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진단] `초과이익공유제` 어떻게 볼 것인가
매일경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화두로 던진 `초과이익공유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기업은 물론이고 검사와 공인회계사 경력을 가진 사람들까지 나서고 있다. 따라서 경제학 교수가 한 마디 안 할 수 없는 형국이 되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거둔 초과이익 중 일부를 생산에 기여한 하도급 기업에도 나누어주자는 일종의 성과배분제도다. 이 제도는 생산에 따른 과실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나눈다는 의미에서 동반 성장 또는 상생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 제도에 대해 여러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의문은 "기업 이익은 주주 몫인데 왜 그것을 다른 생산주체와 나누어야 하는가?" 하는 것일 것이다.타당한 지적이다. 생산에 기여한 주체들은 이미 임금이나 이자, 지대 등 대가를 받았고, 하도급 중소기업은 부품을 납품하고 이미 대금을 받았다. 따라서 이런 비용을 공제하고 남은 이익은 당연히 주주 몫이 되어야 한다. 표준적인 경제원리도 이렇게 되어 있고, 우리 사회의 제도도 이런 합의 위에 설계돼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숨은 전제`가 있다. 이런 결론은 기업 경영 성과는 측정하기 어려운 반면 생산에 참여한 각 주체들의 기여도는 투명하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 때 적용된다. 반대로 생산 주체의 기여도는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반면 기업 성과는 상대적으로 잘 파악될 때는 성과 그 자체를 나누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즉 어떤 배분방식을 택하는가 하는 것은 생산요소의 투입과 산출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잘 측정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생산요소의 기여도가 정확하게 관측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정적인 대가 지급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는 잘 알려진 문제를 야기한다. `열심히 일한다고 돈 더 받는 것이 아닌` 상황이라면 당사자는 당연히 자기 임무를 게을리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때는 어떤 형태로든 성과를 직접 나누는 방식을 가미하는 것이 오히려 기업에 도움이 된다.
이런 문제는 회사 경영자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문제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근로자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사주조합 같은 성과배분제를 도입하고,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스톡옵션 제도를 채택한다. 이것은 모두 그렇지 않았더라면 주주에게 돌아갔을 이윤 중 일부를 떼어 근로자나 경영자와 나누는 이익공유제의 특정한 형태들이다.
그런데 이런 성과배분제 논리를 굳이 기업 울타리 내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어떤 기업의 생산에 하도급 기업처럼 기업 외부의 주체도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면 그들에게 어떤 보상 방식을 적용해야 할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경제원리에 따라 하도급 업체의 기여가 투명하게 측정된다면 고정 대가 방식을 적용하고, 반대로 그들의 기여를 측정하기 어렵거나 보다 창조적인 기여를 이끌어내기를 원한다면 성과배분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대기업들은 대부분 수많은 하도급 중소기업을 거느리고 있고 이들의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기여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문제는 고정 대가 방식으로는 이런 의욕을 제대로 고취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바로 여기에 초과이익공유제가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존재한다. 실제로 많은 대기업들은 기술 개발 단계부터 하도급 기업과 다양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이미 창조적 협동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초과이익공유제와 관련하여 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제도가 자본주의 체제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 언성을 높이기보다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런 제도를 도입하려고 할 때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이를 지원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선택은 기업이 하는 것이다.
“사회주의 용어인지… 들어본 적 없고 이해 안가”
이건희 회장, 이익공유제 비난
신문기사종합
▶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왼쪽부터)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한 뒤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건배하고 있다.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10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를 정면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 경제학 공부를 해왔으나,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안 간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은 또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계속 (경제가) 성장을 해왔으니 낙제점을 주면 안 되겠죠”라며 “흡족하지는 않지만 낙제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평소 직설적인 화법을 피하던 이 회장이 이익공유제 비판에 이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를 내놓은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정 위원장이 말한 것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회의에선 전혀 거론이 되지 않았다”며, 재계 총수들 사이에선 이익공유제가 별다른 화제가 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재계를 대표하는 이 회장이 전혀 예상치도 못한 시점에 가장 민감한 현안에 대해 원색적인 비판의 발언들을 쏟아냄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이 회장의 발언 이전에도 정 위원장이 제안한 이익공유제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계의 아이콘'이자 전경련의 최대 주주인 삼성의 이 회장마저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수위의 직설적 표현으로 이익공유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같은 발언이 전해진 11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동반성장은 사회통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일부에서 오해가 있는데 진의를 전달하기 위해 더 소통할 것"이라고 다시 말했다. 정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전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강도 높게 비판한 후 나온 것으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재계의 반발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지난달 23일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 방안의 하나로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이익공유제는 급진좌파적 주장"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청와대에서도 "너무 나갔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여권 내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흘러나왔다. 수일 전에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이익공유제를 기업과 기업 간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같은 논란이 이어지자 정 위원장은 지난 2일 다시 기자간담회를 자청, "이익공유제는 미래지향적 투자 유인제로, 대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설계.집행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정 위원장의 한 측근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책 제안 자체가 마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정책인 것처럼 소위 이념적 색칠부터 하거나 논의 자체를 아예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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