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가물막이’ 희귀종 죽어난다
[한겨레]
'꾸구리' 남한강 작업장서 폐사 확인
사람처럼 눈뜨고 감는 멸종위기 어류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남한강 공사 현장에서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꾸구리가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4일 경기 여주군 도리섬(삼합리섬)에서 단양쑥부쟁이 군락지가 훼손된 데 이어 또다시 멸종위기종의 피해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생태계 파괴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4대강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4대강범대위)는 23일 "경기 여주군 능서면 한강 3공구의 물고기 집단 폐사 현장에서 꾸구리 일부 개체도 함께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유속이 빠르고 자갈이 깔린 여울에 사는 꾸구리는 전세계에서 남한강과 금강 주변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2급)이다. 4대강범대위는 "시공업체가 가물막이를 설치하면서 멸종위기종 서식 확인 및 보호 조처를 취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천 준설을 할 때에는 물고기가 가물막이의 흙탕물에 갇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물고기를 미리 건져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어류 집단 폐사는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대책에서 비롯된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도 나온다. 4~6월은 대다수 물고기의 산란기이지만, 준설공사는 장마 이전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환경영향평가는 "꾸구리의 불가피한 개체수 감소가 예측되며, 공사 단계의 영향을 피해 (꾸구리가) 상·하류 지역과 지천으로 회피 이동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을 뿐,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처럼 물고기의 산란지인 여울이 계속 파헤쳐지면 멸종위기종의 개체 수 변화에 중대한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한강에는 꾸구리와 돌상어, 흰수마자 등 우리나라에만 사는 고유어종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김익수 전북대 명예교수(생물학)는 "꾸구리는 차고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며 "이러한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개체 수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4대강범대위는 해당 구간의 공사를 중단하고 멸종위기종 담수어류의 폐사 현황을 조사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정확한 훼손 경위를 조사한 뒤 관련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MB가 만든 비극’
…남한강 꾸구리의 죽음
사람처럼 눈꺼풀 있어 눈 뜨고 감는 희귀종
'막고 푸기식' 4대강 공사로 서식처 사라져
어릴 때 동네 어른들이 개울을 막고 물을 품어 물고기를 잡는 것을 본 적 있다. 물이 줄어들면서 팔뚝 만한 붕어나 메기가 미친 듯이 돌이나 흙속을 파고들며 도망치다가 잡혔다. 결국은 어린 물고기까지 깡그리 잡혀 솥에 던져졌다. 요즘 이런 식으로 천렵을 하다간 자연파괴란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법정보호종이 안에 살고 있다면 벌금이나 징역형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4대강 사업에선 정부가 앞장서 '막고 푸기' 식으로 물고기 떼죽음을 부르고 있어 말썽을 빚고 있다. 여주보 건설예정지 하류를 준설을 하기 위해 가물막이를 한 곳에서 지난 20일부터 1천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다. 죽은 물고기는 대부분 누치였지만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준설회사가 파묻은 물고기 속에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로 지정된 꾸구리 한 마리를 확인했다.
꾸구리는 한강, 임진강, 금강의 물살이 빠른 여울에 서식하는 모래무지아과의 물고기이다. 우리나라 담수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빛의 세기를 감지해 눈꺼풀의 크기를 조절하는 능력이 있어, 밝은 곳에서는 눈동자가 고양이처럼 세로로 길쭉해진다. 이 때문에 '눈을 떴다 감았다' 할 수 있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골재채취와 보 건설 등의 서식처가 사라져 급격히 줄고 있는 희귀종이다. 이포보와 여주보 사이에는 부처울습지, 백석리 섬 등 홍수 때 범람하는 모래섬과 여울이 많아 국내에서도 꾸구리의 주요 서식지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 12월 이포보 공사현장에서 어류조사를 한 민물고기 동호인 전형배(다음 카페 '어살이' 운영자)씨는 "1시간 동안 3마리의 꾸구리 치어를 확인해 이곳이 번식지임을 알 수 있었다"며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11월 조사에서는 10분에 3~4마리를 확인할 수 있어 개체수가 줄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물막이를 하는 구역 안에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수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진강 상류인 경기도 연천군에 건설중인 군남홍수조절댐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4대강 보와 규모가 비슷한 길이 658m, 높이 26m의 군남댐 공사가 지난해 11월 시작돼 가물막이 공사를 하자 연천군 어민들이 물고기가 떼죽음한다며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민들은 가물막이로 둘러싼 구역의 물고기 수를 100만 마리라고 주장했고, 사업자인 수자원공사는 2만~3만 마리 정도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수자원공사가 어류전문가에게 연구용역을 맡겨 조사한 결과 가물막이로 파괴될 1만8천㎡ 구간의 민물고기 피해규모는 약 25만 마리로 추산됐다. 애초 이 곳에는 40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이 가운데 멸종위기종도 10여 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사에서는 멸종위기종이 아닌 10종만 확인됐다. 실제 피해 규모는 용역 조사에서 추정한 것보다 클 것이란 추정을 할 수 있다. 결국 수공은 어민들에게 2억원 상당의 어류 치어 25만 마리를 방류하기로 합의했다.
조사에 참여한 방인철 순천향대 교수(어류학)는 "물막이 안에 예상한 것보다 많은 물고기가 살아 놀랐다"며 "가물막이 안에 어떤 어종이 얼마나 사는지 조사해 공사과정에서 이들이 떼죽음하지 않도록 대피시키는 등의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진강의 예를 4대강에 적용하면,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수백만~수천만 마리의 물고기가 목숨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나자 여주 준설공사 관계자가 " 뜰채로 물고기를 건져내 강물에 풀어놓으려 했지만 너무 물고기가 많아 살릴 수 없었다"고 말한 데서, 공사구간에서 죽어갈 물고기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남한강의 이포보~강천보 구간은 한강에서 자연성이 살아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서, 꾸구리, 돌상어 등 멸종위기종의 주요한 서식지로 꼽힌다. 그러나 정부는 서식처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2012년까지 꾸구리와 돌상어의 증식·복원 사업에 착수했을 뿐 공사과정에서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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