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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글다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9. 9. 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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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주에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생겨서 같이 일하던 동료 몇 분이 그곳으로 옮기셨습니다. 며칠 전까지 같이 일했던 사람이 옆에 없으니 왠지 허우룩합니다.
(허우룩하다 : 마음이 텅 빈 것 같이 허전하고 서운하다.)

'궁글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착 달라붙어 있어야 할 물건이 들떠서 속이 비다는 뜻으로, 벽지가 궁글어 보기 싫다처럼 쓰이고, 단단한 물체 속의 한 부분이 텅 비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농진청에서 그 사람들이 빠져나가니 여기저기 궁글어 보기 싫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지금은 궁글고 허우룩하지만 언젠가는 시설거릴 날이 있을 겁니다.
(시설거리다 : 실실 웃으면서 수다스럽게 자꾸 지껄이다.)
언제나 자주 웃으시면서 사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오늘은 시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

                      시인 함 석 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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