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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위기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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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9. 9. 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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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위기의 본질

[머니투데이]

 

 이찬승 전 능률교육 CEO(21세기교육연구소장)


 

이 세상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조직을 꼽으라면 단연 현재 한국의 공교육을 담당하는 학교가 아닐까 싶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뒷전으로 미루고 아직도 많은 학교가 별로 쓸모가 없는 것들만 가르치고 있으니 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바로잡으려는 범국민적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의 행복이나 국가의 미래 경쟁력에는 큰 관심이 없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일류 대학 티켓을 따려는 무한 경쟁만 존재한다. 그래서 지금 한국 교육은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 앞에서 우리 사회는 공교육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만 부르짖으며 모든 에너지를 이 두 가지 문제에 쏟아 붓고 있다. 위기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말 무엇이 위기인지 잘 모른다는 점이 가장 큰 위기다.

 

공교육정상화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교육이 정상적인 교육인가. 20세기 산업시대처럼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만 하면 별로 사교육비 들이지 않고 졸업할 수 있던 시대를 정상적인 교육이라고 보는가. 아니면 학교는 단지 졸업장을 따러 가는 곳이고 학원이 공부하는 곳이라는 지금의 인식을 반대로 바꾸는 것인가. 모두 틀린 말이다. 공교육정상화란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본다. 정상화란 무엇이 정상에서 약간 벗어났을 때 쓸 수 있는 말인데, 지금 한국의 교육은 정상궤도에서 약간 이탈한 것이 아니라 아예 잘못된 궤도를 달리고 있다.

 

지금 한국의 교육은 정상화란 말 대신 학교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과 '창조적 파괴'가 필요한 상황이다. '교육'과 '학교'의 의미도 21세기에 맞게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지금 아이들이 살아갈 2020~2050년의 미래는 20세기와는 판이한 세상이고 다른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 위기의 두 번째 핵심은 교육 리더십의 부재다. 교육 리더십이란 우리나라 국민의 열망을 담은 교육비전을 전 국민이 공유하고 교육에 대해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교과부 장관이 교육 리더십을 발휘해서 21세기에 걸맞은 교육비전과 교육목표를 각계각층 국민과 함께 만들고, 모든 학교는 이 교육목표에 어긋나는 교육과 평가를 절대 할 수 없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교육과정의 교육목표와 학교에서의 수업, 그리고 평가 이 세 가지가 다 따로 노는 형국이다. 교육과정 총론에서 규정하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라는 교육 이념과 목적은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미국, OECD, 싱가포르 등 현재 21세기 교육을 충실히 연구하는 나라들은 21세기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술과 역량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전통적 커리큘럼과 통합하고 평가할 것인가가 핫 이슈다.

 

미국의 The 21st Century Skills 프로젝트, OECD가 교육의 목표로 설정한 14가지 핵심역량, UNICEF, UNESCO, WHO가 공통으로 설정한 '삶의 10가지 핵심기술', 그리고 싱가포르 교육부가 규정한 '바람직한 교육의 결과' 등의 내용을 보면 절로 공감이 간다. 이들의 공통점은 21세기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정확히 집어냈으며, 교육목표가 구체적이고 명쾌하다는 점이다. 한국이 현 교육위기를 극복하려면 현재의 단편적 지식 전수의 교육(teaching)에서 21세기 삶을 준비하는 학습(learning)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취약계층 아이들도 희망을 품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필자가 능률교육 CEO직을 비교적 빨리 인계한 것도 위기의 한국 교육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서다. 교육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 희망을 갖는 날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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