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아주 특별한 이유 3가지
[OSEN]
언젠가부터 한국 안방극장이 '막장 프로그램' 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청자들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이들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을 보이면서 흥행을 위한 필수 조건이 돼 버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그 흔한 섹시 코드나 폭로성 발언 없이도 승승장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 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자의 자격)이다.
프로그램 시작 전만 해도 '남자의 자격'이 시청자로부터 이렇게 큰 호응을 얻게 되리라고 예상했던 이는 거의 없었다. '국민 MC' 이경규가 버티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머지 멤버들의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을 뿐더러 남성들만 잔뜩 모인 주말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게 다소 생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활 멤버 김태원과 배우 김성민, 이정진 등은 버라이어티에 거의 출연한 적 없는 '예능 초보'였기에 제작진의 이러한 선택에 의아해 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들은 의외의 예능감을 발휘하며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때로는 재미있는 면모로, 때로는 진지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리며 '남자의 자격'을 인기 프로그램 반열에 올려놨다. 김태원의 경우 '국민 약골' 이윤석보다 저질 체력을 선보여 '국민 할매'라는 애칭까지 얻기도 했다.
'남자의 자격'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보다 7명 멤버들의 성장 스토리가 주는 독특한 감동 덕분이다.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는 부제처럼 그동안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다양한 미션에 도전해왔다. 리마인드 웨딩, 금연. 육아체험, 전투기 F16 탑승, 지리산 종주, 하프마라톤 완주, 밴드 결성 등 크고 작은 미션들로 일요일 저녁 안방극장을 즐겁게 했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1일 방송된 '남자, 그리고 요리' 편에서는 멤버들이 직접 요리를 만들어 지인에게 대접하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각자 하나씩의 메뉴 미션을 받은 멤버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해 요리에 임했다. 서툰 솜씨였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노력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요리가 평생 처음이라는 이윤석은 가스렌지 불을 켜는 것에서부터 참기름 뚜껑을 따는 것까지 모든 과정에서 고전했지만 '절친' 서경석에 자신이 만든 음식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그의 요리를 받아 든 서경석은 친구가 상처받을까 걱정된다며 '도저히 먹기 힘들 것 같아 보이는' 음식을 맛봐 두 사람의 우정을 다시금 확인시켜 줬다. 김성민의 초대로 자리한 김영옥이 이윤석에 "아무리 요리를 못해도 부인에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한 것도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버라이어티에 난무하는 연출 부분을 최대한 배제한 채 있는 그대로의 멤버들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남자의 자격'만의 인기 요소다. 현실과 방송이 구분되지 않는 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옆집 아저씨 같은 친밀함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동시간대 꼴찌에서 1위로 치고 올라온 '남자의 자격'. 자극적인 내용이 난무하는 방송 환경에서 그만의 인기 비결로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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