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르 구노: 파우스트 Gounod - 'Faust'
잠든 척하는 당신
Gounod, "Faust", "Le veau d'or" song by Alexei Tikhomirov
메피스토펠레스가 부르는 금송아지의 노래 <금송아지 한 마리가 있네>
전 5막으로 이뤄진 이 오페라는 괴테의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바르비에와 카레가 대본을 완성, 구노가 작곡한 것이다. 1859년 3월 19일 파리의 릴리크 극장에서 초연됐다. 오페라 파우스트는 문호 괴테의 동명희 곡을 바르비에와 카레 두 사람이만든 대본에 구노가 작곡한 최대의 걸작품으로 괴테의 광범위한 내용의 원작을 이 오페라에 모두 담을 수는 없어도 주로 파우스트와 마르가리테의 줄거리를 요약한 것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한없는 욕망이 얼마나 어이없는 결과를 불러 일으키며 그러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가슴아픈 사랑의 힘과 진정한 삶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명작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파리의 리릭 극장에서 초연됐을 때에 그 당시 파리 사람들은 비극적인 내용을 즐기지 않아 별로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 후 1869년 3월 제 5 막 처음에 무용음악을 첨가하여 파리 오페라좌에서 상연했을 때는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그리하여 파리에서만 1919 년까지 1500회 이상을 공연 했으며, 메트로플리탄에서도 1883∼1943년 사이에 268회의 공연을 한 기록이 있다.
줄거리
제1막 16 세기 독일의 어느 작은 도시 파우스트의 서재. 늙은 파우스트 박사는 "나는 무익하게 세월을 보냈다. 별은 푸르고 신비의 밤은 깊어간다. 죽음이여, 와서 이 번민을 없애다오"라는 아리아를 노래한다. 그러다가 기분을 돌려서 지난날의 즐겁던 일을 회상하는데 이 때 창밖에서 처녀들의 합창이 들린다. 늙은 박사는 우주의 신비를 연구하다가 절망하여 독약을 마시고 죽으려 한 것이다. 파우스는 신을 저주하면서 "오너라, 악마, 오라"하고 고함친다.
이 때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난다. "나, 여기 왔노라. 왜 놀라는가? 그대의 소원대로 왔노라."하고 말하고 나서 박사의 소원을 말하라고 한다. 파우스트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부귀도 영화도 아니며 오로지 청춘을 달라고 한다. 이 말에 메피스토펠레스는 "그것은 쉽지요. 지상에선 내가 당신이 내 제자가 되기만 하면 된다"고 하면서 종이를 내밀고 파우스트에게 서명하도록 한다. "청춘은 그대를 부른다. 저것을 보라."고 메피스토가 말하자 물레질하는 마르가레테의 환상이 벽에 비친다. 파우스트는 종이에 서명한다. "자, 젊은 꿈과 종이에 힘이 가득 넘치는 잔을 비우라" 파우스트가 그 잔을 비우자 그는 청년으로 변한다. 파우스트가 그녀에게 언제 만날 수 있느냐고 물으니 오늘이라고 대답한다. 여기서 유명한 이중창이 나온다.…
음악적 배경
프랑스 오페라는 외부의 새로운 영향에 늘 열린 자세를 취하면서도 프랑스 특유의 성격은 결코 잃지 않았다. 오히려 이러한 외부의 영향을 통해 프랑스 적인 특징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구노로부터 드뷔시에 이르는 19세기 후반부는 프랑스의 에스프리가 음악에서 활짝 꽃피던 시기였다. 아직 고전적인 스타일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과거의 형식적 규제에서 벗어나 단순하고 소박한 감정이 우아하고 따뜻한 선율로 잘 표현된 것이 프랑스 오페라의 전형적 성격이 되었다.
