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50억 느닷없는 특혜 ‘수상한 3단체’
새마을중앙회·자유총연맹·바살협…10년 만에 민간단체 국고보조 지원 재개
<경향신문>
한국자유총연맹(자총), 새마을운동중앙회(새마을),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바살협)에 대한 국고 지원이 1999년 이후 10년만에 재개된다. 올해 이들 3개 단체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은 전체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금과 맞먹는 50억4000만원 규모. 이 때문에 정부가 '코드'가 맞는 이들 단체를 앞세워 세종시법 수정안, 4대강 살리기 등 정책 홍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지난 2월 8일 새마을운동중앙회 주최로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4대강 하천 살리기 다짐대회가 끝난 뒤 지방 참가자들이 버스로 향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29일 '2010년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시행계획'을 공고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방식을 적용한 자총·새마을·바살협에 대해 올해부터 정식으로 국고 보조를 하기로 했다. '성숙한 자유민주 가치 함양' 사업을 위해 자총에 10억원, '밝고 건강한 국가사회건설' 사업을 위해 바살협에 10억원,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으로 새마을에 30억원을 각각 지원한다.
세종시·4대강 쟁점 관변단체 의혹
정부가 개별 단체에 직접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10년만의 일이다. 이 단체들에 대해선 1999년 비영리단체지원법이 제정된 이래 사업별 예산 지원 공모 대상 비정부기구(NGO)로 분류되면서 예산 지원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사업별 지원 방식이 아닌 특정 단체에 대한 지원이 다시 부활한 셈이다.
그렇다고 지난 10년 동안 이들 단체에 대한 지원이 적었던 것은 아니다.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을 통해 새마을이 10년 동안 받은 돈은 38억8200만원으로 단연 최고였다. 이어 자총이 21억5100만원, 바살협이 13억95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 3개 단체는 10년 동안 74억2800만원을 받아 전체 민간단체 지원사업비 670억원 가운데 11%를 차지했다.
문제는 정부가 '시민의식 제고 운동단체'라는 이유로 이들 단체를 지원하고 있지만 세 단체의 경우 줄곧 정부를 지지해 온 '관변단체'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국회 예산안 심사에서도 "수많은 민간단체 가운데 이들 단체만 과도한 지원을 하는 것은 특혜다. 이들 단체의 사업은 중복성이 있고 효과도 검증 불가능하므로 전액 삭감하고 공모를 통해 지원해야 한다"(민주당 강기정 의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MB 측근들 고위임원 재직 눈총
집권 여당이 이들 단체를 싸고도는 것은 정부와 코드가 맞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경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은 "이들 단체의 존치는 권위주의 시절 관변단체를 앞세워 정부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육성법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근거해 동일한 조건과 자격 기준으로 심사를 받던 이들 단체에 다시 특혜를 주는 것은 4대강이나 세종시법 홍보,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질타했다.
이들 3개 단체를 책임지고 있는 수장들의 면면을 보면 시민단체의 우려가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최근 2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최고 임원 자리에 오른 것. 자총 총재는 15~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특보로 활동한 박창달 전 의원이다. 이 대통령의 포항중 4년 후배인 박창달 총재는 지난 대선 때 유세총괄 부단장을 맡아 외곽 조직인 '국민성공실천연합'을 이끌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2005년에 의원직을 상실한 그는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된 2008년 광복절 특사 때 특별복권됐다. 지난해 권정달 전 총재가 거액의 공금을 빼돌리고 연맹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사법 처리되자 권한대행에 오른 박 회장은 이번 2월 25일 12대 회장선거에도 단독입후보했다. 자총에는 용산 철거민 참사의 지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부총재로 활동하고 있다.
