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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량지수의 정체는?

또다른공간-------/생활속의과학

by 자청비 2010. 8. 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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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측정의 절대적 기준 안돼

[이덕환의 과학세상] 체질량지수의 정체는?

 

디지털타임스


만병의 근원이라는 비만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현대 문명 덕분에 힘든 노동에서 벗어난 우리가 영양가가 풍부하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게 된 탓이다.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꿈에서나 그리던 쌀밥과 쇠고기가 이제는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심지어 쌀밥에 의한 탄수화물중독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비만을 평가하는 방법이 놀라울 정도로 어설프다. 의학계에서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체질량지수'(BMI)부터 그렇다. 체질량지수는 프랑스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 통계학자였던 아돌프 케틀레가 19세기 중엽에 `사회물리학'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특성을 파악하는 수단으로 고안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뚱뚱한 정도에서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회적 특성을 찾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순진한 시도였다. 의학적 요소를 고려했던 것도 아니고 건강진단을 위해 개발했던 것도 아니다. 처음부터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케틀레의 체질량지수는 킬로그램으로 표시한 몸무게를 미터로 표시한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체질량지수가 18.5에서 25 사이의 값이면 정상이라고 판정을 한다. 그러나 케틀레가 체질량지수를 개발했을 때는 미터법이 만들어지기도 전이었다. 더욱이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는 키가 작을수록 그 값이 작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 몸의 체적(體積)은 키의 제곱이 아니라 세제곱에 비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키가 작으면 몸집이 커도 된다는 의학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케틀레 지수는 연령과 성별을 비롯한 개인적 특성은 물론이고 명백하게 존재하는 인구학적 차이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기준이다. 케틀레 지수를 혈압이나 심장박동수와 같은 생리적 특성과 비교할 수는 없다. 임의적일 수밖에 없는 체형을 근거로 사람의 성격, 건강, 운명을 점치는 일부 전통의학의 황당한 주장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장롱 속에 묻혀 있던 케틀레 지수가 되살아난 것은 케틀레 지수로부터 `체지방 비율'을 추정하는 공식이 등장하면서부터였다. 체지방 비율은 우리 몸에 들어있는 지방의 비율이다. 그러나 체지방 비율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살아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사람마다 체지방은 물론이고 뼈, 근육, 장기 등을 포함한 신체 구성 요소의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은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포함된 지방의 양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라고 사정이 다를 이유는 없다.

 

물론 체지방 비율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은 몸의 조직에 의해 흡수되는 파장의 X선과 체지방에 흡수되지 않는 파장의 X선을 이용해서 얻은 이미지를 컴퓨터로 비교하는 것이다. 수중 부력의 측정을 이용해서 얻은 몸의 평균 밀도를 이용해서 추정하는 방법도 있다. 모두가 몹시 복잡해서 쉽게 활용할 수는 없다.

 

손이나 발을 통해 약한 전류를 흘려주면서 전기 저항이나 전도도를 측정하는 단순한 장치도 있다. 수분을 흡수하지 않는 체지방이 많으면 전기 저항이 커진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그런 장치가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한 측정 방법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신체의 구성과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기 저항이 비슷하더라도 체지방 비율은 크게 다를 수 있다. 심지어 검사 전의 수분 섭취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비만과 과도한 체지방이 건강에 적신호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적정한 체중과 체지방 비율은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19세기에 사회통계용으로 개발했던 지수를 무작정 의학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일 수가 없다. 이덕환(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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