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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의메아리-----/주저리주저리

by 자청비 2011. 1. 1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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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직장인의 죽음

 

 

 

 

 

 

잘가게나!

어디서부터 틀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제 삶과 죽음이 갈라져버렸네! 영원히 그렇게 될 것은 아니지만 회한이 너무 많네. 아직 청춘인데, 이렇게 되서는 안되는데 …. 원체 남의 생활을 간여하고 싶어하지 않는 성격상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네. 자네가 휴직했다가 복직한 이후 이따금 내 나름대로 진심어린 조언을 한다고는 하였지만 이미 자네에겐 다시 회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모두 꺾인 상태였던 것 같네. 결국 나의 조언은 자네에겐 그저 지나가는 소리였을 뿐이었다네. 몸이 안좋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급격하게 이별할 줄은 정말 몰랐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크다네.

 

9년여전쯤 교문체부 시절, 우리는 황금콤비였다네. 내부에서 보다 오히려 밖에선 그 진가를 인정해줬지. 성격이 모나지 않아 심성이 곱고, 천진스러우면서 불평불만을 내색않으면서 잘 따라주었지. 이후 내 코가 석자이다보니 그 사이 자네와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없었고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였다네. 그렇게 9년여 흐른 뒤 삶과 죽음이 갈라져버렸다네.

 

자네를 보내던 지난 이틀동안, 자네가 이따금 애를 봐줄 사람이 없다며 사무실에 데려왔던 큰 딸과 아들-자네를 닮아 무척 천진스러웠지-이 아비를 읽은 슬픔으로 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네. 뒤늦게 얻었다고 좋아했던 늦둥이 딸은 아직 철모르고 엄마찾아 뛰어다니고 …  그러고 보면 그 사이 정말 세월이 많이 흘렀다네. 학교에 안다니던 큰 딸애가 지금은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니 말일세. 그런데 그 이틀동안 자네의 모습은 한쪽 벽면에 있던 사진 이외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네.

 

이제 자네는 자연으로 돌아갔네. 언젠가는 모두 가야할 길이기에 조금 일찍 갔다고 슬퍼하지는 말게. 다만 어린 자네 아이들을 하늘나라에서라도 잘 보살펴주기 바라네. 우리들의 인연이야 직장동료로, 학교 선후배로 만났다가 헤어지고 나중에 어디선가 다시 만나고 ….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그런 것 아닌가. 쿨하게 헤어짐세! 그동안 좀 더 따뜻하게 대해주고 좀 더 함께 고민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네. 하지만 이젠 부질없는 생각일세.

 

이제 여기 남은 사람들은 지금은 슬퍼할지언정 조금 지나면 자네를 잊어버릴걸세. 물론 어쩌다 생각날 때도 있겠지. 퇴근후에 술을 한잔하다가, 혹은 업무를 하다가 자네를 떠올리기도 할걸세. 하지만 자네를 영원히 가슴속에 담아두지는 못할걸세. 우리의 인연은 이것밖에 되지 않으니까. 미안하네, 그리고 잘가시게! 후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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