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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스칼라 극장

힘들고지칠때------/클래식향기♪

by 자청비 2011. 1. 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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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산책] 마리아 칼라스 배출한 밀라노 스칼라 극장

매일경제

 

오페라 `아이다`에 등장하는 이집트의 영웅 라다메스 장군을 노래하는 로베르토 알라냐의 머리 위로 `우우~` 하는 사나운 야유가 쏟아진다. 그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테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야유를 피해갈 수 없다. 바로 이탈리아가 전 세계에 자랑하는 최고 오페라하우스인 밀라노의 스칼라극장이다. 결국 관객의 극성스러운 야유를 견디지 못한 알라냐가 공연 중간에 무대를 내려가 버리고 말았다. 스칼라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스칼라극장은 18세기 후반에 건립된 유서 깊은 오페라하우스다. 멋과 패션의 도시, 미식(美食)의 본고장, 화려한 문화예술의 도시인 밀라노에서도 가장 전통 있는 극장이며 세계 오페라의 종가(宗家)이자 중심이며 또한 표준이다. 오페라는 이탈리아에서 생겨났고 이곳에서 꽃피워졌으며 이탈리아인들의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예술인데, 그 오페라의 본산이자 최고봉이 바로 밀라노에 있는 스칼라극장이다.

 

스칼라가 배출한 대표적 스타로는 그리스 출신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가 오기 전 이 극장의 최고 스타는 이탈리아 출신의 레나타 테발디였다. 비단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테발디는 대단히 뛰어난 소프라노였으나, 칼라스의 극적이고 온 몸을 내던지는 듯한 전율적인 노래와 연기를 맛본 관객들은 순식간에 그녀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칼라스는 스칼라에서 `라 트라비아타` `노르마` `루치아` `토스카` 등 그녀의 대표적인 걸작 오페라 공연을 쏟아냈으며 결국 테발디는 칼라스에게 밀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으로 떠나고 만다.

 

20세기 중반, 즉 칼라스 시절의 스칼라 오페라하우스는 탁월한 예술가들의 활약과 음반산업의 융성 등이 어우러져 사상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성악가로는 칼라스를 위시하여 마리오 델 모나코, 주세페 디 스테파노, 티토 곱비, 줄리에타 시묘나토 등이 있었고 빅토르 데 사바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 전설적 지휘자들이 이들을 강력한 카리스마로 이끌고 나갔다. 또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한 루키노 비스콘티, 프랑코 제피렐리 등이 칼라스의 극적인 연기력에 주목하여 화려한 무대미술과 연극을 방불케 하는 실감나는 오페라 무대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칼라스의 인기는 대중가수의 그것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그녀가 마시는 와인, 단골식당과 카페 등은 순식간에 밀라노 최고 명소가 되었고, 칼라스가 노래하는 날이면 스칼라극장 주변과 두오모광장의 식당과 카페들은 밤늦은 시각까지 오페라를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칼라스의 압도적인 매력에 빠져든 밀라노의 신사들은 `칼라스당`을 만들어 그녀의 모든 것을 옹호하고 변호했다. 그들은 칼라스가 은퇴한 이후에도 후배가수들이 기대 이하일 때는 가차 없이 야유와 휘파람을 불어대 한동안 모든 소프라노들의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레나타 스코토가 공연 후 커튼콜 자리에서 꽃다발 대신 배추다발을 맞은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칼라스당이 볼 때 그녀의 노래는 꽃다발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생전에 가장 노래하기 까다로운 곳으로 스칼라를 꼽았다. "이곳 관객들은 세상에서 가장 까다롭고 엄격하다. 노래의 호흡 하나, 가사의 발음 하나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곳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나 찬사와 기립박수만 받아왔던 내가 야유를 걱정해야 하는 유일한 극장이다."

 

스칼라의 위대한 전통은 최고 예술가들과 수준 높은 안목을 지닌 관객들이 오랜 시간 함께 만들어낸 자부심의 총체이다. 이곳은 누가 뭐래도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 오페라하우스며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오페라가 공연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황지원 음악칼럼니스트ㆍ문화공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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