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세상 떠난' 안중근 의사와 권희로씨
<머니투데이>
▲ 왼쪽은 영화'도마 안중근'에서의 이토히로부미 저격장면, 오른쪽은 영화'김의전쟁'에서의 야쿠자 사살장면이다.
재일동포차별에 저항해 2명의 야쿠자를 총으로 쏴 죽인 권희로(82)씨가 공교롭게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기일인 26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권씨가 32년7개월의 복역을 마치고 귀국할 때 많은 언론에 의해 민족적 지사나 민족적 영웅으로서 안중근 의사와 비교되기도 했다. 또 그의 석방운동에 앞장섰던 삼중스님(70)은 26일 "생전 권 씨가 가장 존경한 인물은 안중근 의사였다"며 권씨가 안 의사의 기일에 세상을 떠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권씨의 삶을 살펴보면 물론 안 의사의 큰 그릇에 비할 바는 못될지 몰라도 나름 유사한 면면들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일본인을 총으로 쏴죽이고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고 일본법정에서 "이토는 대한독립주권을 침탈한 원흉"이라며 그 죄목을 밝히고 저격의 정당성을 강조한 바 있다.
재일교포2세로 어려서부터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갖은 차별을 겪어온 권씨는 1968년2월 야쿠자2명과 말다툼을 벌이다 상대가 "조센진, 더러운 돼지새끼!"라고 모욕한 것에 격분해 이들을 엽총으로 살해했다. 권씨는 "한국인차별을 고발하기 위해 사건을 일으켰다"라고 주장했다.
안 의사와 권씨의 유사점은 어머니들의 기백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안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는 뤼순감독에 수감된 아들에게 "동포들의 분노를 불타오르게 하려면 네가 그냥 죽어줘야 한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알려졌다.
한편 권씨가 체포당했을 때 그의 모친 박득숙씨는 "일본인에게 붙잡혀 더럽게 죽지 말고 깨끗이 자결하라"며 흰 한복을 전했다고 한다.
안 의사와 권씨는 이들을 석방시키려는 노력들이 있었던 점에서도 비슷하다. 안 의사가 하얼빈에서 체포된 직후 고종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밀사를 보내 안 의사 관할권을 일본법정에서 러시아법정으로 옮겨 구출하려했던 것으로 학계조사결과 밝혀진 바 있다.
한편 권씨는 그의 이야기가 한국에 전해져 1990년부터 그를 석방해달라는 서명운동이 이어졌다. 그는 이에 힘입어 "일본에 다시 입국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1999년9월 가석방돼 영주 귀국하게 된다.
안 의사의 거사와 권씨의 이야기는 각각 영화화되기도 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권씨 역을 연기한 영화 '김의 전쟁(1992)'은 개봉당시 큰 관심을 끌었다. 안 의사의 일생은 몇차례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도마 안중근(2004)'에서는 배우 유오성이 안 의사 역을 맡아 열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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