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의 최고성수기 바캉스시즌
바야흐로 휴가철입니다. 산과 바다, 계곡을 찾아 떠나는 피서객들에게도 먹을거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피서지에서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무엇일까요? 손쉽게 조리할 수 있고 야외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삽겹살을 첫손에 꼽는 분이 제일 많군요. 실제로 한 대형마트가 발표한 데 따르면 7월 ~ 8월의 삼겹살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에 달한다고 하니 ‘여름 휴가철은 삼겹살의 최고 성수기’라는 얘기가 맞나봅니다. 보통 ‘고기 먹으러 가자’할 때‘고기= 삼겹살’로 자동 번역될 만큼 회식이나 외식에서도 삼겹살은 빠지지 않는 메뉴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섭취하는 고기 역시 돼지고기(1인당 평균 19.2kg), 닭고기(9kg), 쇠고기(7.6kg) 순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식탁에 오르기 위해 사육되는 돼지는 전국에 몇마리나 있을까요?
2010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사육되는 돼지의 수는 988만 마리인데 이는 2000년 821만 마리에 비해 10년 사이에 100만 마리 이상 증가하고 1990년 450만 마리보다는 무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좋아도 하지만, 점점 더 먹는 양이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고기, 닭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도 2000년 213만 마리에서 2010년 335만 마리로 100만 마리 이상 사육 두수가 늘었고, 닭은 2000년 1억 2백만 마리에서 2010년 1억 4,920만 마리로 10년 새 무려 4,700만 마리나 증가했습니다. 우리는 좁은 국토가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의 가축들을 기르고 먹고 또 소화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닭에게 허용된 공간은 A4용지의 1/3
고기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그만큼 소나 돼지 닭을 대량으로 길러야 하는데 한정된 땅에서 '공장형'으로 속성 사육을 하다보니, 결국 비좁고 불결한 밀집된 환경에서 동물들은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축산법 시행규칙에 따른 농림수산식품부 고시 ‘가축사육시설 단위면적당 적정 가축사육기준’에 따르면 ‘케이지’에 가둬 기르는 산란 육성계에게 허용된 면적은 A4 용지 1장의 3분의 1, 60kg 이상의 돼지(비육돈)에게는 0.8m2, 새끼돼지에게는 0.2m2로 A4 용지 2장이 허용되며 한우 ․ 육우도 마리당 축사 면적이 송아지는 2.5m2 , 비육우 ․ 번식우는 5m2 에 불과합니다. 닭이든 돼지든 소든 날개 한 번 펼 수도 몸을 돌릴 수도 없고, 겨우 제자리 걸음을 걷는 것 말고는 꼼짝할 수도 없게 가둬 기르는 것입니다.
고단백 사료를 먹으며 초고속 성장을 한 닭은 태어난지 약 한달만에 통닭용으로 도살된다. copyrightsⓒ2011 by 한겨례
이뿐만이 아닙니다. 값싼 고기를 빠른 시간 안에 생산하기 위해 가축에게 먹이는 사료에는 항생제와 성장호르몬, 대사 조절 물질 등을 섞어서 공급합니다. 이렇게 자라난 닭들은 몸집이 커지는 속도를 내부 장기가 따라잡지 못해 복수증 등 갖가지 합병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돼지도 역시 불어나는 몸집을 뼈의 성장이 따라잡지 못해 많은 경우 무릎에 문제가 발생하며, 소는 ‘마블링’이 잘 된 ‘고급 등급’의 고기를 얻자고 일정기간 동안 풀이 아니라 옥수수 같은 곡물을 먹이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먹이를 소화시키느라 위장장애를 고질적으로 달고 삽니다. 게다가 돼지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서로의 꼬리를 물어뜯고, 닭은 약한 상대를 쪼아서 스트레스를 풀기 때문에 사람들은 돼지의 송곳니와 꼬리, 닭의 부리를 마취도 하지 않고 과감히 제거해버립니다.
소 집중사육 시설의 모습. 옥수수 등 값싼 농산물을 고기로 바꾸는 공장 기능을 한다. copyrightsⓒ2011 by 한겨례
그러나 가축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나마 동물 복지나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때문이라기보다는, 걷잡을 수 없이 휩쓸고 지나간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으로인한 경제적 손실과 광우병 ․ 신종플루 ․ 조류독감 ․ 에이즈처럼 사람에게도 전염 위험이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진 탓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입니다.
