 4110원의 합을 12달로 나눈 금액). 시급 4000원인 올해는 같은 기준으로 계산하면 월급이 69만3333원이다. 2010년 최저임금이 2009년에 비해 월 1만9067원 오른 것이다.
2010년 최저임금 인상분에서 사용자가 건강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등 4대 국가보험의 사용자 부담분을 다 낸다고 해도 2009년보다 월 1900원 정도만 더 내면 된다. 주 40시간 일을 시킨다고 할 때 이번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주가 2010년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돈은 노동자 1인당 월 2만1000원 수준이다.
실질 최저임금은 이미 삭감됐다!
겉으로 보면 최저임금이 인상된 것 같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삭감됐다. 통계청이 7월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물가가 전년 동기에 비해 3.3%나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의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2010년 최저임금은 0.55% 삭감된 것이다. 하반기에 물가가 3.3%보다 더 오를 경우 최저임금 하락률은 더 커진다.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은 기본 3.3% 자동 인상됐어야 했다. 다시 말해 132원을 인상한 4132원을 기준금액으로 놓고 여기서 올릴지 말지를 결정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민주노총 등 24개 노동사회 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가 2010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시급 5150원(28.8% 인상)을 발표한 것을 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5월 28일 성명을 냈다. 경총은 이 성명에서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진다면 "영세·중소기업은 폐업 외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으며, 소속 근로자 역시 최저임금 인상으로 삶의 질이 향상되기 보다는 오히려 노동시장 밖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트집을 잡으면서 "경제 위기로 실업자가 100만 명에 육박하는 지금, 과연 무엇이 진정으로 근로자를 위하는 것인지를 냉철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윽박질렀다.
그러고는 2009년의 시급 4000원을 4% 깎아서 2010년 최저임금을 3840원으로 하자고 최저임금위원회 협상 막판까지 버텼다.
'정부와 닮은' 경총의 "아니면 말고"식 선전선동
경총이 정확한 데이터 없이 막연한 추측을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하면 업주들이 폐업하고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고 마구잡이로 우기는 것은 비정규직법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생떼 부리는 모습과 똑같다. 재미난 것은 5월부터 경총도 "100만 해고대란" 상태라고 떠들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역사를 돌아보면 1991년에는 18.8%나 올렸고, 2000년에는 16.6%나 올렸다. 외환 위기 때도 2.7% 올렸다. 2007년에도 12.7% 올렸다.
그래서 문 닫았다는 업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 실태를 노동부나 경총은 제대로 조사해본 적이 있는가? 모택동이 그랬다. "조사 없이 발언 없다"고. 이것도 '친북 좌파'가 한 말이니 국가보안법 적용대상인가.
"착취"로 수익 내는 기업은 문 닫아야
내 생각으로는 "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불, 7대 강국"의 747 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나라에서 월 100만 원의 임금과 4대 국가보험을 제공할 능력도 없는 기업주는 "기업주"라고 부를 가치도 없고, 사업을 하게 허용해서도 안 된다. 저임금과 열악한 조건으로 노동자를 착취해야 겨우 연명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게 낫다.
우리가 구조 조정이라고 하면 노동자 자르는 것만 생각하는데, 기업주와 기업에 대한 구조 조정도 필요하다. 그것을 산업 구조 조정이라고 한다. 지금 정부야 까맣게 잊어먹었겠지만 그게 한국의 우익들이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박정희·전두환 정권을 거치면서 빛을 발했던 산업 정책이다.
70년대와 80년대 한국의 산업이 고임금을 지불하는 자동차 공장과 반도체 공장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고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조건에 의존한 가발 공장과 섬유 공장 중심에 만족했더라면 우익이 지금 입에 침을 바르며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라 우겨대는 대한민국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대한한국의 시장이 "약육강식의 정글"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시장경제라면 사업을 잘해서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착취'를 잘해서 수익을 내는 사업체는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최저임금제도가 갖는 순기능 가운데 하나다.
이런 주장을 펴면 정부 여당과 사용자들은 정규직 대기업 이익밖에 생각 못하는 비정한 자라고 욕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의 피땀인 세금으로 "뻘짓"을 하는 것은 정부와 여당이고, 그 편을 드는 것은 사용자들이다. 22조 원을 투입하려는 '4대강 죽이기' 사업이 대표적이다.
22조 원이면 3000만 명에게 최저임금 지급 가능
22조 원을 갖고 노동자 1인당 2010년 인상치 월 최저임금인 71만2400원을 지급한다면 모두 3088만 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2009년 현재 최저임금 수혜대상 근로자는 208만5000명인데, 이들에게 22조 원으로 2010년 인상치 최저임금을 지급하면 무려 14.8개월 치에 이른다.
"7-4-7 정부"가 그 엄청난 돈을 4대강을 죽이고 재벌-건설업자-부동산 투기꾼들을 배불리기에 쓰는 데 아무런 이의가 없던 사용자들이 노동계가 최저임금 시급을 800원 올리자는 주장에는 그토록 핏대를 세운 작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공산당선언>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말했다.
"프롤레타리아의 노동은 (자본주의의 발달로) 모든 자립적 성격을, 따라서 노동자들에게 주는 모든 매력을 상실하였다. 프롤레타리아는 오직 가장 간단하고, 가장 단조롭고,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손동작만 요구받는 단순한 기계 부속품이 된다. 그러므로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쓰게 하는 비용은 거의, 그가 자신의 유지와 자신의 종족 번식에 필요로 하는 생활 수단에 국한될 뿐이다. (…) 그러므로 노동의 혐오스러움이 증대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 임금은 하락한다. (…) 이제 정치는 영리가 그 목적이라고 노골적으로 선언하면 할수록, 더욱더 좀스럽고, 더욱더 증오스럽고, 더욱더 잔인한 것으로 된다."
<유러피언 드림>에서 제레미 리프킨은 말했다.
"유럽인은 일하려고 살기보다 살려고 일한다. 일이 그들의 생활에서 중요하지만, 일 자체만으로 유럽인의 존재를 규정하기는 부족하다. 유럽인은 놀이, 사회자본, 사회통합을 직업(career)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무슨 가치가 가장 중요하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유럽인의 95%는 남을 돕는 것을 우선 순위의 맨 위에 두었다. (…) 84%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참여하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두었다. 79%는 개인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는 게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반면 돈을 많이 버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한 이는 절반에 못 미치는 49%였다. 이것은 설문조사 항목 8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였다."
비정규직법 사태와 최저임금 파동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지배층들이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제레미 리프킨이 말한 <유러피언 드림>이 그리는 세상인가, 아니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말한 <공산당선언>이 그리는 세상인가.
공산당선언의 영어식 표기인 'Manifesto of Communist Party'를 검색해 보니, 호주국립대학 정치학과 홈페이지에 <공산당선언> 영어 전문이 올라있는 게 눈에 띤다. 독일에서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읽기가 유행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자본론>을 압수한 '2MB 경찰'은 호주국립대학교 사이트 접속을 금지시키고 외신기사부터 검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윤효원 ICEM 코디네이터
한국 교육위기의 본질 (0) | 2009.09.04 |
---|---|
한국사회를 뒤집어보다 (0) | 2009.08.31 |
냄새나는 한국의 인종차별 (0) | 2009.08.27 |
한홍구 교수의 세상보기 (0) | 2009.07.29 |
한국, 소통합시다 (0) | 2009.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