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즐거운 대장간'
'음악의 어머니'라고 일컫는 헨델이 남긴 곡 중에서도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곡이 '즐거운 대장간'일 것이다. 어렸을 때 조금이라도 피아노 레슨을 받아 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딘가에서 이 곡을 쳐 보았거나 들은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친숙한 곡의 이름은 실제로 헨델 자신이 붙인 것은 아니다. 20대에 영국에 건너간 헨델은 일생을 영국에서 지내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혔다. 헨델이 작곡한 이 곡의 이름은 영국에서 악보출판사를 운영하던 린턴이 대장장이였던 자기 부친을 생각하면서 1822년경 붙인 것이라 한다. 곡이 만들어진지 약 100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헨델은 런던에서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자 비를 피하기 위해 잠시 대장간의 처마 밑에 서 있었는데 그 때 대장간 안에서 노래를 부르며 일하고 있는 직공의 노래를 듣고 이 변주곡의 악상이 머리에 떠올랐다고 한다. 이 곡의 본래 이름은 1720년 영국에서 출판된 '하프시코드 모음곡 제1집' 제5번의 마지막 곡 '에어(Air:아리아)와 변주'이다.
'자자잔'하며 일의 시작을 예감하게 하는 듯한 화음 뒤에 시작되는 아리아의 선율이 대장간의 망치 내려치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 바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대장장이라고 하면 우선 호미, 낫, 괭이 등 농기구 따위를 만드는 직공을 연상시키지만 유럽에서 기마병의 무기를 만들고 말굽을 돌보던 대장장이는 도시나 마을에서 중요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장인이었다. 특히 영국의 대장장이는 특별한 존재였다. 이를테면 기병 중대를 이끄는 장교들은 말의 말발굽 쇠를 위해 대장장이와 마부를 전선에 반드시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또한 영국 중부에 있는 어떤 도시에서는 대장장이가 대대로 결혼식 사회를 맡아보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영국의 성(性) 중에서 가장 많다고 하는 스미스(Smith)는 바로 '대장장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즐거운 대장간'을 영어로 쓰면 Harmonious Blacksmith이다.
비교적 느긋한 리듬으로 시작되는 이 곡은 차츰 변주가 진행됨에 따라 악보가 세밀해지고 화려해진다. 오늘날에는 이 곡이 대부분 피아노로 연주되지만 가능하다면 헨델이 살았던 시대의 피아노라고도 할 수 있는 하프시코드(이탈리아어로는 챔발로)로 연주된 것을 들어보면 좋을 것이다. 그 날카롭게 현을 타는 악기가 내는 독특한 음은 어딘가 그리운 마음을 일으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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