돌아보면 우리 주위에는 공장식 대량축산 환경에 대한 경각심과 동물들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의식적으로 반육식의 길을 걷는 채식주의자들이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불교에서도 함부로 살생을 하지 못하게 했고 사람과 자연이 지금보다는 조화롭던 시절을 떠올려봐도 사람들이 동물에게서 가죽과 살을 얻기 위해 지금처럼 무심히 컨테이너벨트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감사하고 동물에 애도를 표하곤 했습니다.
생명이 있는 가축을 공산품 취급하지 말아야
그렇다면 우리에게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동물들과 이제부터라도 보다 조화롭게 더불어 살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먼저 가축들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유럽은 1992년 EU 의정서에 동물복지 조항을 포함하여 사육, 수송, 도축 과정에 있어서 지켜야 할 단계별 동물 복지사항을 명시하고 있으며, 2006년부터는 성장촉진제와 항생제 사용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는 닭을 좁은 케이지에 가둬 기르거나 돼지를 꼼짝하지 못하게 스톨에 넣어 기르는 것도 금지한다고 합니다. 그나마 동물들의 고통을 줄여주려는 움직임이 시작돼 다행입니다.
한살림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충남 아산 지역을 중심으로 ‘자원순환형 유기축산’을 추구해왔습니다. 소 한 마리당 10m2 씩 제초제를 뿌리지 않는 널찍한 사육공간을 확보하고 환기 ․ 채광이 잘 되게 할 뿐만 아니라 바닥에도 볏짚과 쌀겨를 깔아 쾌적하게 자랄 수 있게 했습니다. 또 뿔을 자르거나 거세를 하는 것도 동물의 본성을 거스르는 방식이라 자제하고 있습니다. 논밭농사와 목축이 서로 순환하게 하는 ‘지역순환농업’방식을 유지하고 있는데, 논밭에서 나는 유기농 볏집과 콩비지 및 목초나 산야초, 농업 부산물로 전통적인 쇠죽방식의 사료를 가축에게 먹이고, 가축에게서 나오는 소똥과 오줌은 다시 퇴비로 만들어져 논밭으로 되돌려 줍니다. 예부터 해온 방식 그대로 말입니다.
한살림 제주 한울공동체의 널찍한 축사. 축사 옆 보리밭, 옥수수밭, 귀리밭에서 수확한 작물을 먹이고 소똥은 논밭에 거름으로 뿌려진다.
값싼 고기에 시름하는 농민
그런데, 공장식 대량 축산으로 얻을 수 있는 당장의 금전적 이득을 포기하고 땅과 가축과 인간이 함께 사는 순환농업을 선택한 농민들이 이 고단한 길을 포기하지 않고 가게 하자면 농민들의 노력뿐 아니라 소비자와 정부, 지자체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대형마트에서 미국산 소갈비를 100g당 1,250원에 ‘통 크게’판다며 선전해도 수입산 소고기가 구제역에 시름하는 우리 농가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아무리 대형마트에서 생닭을 한 마리에 1,000원에 팔며 ‘착한’가격이라고 외칠지라도, 정상적으로 기른 닭이라면 병아리 값만해도 800원인데 도저히 그 값에 팔 수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상기해야합니다.
무엇을 먹여서 어떻게 키웠는지도 상세히 알려줘야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기위해 감시 감독의 책임이 있는 정부 역시 소비자들이 축산물을 고를 때 참고 할 수 있는 다양하고 상세한 정보들을 제공해야합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정육코너에서 고기를 선택할 때 원산지와 등급 및 친환경 축산 인증 정도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고기의 경우 1++, 1+, 1, 2, 3의 5단계로 표시되는데 이는 근내지방도(마블링)와 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 등으로만 등급을 매긴 것이라서 1++ 등급의 소고기가 안전성도 1++ 등급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친환경 축산물(무항생제, 유기 축산물) 인증을 하면서 사료에 항생제가 포함되었는지, 호르몬제가 포함되었는지 여부만 밝힐 것이 아니라 사육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쇠고기를 선택할 때 곡물이 아닌 풀을 먹여 키웠는지(미국목초사육협회 AGA의 인증)와 동물복지인증협회(AWA, Animal Welfare Approved)의 인증을 받았는지도 소비자들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금처럼 고기를 많이 먹는 식습관은 곤란합니다. 어느 환경운동가는 주중에는 채식을 하고 주말에만 마음껏 고기를 먹더라도 고기 섭취량의 70%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살림 축산 생산자 가운데 한 분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식량 자급률이 27% 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가축에게 먹이는 곡물 사료를 최대한 줄이고 지역에서 나는 농업 부산물로만 100% 사료 자급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기를 지금처럼 많이 먹어서는 안 됩니다. 육식을 줄여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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