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는 크게 남도민요, 경기민요, 서도민요로 나눕니다. 그런데 말소리나 민요 모두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낮은 평야지대에서 높은 산악지대로 갈수록 음역이 높아집니다. 또 남도 소리가 뱃속에서 뽑아 올려 목과 가슴을 울리는 탁한 발성으로 낮은 음역에서의 효과를 보는 반면에 서도 소리는 비성(鼻聲) 곧 콧소리와 두성(頭聲) 곧 머리소리로 내게 됩니다.
이렇게 남도니 서도니 하는 구분에 따라 서로 다른 발성을 쓰다 보니 소리 훈련을 오랫동안 받은 사람일수록 서로 다른 민요를 부르기는 참 어렵습니다. 서도민요 창법은 콧소리로 얕게 탈탈거리며 떨거나, 큰 소리로 길게 뻗다가 갑자기 속소리로 가만히 떠는 방법 등으로 애절한 느낌을 줍니다. 이와는 달리 남도민요는 극적이고 목을 눌러 소리를 내는 창법을 많이 쓰고 있으며 심하게 떠는 소리 곧 요성 (搖聲)과 꺾는 음이 특징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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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1118. 처서, 귀뚜라미가 애끓는 소리로 노래하네 2007/08/23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났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묻는다. ‘미친놈, 미친년 날 잡는답시고 제가 제 허벅지 제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졌다네.’ 라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공방에서 임 기다리는 처자·낭군의 애(창자) 끊으려 가져가네.’라고 말한다.”
남도지방에서 처서와 관련해서 전해지는 민요의 내용입니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단장(斷腸), 곧 애끊는 톱소리로 듣는다는 참 재미있는 표현이지요. 시기상 모기가 없어지고, 이때쯤 처량하게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듣는 시기의 정서를 잘 드러냅니다. 이제 자연의 순리는 여름은 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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