18세기 말에 일어난 시민 혁명은 19세기 전반 오페라에 영향을 주어 규모가 큰 스펙터클을 주로 보여주는 마이어베르와 베를리오즈의 대형오페라들이 나오거나 베토벤의 <피델리오>가 태어나는 토대가 되었던 '혁명 오페라' 들이 나타났는데, 19세기 후반으로 들어가면 정치적 변혁이 작곡가들의 작업실에 침투하지는 못한다. 1848년의 2월 혁명, 소위 제 2 제정기, 중간의 공화국 등 정치적인 변혁은 오펜바하가 주도했던 신랄한 풍자성 오페레타에 집중되었을 뿐 다른 프랑스 오페라에서는 찾기 힘든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오페라 대본가들은 역사에서 눈을 돌려 그들의 소재를 위대한 문학작품에서 찾았고 '예술을 위한 예술 (L'art pour l'art)'까지 치달은 대표적인 문학작품인 메테를링크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가 드뷔시의 손에 의해 오페라로 만들어지기까지 '오페라의 문학화' 혹은 '문학의 오페라화'는 줄곧 이어졌던 것이다.
프랑스의 스타 대본가 쥘 바르비에, 미셸 카레, 앙리 메이약, 루도빅 알레비 등이 만든 대본들에서 원본이 되었던 문학작품들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독일의 문호 괴테는 프랑스 오페라에서 여러 알찬 작품들을 낳았다. 토마의 <미뇽>, 마스네의 <베르테르>, 그리고 구노의 <파우스트>가 그것이다.
구노의 <파우스트>가 관객의 애호를 받는 이유는 바로 이 작품이 원작의 심오한 사상에 구애받지 않는 대신 넘칠 정도로 풍부한 음악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전 5막의 공연 시간이 무척 긴 대작이지만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바로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 때문이다. 파우스트의 아리아 뿐아니라 마르가레테의 '보석의 아리아', 발렌틴의 '이별' 메피스토의 유명한 론도 ('금송아지의 노래')와 세레나데 등 뛰어난 솔로 곡들과 정원에서의 4중창, 마지막의 절박한 3중창, 유명한 월츠, 병사의 합창, 그밖에 구노의 장기인 종교음악적 분위기가 마르가레테의 기도 장면과 끝장면에 풍부하게 담겨 있다. 구노의 <파우스트>는 철두철미 프랑스적인 오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연 때는 이 작품이 프랑스 관객에게 너무 독일적으로 느껴져 냉담한 반응을 얻은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프랑스 오페라는 극장에 따라 형식이 정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큰 오페라 극장인 그랑도페라(Grand Opéra)와 대중 성향의 오페라 코믹(Opéra comique)에서 공연되는 오페라들은 서로 크게 구별되는 형식을 가지고 있고 그 형식의 명칭은 극장이름과 같은 '그랑도페라'와 '오페라 코믹'으로 불린다. 구노의 <파우스트>는 그 중간 형태의 극장인 테아트르 리릭에서 초연되었고 구노는 <파우스트>로 인하여 '오페라 리릭 (Opéra lyrique)'의 창시자로 인정받는다. 오페라 리릭은 이전 그랑도페라의 기형적인 거창함이 줄어든 보통의 규모에 서정적이고 감상적이고 민속적 유머가 담긴 전형적 프랑스 스타일의 오페라를 보여준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전적으로 그렇다고 볼 수 없고 그랑도페라의 성격에 가까운 편이다. 구노도 원래는 그랑도페라 스타일로 작품을 쓰려 하였고 그 가장 기본적 원칙은 음악을 '통째로' 작곡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초연하기로 된 테아트르 리릭의 규칙이 중간에 음악없는 대사를 쓰는 것이었으므로 구노는 내키지 않았으나 대사 형식으로 작곡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프랑스 오페라 <카르멘>, <파우스트>, <호프만의 이야기> 세 작품이 모두 원래 대사 형식을 취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일이다. 오늘날 <카르멘>과 <호프만의 이야기>는 원래의 대사형으로 더 많이 공연되고 있지만 <파우스트>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작품의 성격상도 그렇지만 다른 두 작품의 대사가 작곡자가 죽은 흐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작곡되어 덧붙여진데 반해 <파우스트>의 작곡된 대사는 구노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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