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3년과 언론의 카드
미디어오늘
[김광원 칼럼]
“자유국가에서 이루어지는 검열행위는 독재국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교묘하고 철저하다. 달갑잖은 주장은 침묵하게 하고 불편한 사실은 은폐시키기 마련이다.”
언론에 대한 자본지배의 폐해를 미국의 언론학자 로버트 맥체스니는 이렇게 설파한 바 있다. 그의 경고는 미국 대기업의 언론소유에 따른 문제를 비판한 것이지만 여기에는 정치적 이해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경우, 사정은 더욱 복합적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문제는 보수적 언론과 권력 그리고 자본의 유착으로 집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유착관계가 꼭 호혜적 결론을 이끌어낸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허술하지가 않다. 권력은 법치를 앞세운 공권력의 동원을 지배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언론은 언론자유의 이름으로 침묵과 은폐는 물론 왜곡과 조작을 마다하지 않는다. 권력과 자본은 언론의 적절한 비호를 받고, 언론은 그로부터 자신의 과실을 챙긴다.
◀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4% 대로 뛰어올라 정부의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설 연휴를 앞둔 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권·언유착, 비호 받고 과실 챙기고
그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여전히 진행 중인 친여보수언론에 대한 방송사업권과 그 이익이라는 당근책이다.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불법·탈법적 방법으로 날치기한 미디어법이 그 얼개다. 보수정권은 이를 미디어산업 진흥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장기집권의 방안으로 여긴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언론과 자본은 이를 통해 더 큰 이익과 부를 키우는 장기적 발판으로 이용하려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3년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대내외 정책 모두 파열음이 계속되는 속에 불안과 불만이 누적되는 양상을 거듭해왔다. 이명박정부는 친서민 정책을 천명해왔지만 정작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고에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4.1%를 기록했다.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는 더욱 버겁다.
그 배경의 주요인 중 하나로 정부의 지속적인 저금리·고환율 정책이 지목된다. 지난해 경제성장율이 6.1%를 기록했다고 자랑하지만 결국 그것도 수출정책에 치중하고 서민의 생활을 희생하는 대가로 이루어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전셋값 폭등으로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졌다. 전셋값은 95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이 역시 뉴타운 건설과 집값 떠받치기 등 정부의 규제완화의 정책적 요인이 적지 않다. 구제역까지 국민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소·돼지 등 340여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돼 축산농과 농촌경제의 토대를 무너뜨리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그런가하면 매몰 가축의 침출수 유출로 인한 식수오염 등 환경재앙의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부자감세와 4대강 속도전 등 토건성장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들의 부실과 정부의 영업정지 조치로 서민생활은 악화일로다. 특히 저축이자에 크게 의존하는 노인들의 피해가 크다. 청년실업률은 8.5%로 최악의 수준이다. 직업을 가진 경우도 저임금의 비정규직이 860만명에 이른다. 빈부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중산층은 줄어들어 붕괴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북강경 정책으로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남북 간에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이 이어지며 신(新)냉전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북한 붕괴론’을 거론하는가 하면 대북심리전을 조장하고 있다. 특히 한·미동맹과 대북압력을 강화함으로써 중국과의 관계 역시 악화되는 추세다. 외교·안보의 난기류는 여전히 계속된다.
지난 3년간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은 심각하게 훼손돼왔다. 촛불집회에 대한 탄압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인터넷 논객을 구속했다. 방송의 보도프로그램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는가 하면 국가정보원이 개인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에 즉각적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유엔보고서가 나올 정도다. 이대통령은 지난 2월 20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출범 3주년을 맞아 가진 간담회의 형식과 내용은 그의 현실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대통령은 불과 20일 전 설연휴를 겨냥해 신년방송좌담회라는 것을 마련했을 때도 그랬다. 청와대가 좌담회를 기획하고 주요방송사들로 하여금 생중계하도록 한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문제는 이번에 이루어진 기자간담회 역시 방송좌담회 때와 다를 바 없는 일방통행이었다는 점이다.
결과는 중산층 붕괴·민생대란 비명
간담회의 내용보다는 선글라스와 등산복 차림의 대통령과 출입기자들의 북악산 산행 홍보에 방점이 찍힌 이벤트였다. 보도에 따르면 이대통령은 산행 후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개헌과 남북관계및 과학벨트 등 현안에 대한 질문 3가지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는 질문이 이어지자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이상으로 기자회견을 모두 끝내기로 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단이 마련한 질문 가운데 물가와 전세값 대란, 구제역 사태 등 민생문제에 관해서는 질문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권 4년차를 맞으면서 계속되는 인사의 난맥상은 더 이상 이 정권에 희망을 가질 수 없음을 느끼게 한다. 이상훈 대법관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와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은 이 정부 인사의 필수과목이라고 치자. 신설 국가과학기술위원장에 기용된 김도연 전 과학기술부장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오른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 등은 전형적 보은인사이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적격인사로 꼽힌다. 지난 3년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협은 자본과 권력의 야합으로 일컬어진다. 자본이 손쉽게 권력과 교환될 수 있다면 부패의 잠재력은 배가된다는 게 그 이유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자본과 권력은 대중의 희생을 통해 힘을 키워간다. 여기에 언론이 어떤 카드를 내놓느냐가 관건일 수 있다. 우리는 그 현실을 이 정권에서 보고 있는 셈이다.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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