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한 해를 보내며 …
이제 다시 한 해가 간다. 아련히 향수에 젖어 일상을 돌아본다. 언젠가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왔다. 내 인생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날이 오길 꿈꿔왔다. 올해 초 한 친구가 명퇴당했다. 벌써 늙었다고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시기가 언젠간 올 것이라는 생각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막상 또래 친구들이 당하고 나니 황망하기 그지없다. 올 하반기 대기업 인사에서 40대 초반들이 대거 이사로 진입했다고 한다. "아하~ 벌써 이렇게 밀려나는구나! 아직 주인공도 못해봤는데…"
연말에 친구들과 송년모임이 몇차례 있었다. 민주주의와 정의를 떠들던 친구들의 입에서 자식들의 교육문제, 노후 대비 문제들이 주요 의제로 올려졌다. 기성세대를 통렬하게 비판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기성세대가 되어 이젠 비판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세월의 무상함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그렇게 아쉬움속에서 이제 다시 한 해를 보내야 한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잠들기 전에 가야만 할 먼 길이 있다(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며 고단한 생의 영속성을 얘기했다. 카뮈는 그런 삶을 '시지포스의 형벌'이라고 했다. 제우스의 미움을 샀던 시지포스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과 싸우며 무거운 바위 덩어리를 산 위로 올려야만 했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에 매달리는 우리들의 사는 모습이 어쩌면 시지포스의 삶은 아닐런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하지만 내 삶은 왜 달라지는게 없을까. 주인공 근처에도 못가보고 조연만 하다가 이대로 끝나버리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진다. 그런데 또 1년이 지나간다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는 말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판도라의 상자 안에 남아 있던 희망을 품고 사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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