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은 지구…기후 대재앙 현실로
지구촌 곳곳 기상 이변
폭염·물난리로 전세계 몸살
한반도도 찜통더위·소나기
북극빙하 붕괴 온난화 상징
<한국일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가 몰고 온 재앙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는가 하면 아열대 지방에서나 볼 수 있었던 소나기가 내리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울 면적의 40% 크기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지난 5일 그린란드에서 떨어져 나와 북극해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AP 통신은 이 빙하가 석유 탐사와 해상 운송이 활발한 캐나다 뉴펀들랜드 부근까지 남하하면 타이타닉호 침몰과 같은 엄청난 충돌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 빙하는 1962년 이후 북반구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로 바로 지구 온난화의 상징이 될 것이란 것이다.
기상 이변이 몰고 온 자연 재해는 홍수, 산사태, 혹서, 산불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서북부 간쑤(甘肅)성 간난(甘南) 티베트족 자치주의 저우취(舟曲)현은 지난 8일 폭우와 함께 일어난 산사태 탓에 멀쩡했던 마을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최소 127명이 사망하고, 주민 4만5000명이 긴급 대피한 상태다. 러시아 모스코바 일원에서 일어난 산불은 푸틴 총리까지 직접 소방 헬기를 몰고 진화 작업에 나선 가운데 지난 8일 49건이던 산불이 갈수록 확산돼 830건으로 늘어나는 등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8월 평균 기온이 섭씨 24도 수준이던 것이 연일 38도까지 수은주가 치솟는 등 130년만의 최고 혹서까지 이어지는 등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밖에 독일 동부와 체코,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유럽은 물론 인도와 파키스탄 등지에서 폭우로 인한 홍수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기후 재앙은 직접적인 1차 피해 뿐 아니라 심각한 2차 피해까지 야기한다. 세계 3위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의 유례없는 폭염과 주요 곡창 지대인 인도 펀자브 지역의 폭우 피해로 곡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5일 극심한 가뭄에 따른 수확량 감소를 예상해 연말까지 밀을 비롯한 곡물 수출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러시아 정부는 시민들의 사재기로 식료품 폭등 조짐이 보이자 쇠고기, 돼지고기, 생선, 우유, 버터, 빵 등 기초 식료품의 가격을 통제하고 나섰다.
홍수 지역은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전염병 발생의 위험을 안고 있다. 동물 시체나 각종 생활 쓰레기들이 그대로 방치돼 콜레라 등 각종 수인성 전염병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한반도는 올 여름 내내 찜통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오후부터 남해안 지역에 영향을 미칠 제4호 태풍 '뎬무'도 무더위를 누그러뜨리지 못해 찜통 더위는 다음달 초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1일부터 8월8일까지 총 39일 동안 일평균 기온이 1971년부터 2000년까지의 평균보다 높은 날이 무려 34일이나 많았다. 8월에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평년 대비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7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0.8도 높은 25.3도로, 한 달(31일) 중 평년보다 더웠던 날은 모두 26일이었다.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도 최근 11년 이래 가장 많았다. 올해 6월부터 8월8일 사이에 열대야 발생일수는 6.3일로 2000~2010년 평균(3.7일)과 비교할 때 2배에 가까웠다.
기상청은 평년보다 무더운 날이 많은 것은 인도네시아 부근 해역에서 형성된 강한 대류(deep convection) 현상에 의한 에너지가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을 강화시켰고, 적도에 치우쳐 발달한 이 고기압을 따라 서태평양의 덥고 습한 공기가 우리나라로 직접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라니냐'의 초기 현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태풍이 지나갔어도 한반도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한가운데 들어 낮 동안 기온이 더 올라갈 전망이다.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 위치했던 7월 동안 덥고 습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됐다면 이제부터는 바람도 적고 해가 쨍쨍한 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예년보다 오래 유지되면서 고온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이상 고온 역시 지구 온난화의 영향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이미 30년 전 시작됐다. 월러스 스미스 브뢰커 컬럼비아대 교수가 처음으로 '지구 온난화'의 개념을 거론하면서 앞으로 기후 변동성이 커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단순히 더운 지역을 더 덥게, 추운 지역을 따뜻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날씨의 변동 폭이 더 커지면서 생활 패턴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예측 불가능한 자연 재앙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러시아 '살인폭염' 파키스탄 '대홍수' 서로 관련있다?
美 박사 "몬순 영향"
세계일보
'러시아의 기록적인 폭염과 파키스탄의 대홍수.' 지금 지구촌에서는 극과 극의 기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중서부는 두 달 넘게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독한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7000여 명이 더위로 숨진 것을 비롯해 러시아 전역에서 1만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수마(水魔)가 덮친 파키스탄에서는 피해 인구가 1400만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이 양극의 자연재해가 서로 관련됐을지 모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파키스탄의 저기압으로 대류권 상층부로 밀려 올라간 더운 공기가 러시아 중서부 지역으로 이동한 뒤 하강하면서 폭염을 불렀다는 얘기다. 미국 과학 전문지 '와이어드'가 10일 미 국가대기연구센터(NCAR)의 케빈 트렌버스 박사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설명한 가설은 이렇다.