200만명이 회원으로 소속돼 있는 새마을의 이재창 회장도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이다. 인천시장, 경기도지사, 환경처 장관 등 을 역임하고 15~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 회장 또한 MB사람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취임한 김승제 바살협 회장은 이명박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서울 은광여고 재단 이사장, 입시학원 및 부동산개발 부문 ㈜이스타코와 소방 전문 자회사 ㈜스타코넷을 운영하고 있는 김 회장은 한나라당 재정위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 같은 '코드'로 세 단체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김, 반핵' 등 자총 고유의 활동 외에도 '전국공무원노조, 민주공무원노조, 법원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즉각 철회' 'PD수첩 광우병 보도, 전교조 교사의 시국선언, 강기갑 의원 국회사건 등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국가 기강을 흔드는 이념 편향적' 등 다방면에 성명을 발표해 온 자총은 최근엔 세종시법 여론몰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지난 1월 19일에는 회원 1만여 명이 서울 여의도공원에 모여 '세종시 수정안 지지 범국민대회'를 열고 "자족형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를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 자리에서 박 총재는 "이 대통령의 말에서 우리는 나라를 생각하는 진정성을 읽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후에도 인천·부산·대전 등지를 돌며 세종시법 수정안 찬성 집회를 연다는 방침을 밝혔다.
강기갑 의원의 '국회폭력' 사건과 전교조 교사들의 집단적인 시국선언 발표, MBC 〈PD수첩〉의 광우병 쇠고기 왜곡 편파 보도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한 불편함은 새마을도 마찬가지였다. 성명서를 통해 '경악과 분노'를 표시한 이 단체는 최근 녹색새마을운동을 표방하며 4대강 하천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새마을과 자총은 지난해 행안부와 '3대 新국민운동' 협약을 체결하며 이명박 정부의 외곽 친위부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3대 국민운동은 '공동체운동' '국민의식 선진화운동' '녹색생활운동' 등으로, 모두 이명박 정부의 국가 운영 핵심 철학과 맥을 함께하고 있다. 이들 단체가 전국 곳곳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을 확산시키고, 행안부는 이에 대해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혜지원 규정 관련법 폐지해야"
이들 3개 단체의 영향력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강하다. 특히 기초단체의 경우 여야 누구든 이들의 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08년 말부터 지방의회가 '선심성 조례'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들 3개 단체에 대한 특정단체 지원 조례를 세우고 있는 것도 한 예다. 조례안은 이들 단체의 사업경비지원, 회원봉사활동 시 보험가입 지원, 유공자 포상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회의 한 의원은 "선거를 앞둔 사람이라면 읍·면·동 조직은 물론 통·반까지 거미줄 같은 조직망이 형성돼 있는 이들 단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금이 이들 조직에 몰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의 50억원대 '지역 살리기 예산'이 편법으로 운용돼 이른바 '관변 3단체'인 이들에 집중 지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기정 의원(민주당)이 전국 16개 광역시·도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아 내놓은 '녹색성장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 선정 단체 현황'을 보면 새마을 등 이들 3개 단체가 '녹색성장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의 전국 308개 가운데 133개(43.2%) 사업자로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확보한 예산은 전체 59억9245만원(지자체 부담 9억9245만원 포함) 가운데 절반이 넘는 33억5560만원(56.0%)이었다.
이에 대한 새마을의 입장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하는 사업이 국가 정책에 맞는 부분이 많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 조직망에다 회원이 많아 사업 효과가 가장 좋은 조직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있는 것"이라면서 "관변단체 등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또 "정액보조를 받으면 관변단체이지만 현재는 민간협력단체로, 정부와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제도에 있다. 1999년 12월 민간단체들의 지원 신청을 받아 심의해 배분하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통과됐지만 이들 3개 단체의 특혜적 지원을 규정한 조직육성법에 대한 폐지 논의는 더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3대 관변단체의 활동에 대한 논란보다는 이들 단체에만 특혜를 주는 육성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책에 우호적인 단체들을 집중 지원하려는 정부의 '코드 맞추기'식 행태는 물론 이들 단체 또한 스스로의 기득권을 포기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조경만 사무국장은 "전 세계가 시민단체와의 협치를 강조하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시민단체를 국민계도, 정책홍보의 도구로 보는 것 같다"면서 "이미 사문화된 제도를 부활시켜 제 입맛에 맞는 단체를 키우지 말고 지원법 개정과 함께 정부가 돈으로 시민사회를 길들이려는 의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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