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영문애칭 '드렁큰 라이스'…뭔가 이상해!
술취한 동양놈? …부정적 이미지 영향 줄 우려
누리꾼 반발이어지자 농식품부, 긴급 진화나서
우리술 막걸리의 세계화를 위해 실시된 영문 애칭공고에서 '드렁큰 라이스'가 1위로 뽑혔지만 의미를 두고 논란을 빚자 농림수산식품부가 부랴부랴 해명하는 등 진화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6일, 막걸리 영문애칭에 대한 전문가들의 심사결과 드렁큰라이스(Drunken Rice)가 1위로 뽑혔고 막걸리와 알콜의 합성어인 막콜(Makcohol)과 막걸리와 불로장생약이라는 뜻을 합한 막컬리서(Markelixir)가 그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드렁큰 라이스는 막걸리가 쌀로 만든 술이라는 것을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다는 의미로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특히 유명 힙합가수인 드렁큰 타이거 등과 연계해 한국의 대표술 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농식품부는 드렁큰 라이스나 막콜, 막컬리서 외에도 한주(Koju)나 코리(Kori), 탁하니(Takani), 나누리(Nanuri), 술술(Soolsool) 등 막걸리가 가진 의의와 가치를 재미있게 표현한 것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막걸리 영문애칭 공모에는 어문학자와 막걸리 평론가, 관광산업계 등 각계 전문가 5명이 참여했고 한국게 외국인으로 음식칼럼니스트인 Daniel Gray씨와 관광마케팅에 종사하는 Michael P. Sapvor씨 등도 참여했다.
농식품부는 또 공모전과 별도로 막걸리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영문설명안에 대한 해외 현지조사를 벌인 결과 'Korea rice wine'이 가장 막걸리를 외국인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4월 21일에서 26일까지 뉴욕과 LA, 싱가폴,홍콩,도쿄,베이징,네델란드 등 11개 지역에서 현지의 성인 21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Korea rice wine' 외에는 'Korea milky rice alcohol'이나 'Korean sparkling rice alcohol' 등이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
막걸리 영문표기 ‘드렁큰 라이스’, 누리꾼들 “헐~”
그러나 '드렁큰 라이스'라는 용어에 대해 전문가와 누리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드렁큰(drunken)의 사전적 의미는 "술에 취한"이라는 뜻으로 드렁큰 라이스는 "술에 취한 쌀"이라는 의미로 비춰질 수도 있다. 실제로 한 외국인은 "드렁큰 라이스라는 막걸리의 애칭이 흥미롭다(interesting)"면서도 "취한다는 두려움을 줄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드렁큰은 술에 취해버린 뜻으로 생각된다”며 “외국에서는 술에 취하는 것을 관대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부적절한 애칭”이라고 비판했다.
또 우리 전통의 술인 막걸리의 영문애칭을 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막걸리라는 고유명사를 왜 굳이 영어로 변경해야 하느냐는 주장이 많이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일본의 전통주 ‘사케’는 외국에서도 그냥 ‘사케’로 부른다”며 “왜 한국 전통의 술을 외국 이름으로 바꿔야 하냐”고 비판했다.
막걸리의 영문 애칭인 ‘드렁큰 라이스(Drunken Rice)’가 동양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28일 캐나다에 거주한다는 한 네티즌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에 “드렁큰 라이스는 ‘술취한 동양놈’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 라면 막걸리의 세계화를 꿈꾸며 선정한 영문 애칭이 ‘술취한 쌀’이라는 사전적 해석을 넘어 동양인, 나아가 한국인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심을 수 있다.
“막걸리 영문애칭 ‘드렁큰 라이스’는 ‘술취한 동양놈’ 의미”
15년간 영어 번역가로 활약한 박모씨는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리는 동양인을 목격한 상황 등에서 ‘Drunken Rice’라고 딱 집어 일컫는 표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Drunken’은 상당히 안 좋은 어감의 표현이고, 동양인의 주식이 쌀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단순히 쌀을 넘어 동양인이 비하될 수 있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문 애칭에 대한 소식을 뉴스를 통해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놀랐다”며 “내 주변에 전문 번역가들도 어떻게 저런 표현이 1위에 뽑혔냐며 의아해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남원준 교수(영어통번역학과 학과장)는 “외국인 교수 4명에게 물어보니 Drunken과 Rice를 연결해 동양이나 한국인을 비하는 특정 표현이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Drunken이란 말 자체가 이미 부정적인데다 Rice가 자신들이 아닌 동양인의 주식이란 것을 다 알고 있어 농담으로 동양인을 빗댈 가능성은 있다는 의견을 보내왔다”며 “결론적으로 ‘술취한 동양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네티즌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드렁큰 라이스?… 애칭은 애칭일 뿐
이처럼 누리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농식품부가 막걸리의 이름을 바꾸는 즉 개명(改名)하는 것이 아니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8일, 일부 네티즌들이 막걸리의 명칭이 "막걸리"에서 "드렁큰 라이스"나 "막콜" 등으로 개명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번 막걸리의 영문애칭 공고에 3,910건이나 응모되는 등 국민들의 관심이 많았다며 이는 막걸리의 영문명칭을 새로 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우리 막걸리 업체들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현지인들에게 친숙한 애칭을 지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막걸리의 명칭은 막걸리이며 영문명칭도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Makgeolli로 표기된다고 덧붙였다.
또 드렁큰 라이스가 공모심사에서 1등을 하기는 했지만 외국인이 포함된 심사단이 공모된 것 가운데 우수한 것을 선정한 것일뿐 최종적으로 1개 애칭만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제시된 안 뿐 아니라 추가 대안에 대한 검토와 의견수렴을 더 거쳐 단일한 대안이 나오는 경우 최종적으로 막걸리와 함께 애칭으로 불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란다. 어륀지~ 논란으로 시작된 이 정부가 하는 짓이 늘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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