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환상숲길 제1구간 동백길을 가다
지난 4월 29일 한라산 환상숲길 제1구간이 문을 열었다. 한라산 환상숲길은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이 다니던 산길이었고 일제시대에는 일본군들이 자신들의 군수 수송목적으로 이용하던 길(일명 하치마키도로)을 모두 이어서 새로이 개발한 한라산 중허리를 한바퀴 도는 길이다. 제주도와 난대산림연구소, 제주도산악연맹, 한라일보 등이 공동으로 2년여에 걸쳐 답사를 모두 마쳤지만 일반인들이 트레킹코스로 이용하기에는 아직 어렵다. 그래서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현재 1구간을 개통했다. 이 구간은 동백나무 군락지가 있어서 동백길로 명명했다.
지난주에 벼르다가 못가고 오늘 가게 됐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아침식사를 하고 서둘렀는데도 10시가 되어야 집에서 나설 수 있었다. 평화로로 나섰는데 날씨가 비도 오고 안개가 자욱해 불안해졌다. 안그래도 한라산 날씨는 변덕이 죽끓듯 하는데 여기가 이정도면 가기 어려울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산록도로로 접어드니 날씨가 점점 개어간다. 빗방울은 간간이 하지만 안개는 걷혔다. 탐라대 4거리에서 한라산 1100도로로 접어들었다. 이젠 비도 거의 그쳤다. 조금 올라가니 법정사 입구로 들어섰다. 5분여정도 더 달려가니 깔끔하게 정비된 주차장과 사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법정사는 일제시대 제주 최대의 무오항일항쟁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차를 세운후 아스팔트 길을 따라 쭈욱 걸어올라가니 항쟁기념탑이 나온다. 조금 더 들어가니 한라산 둘레길 입구가 나온다. 날씨는 염려없었다. 화창하니 오히려 걷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땀이 나기 시작했다. 생각보디 길이 험하다. 비가 와나서 그런지 길이 매우 질었다. 사려니와는 달리 인공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았다. 원시 자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숯가마터가 보이고, 버려진 표고재배장이 눈에 띄었다. 시오름에 이르니 옛날 4.3 때 무장대가 썼던 주둔소도 눈에 들어온다. 2시간반 정도 걸어서 지칠 무렵 1구간의 마지막에 도달할 수 있었다.
사려니숲길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험한 길이다. 되돌아오는 길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일부 보였다. 이 사람들은 아마 조금 들어가다가 되돌아 나올 것임은 명약관화했다. 제대로 산행준비를 갖추지 않고 입구에서 시오름까지 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늦게 출발한데다 점심을 준비하지 않고 달랑 사과와 배를 하나씩만 들고 갔다가 배가 고파 혼났다. 둘레길 답사에 나서는 사람들은 가급적이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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