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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트위터 세상

세상보기---------/현대사회 흐름

by 자청비 2010. 10. 2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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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 사망…해운대 화제…온두라스 한인 누명…트위터가 처음 알았다
속보→중계→여론형성까지

직업기자 취재 창고 노릇에

'트위터타임스'로 영역 확장

 

[한겨레]

 

지난 7월16일 오후 1시,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사장 휴 헤프너가 트위터에 흥미로운 멘트를 올렸다. "I'm buying, not selling."(매도가 아니라 매수에 나설 거다) '경쟁사인 펜트하우스가 플레이보이를 사들이려 한다'는 뉴스사이트를 링크한 팔로어(구독자)에게 헤프너가 곧장 '사실과 다르다'고 응답한 것이다. 트위터가 팩트를 생산한 셈이다. 이는 트위터가 단순 뉴스 전달에서 생산의 도구로 발돋움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트위터가 전통 미디어의 사각지대에서 위력을 발휘한 사례는 즐비하다. 최근 사례를 보면 사건·사고 속보에서 전통미디어를 압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지난해 1월 미국 허드슨강 여객기 불시착 사고는 현장 부근 여행객의 스마트폰을 통해 처음 타전됐으며 한 승객의 트위터 메시지로 실시간 중계됐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부부의 자동차 사고를 가장 먼저 알린 미디어 역시 트위터였다. 페루 강진과 이란 대통령 선거 후 테헤란 시위 사태도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보가 전달됐다. 한국에서도 지난 추석 때 폭우 발생 상황이 각 지역의 트위터리언(트위터 이용자)을 통해 중계돼 피해 상황 파악에 큰 도움이 됐다. 트위터리언들이 1인 미디어로 '실시간 미디어' 노릇을 자처했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트위터는 전통 미디어가 포착하지 못한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온두라스에서 살인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17일 무죄를 선고받은 한지수(27)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8월 '온두라스 한국인, 억울한 살인 누명'이란 글이 트위터의 리트위트(퍼뜨리기)를 통해 급속히 전파됐다. 트위터를 통해 한씨 구명운동 소식을 접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같은 해 11월 국회 상임위에서 정부가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트위터에 질의내용과 답변을 실시간 공개했다. 이는 외교통상부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으로 이어졌다. 한씨의 언니는 당시 정 의원의 트위터에 "트위터의 힘에 놀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트위터가 때론 뉴스의 진원지가 된다. 유명인들이 트위터에 내뱉는 '재잘거림'(트위트)은 곧 뉴스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지난 7월 트위터에 '한국방송 내부에 출연금지문건이 돌고 있어 출연이 안 된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씨는 "속상함을 털어놓은 것"이라고 했지만 < 한국방송 > (KBS)은 명예훼손 혐의로 김씨를 고소했다.

지난달에는 아나운서 출신 사설학원 대표 김아무개씨가 지인에게 '형!! 혹시 연세대 수시 접수하면 연락주세요. 저희 집사람 입학사정관인지 아시져?'란 게시물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트위터에선 특혜 의혹이 제기됐고 연세대는 김씨의 아내를 수시 전형 업무에서 배제했다.

 

트위터가 전통 미디어 영역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 결정판이 바로 트위터타임스(http://twittertim.es/)다. 트위터타임스는 트위터에 오른 글 중 분야별로 인기순위를 자동 측정해 빈도가 높은 글의 트위터가 게재되는 플랫폼이다. 트위터의 단점인 휘발성 때문에 놓치는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고 인기 트위터를 팔로잉해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다. 트위터리언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네트워크 형태의 '뉴스창고'인 셈이다.

 

 

 

“눈 보며 소통…선량한 관리자 습성 지녀”
팔로어 9만명의 박경철씨

 

'좋은정보 RT @jojuntae: @chondoc 제가 자주 가는 사이트에 올라온 글인데 꽤 인상 깊게 읽어서 같이 읽어보면 좋을 듯하며 링크 남겨봅니다. ^^ 배추밭떼기와 중간유통과정에 대한 지식 http://bit.ly/dvRz38'


'시골의사'이자 경제증시 전문가인 박경철(46·사진)씨가 지난 14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chondoc)에 링크사이트를 리트위트(ReTweet: 자신이 팔로잉하는 사람의 글을 자신의 팔로어들에게 재전송) 했다. 이 주소를 클릭한 박씨의 팔로어들은 배추 유통과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비뚤어진 유통 질서에 대해 한마디씩 댓글을 남겼다. 박씨가 트위터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박씨는 트위터 입문 6개월차로 팔로어가 24일 현재 9만5900여명이다. '맞팔'(서로 팔로)은 조건 없이 받는다. 가끔 팔로어가 많아 힘에 부치긴 하지만 '내가 재잘거리는 만큼 누군가의 재잘거림도 듣는다'는 트위터의 특성상 '맞팔은 기본'이라는 생각이다. 박씨는 "신문, 방송에 출연하면 그쪽에서 묻는 주제에 대해서만 얘기해야 하지만 트위터는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얘기할 수 있다"며 "담론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인지 즉각 확인돼 자기 확신에 빠지는 오류도 교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던진 담론이 자생력이 있을 경우 팔로어들을 통해 '세포분열'처럼 확산된다는 점도 매력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위터는 '아바타'를 키우는 것"이라며 "평소 놀기도 하고 토론도 하는 '아바타'의 모습으로 대중과 소통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트위터리언들이 트위터를 자기 분신처럼 여겨 '선량한 관리자'가 되려는 습성이 있다고 본다. 트위터가 높은 신뢰도에 기반해 집단지성화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여기서 찾는다.

 

"트위터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소통한다는 점에서 인터넷 댓글과 성격이 다르다." 박씨는 단적인 예로 박용만 ㈜두산 회장과의 일화를 털어놨다. 그는 지난 7월26일 박 회장의 트위터에 "중대 학생 사찰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박 회장은 "중앙대 일은 박범훈 총장께서 발표를 하셨더군요. 그것이 팩트(사실)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박 회장의 답변에 따져물으며 이전투구했다면 트위터에선 실패한 소통"이라며 "'질문과 답'을 통해 이를 지켜본 팔로어들이 다같이 판단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설득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게 '트위터 소통'의 한 특성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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