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덟의 강
최근희
구비 구비 돌고 돌아
힘겹게 휘둘리는 저 강물에
내 나이 마흔 여덟의 무지개가 떠있구나
슬프게 흔들리는 마른 잎새처럼
물결에 스쳐가는 마음은 자꾸만 암울해져
마음놓고 돌아보질 못하는데
마흔여덟
아쉬워도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고
거슬러 올라 처음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으리라
그리움을 풀어 헤친 노을 사이로
나는 자꾸만 뒷걸음질쳐 도망가고 싶어
부질없는 세월의 덧문 앞에서 우물쭈물 서성이는데
시린 세월 앞에 꽃잎처럼 누워버린 나날들이
소리없이 강가에 흩어져 날리고
때론 비에 씻기고 바람에 멍든 삶의 그림들이
깊이를 알지못할 강가에서 슬픔을 삼키는구나
숱한 눈물을 흩날리며 건넜을 마흔여덟의 삶은
우리는 바람처럼 사라지는 세월에게 묻고 싶어
삶이 무엇이냐고
내 사랑은 어디에 있느냐고
기억해라 마흔여덟의 꽃바람아
우산없는 빗속을 뛰어들던 시절 내게도 있었음을
사랑에 눈먼 가슴 부둥켜 안고 어둠을 노래하던 시절
내게도 있었음을
저 강을 건너면 이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
얼음처럼 녹아 사라지는 꽃잎같은 생
눈물도 사랑도 그리움도
저 상념의 강가에 모두 던져버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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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3년이 지났다. 고입시험보러 가는 아들을 시험장에 태워주면서 짠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것이 엊그제 같다. 그런데 오늘은 대입수능을 보기 위해 가는 아들을 다시 짠한 마음으로 시험장에 데려다주었다. 어차피 이건 너의 몫인 걸….
그러고보니 어느새 3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며칠전부터 자꾸만 내가 대입수능(당시엔 대입 예비고사였다)을 보던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전날저녁 형의 "000점쯤은 문제 없겠지" 라던 기대와 격려섞인 한마디…. 그리고 다음날 새벽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제례(조상신에게 시험잘보게 해달라고). 아침식사후 대문을 나서는데 마침 옆집에 개인택시를 몰던 아저씨(그 집에 재수생이 있었다)가 같이 가자고 했다. 그 재수생과 나는 시험장이 달랐지만 택시를 잡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냥 탔다. 시험장은 내가 가까웠는데 그 아저씨는 아들을 먼저 시험장에 데려다주고 돌아와서 나를 시험장에 태워다 줬다. 이 기억이 유독 강하게 남는 건 무엇때문일까.
그리고 그 이후 시험을 어떻게 치렀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우습게도 시험장에서 당시 재수생인듯한 수험생이 컨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사정했던 기억이 조금 날 뿐…. 이후 시험이 끝나고 우울한 마음으로 고사장을 나섰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그리고 한동안 나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어야 했다. 이 때의 또렸치 않은 기억들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는 내 아들이 나름대로 잘 하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볼 때 어딘가 편협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 항상 조마조마하다. 그러나 믿고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어차피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없는 길이고, 스스로 헤치고 만들어나가야 하는 길이기에 그렇다. 편협함이란 것은 내가보는 견지에서 그런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언젠가 적절할 기회에 그에 대해 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믿어본다.
아무튼 오늘 수능. 인생을 좌우한다-난 그렇게 생각치 않지만-는 수능이다. 아들이 잘 해내리라고 믿어본다. 지금 첫교시-언어영역이던가?-가 한창 진행중이다. 아들에게 100%의 실력발휘와 함께 행운이 따르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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