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는 겨레문화 가운데서 유익한 것들을 골라 짧고 재미있게 쓴 글로 2004년 6월부터 날마다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글 가운데서 지적할 내용은 꾸짖어 주시고, 주위 분들에게 추천도 부탁합니다.
자연에 가장 가깝다는 그릇, 옹기는 우리 겨레가 삼국시대 이전부터 만들어 쓴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런데 그 옹기는 지역의 환경과 기후조건에 따라 다르게 만들었기 때문에 옹기의 모양새가 여러 가지입니다. 중부 이북에서 주로 사용되는 옹기는 보통 입 (口徑)과 키가 크고 배가 부르지 않습니다. 이는 일조량이 작고 기온이 높지 않은 때문에 장을 담글 때 자외선을 충분히 쪼이기 위한 것입니다. 이에 비해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많은 남부지방은 수분증발이 많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입을 좁게 만들고 대신 어깨를 넓게 함으로써 옹기 표면으로 복사열을 보다 많이 받아들이도록 했습니다.
이는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나도록 만들고, 어머니가 아침저녁으로 항아리를 닦아주어 옹기가 숨을 잘 쉬도록 한 것과 더불어 옹기에 담긴 우리 겨레의 과학입니다.
예전 고구마는 간식으로 즐겨 먹기도 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주식이기도 했습니다. 이 고구마의 어원은 어디서 왔을까요? 조선 후기의 문신 조엄의 ‘해사일기’라는 책에는 “대마도에는 ‘감저’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일본 한자어로 ‘효자마(孝子麻)’라고 하며, 그 발음을 ‘고귀위마(高貴爲麻)’라고 했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토란, 감자, 고구마’ 따위를 ‘이모’라고 부른다는데 원래 고구마는 약 2000년 전부터 중·남아메리카에서 재배한 것으로 짐작합니다. 이 고구마가 중국, 류큐를 거쳐 17세기 전반에 일본으로 들어와 규슈 남부 사스가 지방에서 대마도까지 퍼졌습니다. 가물 때 이 고구마로 부모를 배부르게 했다고 해서 ‘효도하는 고구마(고코이모←효자마, 효행저:孝幸藷)’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그것이 우리나라로 건너와 ‘고코이모>고구마’로 되었다는 설이 그럴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