파키스탄과 인도 지역에서는 매년 여름 인도양의 덥고 습한 공기가 육지로 유입된다. 더운 공기는 저기압에 의해 상승해 이 지역에 많은 양의 비를 뿌리고, 그 결과 뜨겁고 건조해진 공기는 서북쪽으로 이동해 지중해 지역에서 하강하는 것이 보통이다. 지중해 여름이 고온 건조한 것은 이와 관계가 깊다. 그런데 올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상공의 뜨거운 공기가 모스크바까지 올라가 이 지역에서 하강했다.
트렌버스 박사는 "아직 자세한 연구는 해보지 않았지만 (러시아 폭염과 파키스탄 홍수는) 몬순과 관련된 대순환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바다 온도가 섭씨 1도 오르면 강수량은 16% 정도 늘고, 얼음이 녹으면 햇빛 반사량이 줄어 지표는 뜨거워진다. 올해 북반구 여름은 130년 만에 가장 덥다. 파키스탄의 홍수와 러시아의 찜통더위는 뜨거운 인도양과 줄어든 해빙(海氷)의 합작품이라는 얘기다.
기후변화 재앙에‘언어’도 사라진다
경향신문
덴마크령 그린란드 북서쪽에 있는 시오라팔룩은 사람 사는 곳 중 지구상 맨 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이곳에 이누이트 원주민 일족인 이누구이트 부족 70여명이 살고 있다. 1818년 스코틀랜드 탐험가 존 로스가 도착하기 전까지 이누구이트족은 '바깥 세상'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후 200년이 흘러 그린란드 대부분 지역이 유럽화, 기독교화됐지만 이누구이트족은 물개와 고래 등을 사냥하고 낚시를 하며 전통적인 생활방식과 무속신앙을 이어왔다.
이누구이트 언어는 수많은 이누이트 방언들 중에서도 원형을 간직하고 있어 '언어의 화석'이라 불린다. 하지만 이들이 자기네 말과 문화를 지키며 살 수 있는 시간도 10~15년밖에 남지 않았다. 삶의 기반인 얼음이 기후변화로 녹고 있기 때문이다. '만년빙'이 얇아져 물개 수가 줄었고, 개썰매 이동도 힘들어졌다. 이누구이트족은 원래 그린란드 북쪽 툴레에 살았으나 미국이 덴마크와 협상, 그곳에 미사일기지를 만들면서 1953년 시오라팔룩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이제 그곳마저 녹아내릴 처지다. 이대로라면 머잖아 고향을 버리고 남쪽 도시로 내려가야 한다. 도시에 적응하려면 토착언어는 버리는 수밖에 없다.
영국 가디언은 13일 기후변화로 위기를 맞은 이누구이트족 언어와, 이를 채록하려는 학자들의 노력을 소개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언어인류학자 스티븐 레너드는 이누구이트 마을에 1년간 살면서 전해오는 이야기들을 채록할 계획이다. 문자기록은 없지만 이누구이트족은 풍성한 구전문화를 갖고 있다. 언어가 사라지면 그 안의 지혜도 모두 사라진다. 레너드는 "이누구이트 언어를 기록으로 남길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알래스카의 시슈마레프 마을은 얼음땅이 녹아 해안이 깎여나가면서 13가구는 내륙으로 이사를 가고 두어가구밖에 남지 않은 폐촌으로 변했다. 셸튼 코케옥(65)은 아내와 함께 나무집에서 버티고 있다. 이들마저 마을을 떠나면 코케옥이 속한 이누피아트 에스키모족 언어는 몇년 못 가 사라질 것이다.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것은 기상이변과 홍수만이 아니다. 지구 북단에서는 얼음땅에 살던 부족들이, 아시아·태평양에서는 해수면 상승에 터전을 잃은 섬 원주민들이 외지로 이동하면서 토착언어가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빈곤, 개발, 식민주의 등이 토착언어의 소멸을 가져오는 요인들이었는데 지금은 기후변화도 한 요인으로 떠올랐다. 세계의 언어는 6700여종에 이르지만 그중 28%는 사용자가 1000명 미만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소사이어티에 따르면 여러가지 이유로 전 세계에서 2주에 한 개씩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2100년에는 세계 언어의 절반이 넘는 3500종이 없어진다. 그 언어들에 담긴 지혜도 사라질 것이다. 이는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끈들이 사라진다는 뜻'이라고 학자들은 지적했다.
북극 빙하서 ‘맨해튼 4배’ 크기 얼음 덩어리 분리
로이터
▲ 초대형 얼음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기 전인 2009년 항공촬영한 페터만 빙하의 모습. 페터만 빙하는 260㎢ 규모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48년만의 최대 규모 빙하 분리로 기록됐다.북극해 AFP
북극의 2대 빙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피터만 빙하에서 미국 뉴욕 주(州) 맨해튼 크기의 4배에 달하는 초대형 얼음 덩어리가 떨어져 나갔다고 6일(현지시간) 과학자들이 밝혔다. 미국 델라웨어 대학 안드레아스 무엔초우(해양물리학) 교수는 "5일, 그린란드 최북단에 위치한 피터만 빙하에서 표면적 260㎢, 높이 200m에 달하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분리됐다. 이는 이 빙하의 4분의 1 크기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48년 만에 발생한 최대 규모의 빙하 붕괴"라며, "분리된 빙하가 녹을 경우 120일 동안 미 전역 수돗물 소비량과 맞먹는 양의 물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 얼음덩어리는 북극에서 남쪽으로 1,000km 떨어진 나레스 해협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온이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시기로 기록된 가운데, 이번 빙하 분리가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에 일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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