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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신' 에 진짜 공부 비법이 없다구요?

세상보기---------/현대사회 흐름

by 자청비 2010. 2. 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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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신' 에 진짜 공부 비법이 없다구요?

[TV리포트]

 

KBS2 '공부의 신'이 23일, 마지막 회만을 남겨 두고 있다. 월화드라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공부의 신'에 대한 관심 만큼이나 관련 기사도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 중 실제 '공부의 신'의 모델이 된 서울대 출신 학생을 인터뷰 해 드라마 속에 나오는 달인 선생들의 공부 비법대로 하면 실제로 일류대를 갈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 기사도 유독 눈에 띈다. 물론, 그들의 대답은 "어림도 없다"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공부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반응도 있지만 "당초에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특별한 공부의 비법이나 학습 노하우는 없다"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일부 시청자들은 '공부의 신'에서 특별한 '공부 비법'이나 '일류대에 가는 비밀노트'를 기대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부의 신'에 나오는 공부 비법들은 지극히 일반적이고 기초적인 내용들이다. 비밀 노트나 족집게 비법을 기대했다면 실망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노하우를 기대한 시청자들이라면 차라리 'EBS 수능강의'를 열심히 보는 편이 낫다.

 

하지만 이미 '공부의 신'은 그 비법을 제시했다. '공부의 신'이 각 회별 공부 비법에 치중한 에피소드를 강조하지 않고, 천하대 특별반 학생들이 목표를 갖고 성장해 나가는 데 초점을 둔 점이 바로 '공부의 비법'이자 '인생 성공의 비법'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입시지옥 대한민국의 현실을 모르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일 이들도 많아 보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배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최고급 목재? 첨단 장비? 우수한 기술자? 모두 아니다. 최고의 비결은 바로 그 배를 타고 나갈 사람들에게 '바다에 대한 무한한 동경심'을 불어 넣어 주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이 최고의 아이를 만들어 낸다는 대한민국에서 든든한 배경도, 경제력도, 열정도 없었던 '공부의 신'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족집게 과외 선생님, 최고 기능을 갖춘 영어 단어 암기 사전이 아니다. 숨겨진 열정을 뿜어낼 수 있는 목표를 갖게 하는 일, 그리고 그 목표가 진정으로 자신에게서 나올 수 있게 하는 동기부여다. 그게 바로 '공부의 비법'이다.

 

그래서 '공부의 신'은 보는 재미가 있다. 문제아 꼴통 황백현(유승호 분)이 강석호(김수로 분)를 만나 천하대를 목표로 삼고 공부를 하는 장면은 특히 그렇다. 반항어린 눈빛으로 철없는 대사를 쏟아내는 황백현의 모습보다 해보자는 심산으로 책상 앞에서 '열공'을 하는 백현의 모습이 더 멋진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공부의 신'이 단순한 공부의 비법을 넘어 꼴찌반 학생들에게 목표 의식과 깡을 심어줬다고 해서 박수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공부를 하는 모습은 분명 멋져 보인다. 열심히 공부를 한다는 것은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의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노력하고 좌절해도 다시 일어서서 노력하는 캐릭터들에게 감동을 느끼고 몰입된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을 실제 자신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꼴찌반 학생들이 공부만 했다면 그 의미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 공부 이외의 것들, 사람과 사회는 잊고 그저 책상에서 책만 파는 공부라면 말이다. 그리고 천하대 특별반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그런 공부의 비법들만을 강요했다면, 그런 공부라면 응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한수정(배두나 분), 강석호와 다른 달인 선생님들은 그렇지 않았기에 '공부의 신'은 입시 드라마가 아닌 성장 드라마로 아름답게 마무리 된다.

 

윤구병 작가는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2010,휴머니스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교육이란 별 게 아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게 보살피는 일, 제 손발 놀리고 제 몸 놀려 먹고, 입고, 자는 나날의 삶을 알차게 꾸려가는 길을 열어주는 일, 사람 새끼는 혼자 살 수 없으니까 이웃과 함께 서로 도와가면서 오순도순 살 수 있게 너른 마당을 마련하고 튼튼한 울타리를 둘러 주는 일, 나아가 모든 목숨 지닌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삶을 잔치로 바꾸는 놀음을 거드는 것이 교육이 맡은 일이고, 교육자가 할 일이다.' '공부의 신'이 추구하는 것도 이와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사진 = KBS2 '공부의 신'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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