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회·세종대왕기념업회·한글문화연대 등 한글단체들이 '한글 박대, 영어 우대'의 '언어 사대주의'를 집단 성토하고 있다. 국회 손숙미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이 법률 문장에서 ‘노인’이라는 용어를 ‘시니어’로 바꾸는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12월 29일자로 발의한 것과 관련, 한글단체들이 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 철회할 것을 강력 요구하고 나선 것. 이와함께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대표 이대로)는 이날 한글 단체가 발표한 '국회 보건복지위원들께 보내는 밝힘글'을 이 법률안(의안번호 1814366)을 공동발의한 손숙미, 이영애, 장광근, 김성조, 정해걸, 조전혁, 박순자, 진수희, 남경필, 김소남 의원에게 건의문과 함께 보냈다.
한글단체는 '한글단체와 한글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란 명의의 성명에서 "이 법률안을 낸 의원들은 당장 이 법률안을 철회할 것과, 우리말을 지키고 빛내려 애쓰는 한글 단체와 국민에게 사죄할 것"을 요구하고 "만약에 이 악법 제정을 계속 추진한다면, 우리말을 사랑하는 국민과 함께 이를 바로 잡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며 ‘배달 겨레말을 죽인 얼빠진 정치인’으로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임을 밝히고 경고한다"고 밝혔다. 또 한말글문화협회는 건의문에서 "이번에 손숙미 의원 등 10인 공동 발의로 낸 법률안은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것으로서 겨레말과 겨레 얼을 죽이고 짓밟는 악법이라 생각하여, 한글 단체의 뜻을 밝히니 부디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으로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정책 입안을 당부한다"고 알렸다.
국어문화운동본부 남영신 회장은 "노인은 노인의 개념이 가지는 특징과 언어, 문화 특성이 있으니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노인으로 아우르기 어려운 세대가 있다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보자. 일본은 장년과 노년이란 말의 사이에 숙년이란 말을 만들어 쓰자는 의견이 있다. 그런 노력은 안하고 기껏 생각한다는 것이 영어나 빌려 쓰려 하다니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글단체 대표들은 "노인이라는 말을 꼭 다른 말로 바꾸고 싶으면 ‘어르신’이라는 우리말로 바꾸라"며 "만약에 한글단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낙선운동이나 또 다른 반대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들께 보내는 밝힘글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12월 29일자로 국회에 손숙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률 문장에서 ‘노인’이라는 용어를 ‘시니어’로 바꾸자는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814366; 손숙미, 이영애, 장광근, 김성조, 정해걸, 조전혁, 박순자, 진수희, 남경필, 김소남 의원 들 10인 공동 발의)에 대하여 한글 단체가 보내는 밝힘글입니다.
이 법률안은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것으로서 겨레말과 겨레얼을 죽이고 짓밟는 악법입니다. 어찌하다가 나라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한숨이 저절로 나옵니다. 멀쩡한 제 나라말을 버리고 남의 나라말을 쓰자는 법률까지 만들려 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이런 법률안을 낸 의원들이 제 정신이 있는 분들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이 법안 제안 이유를 보면, “현재 각종 법률에 ‘노인’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노인’이라는 용어는 사전적으로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이라는 의미 외에 단어 자체가 ‘무기력하다’, ‘병약하다’는 부정적 어감을 주고 있어 현재 공공용어의 용도 외 일상 생활용어는 물론이고 방송용어로도 잘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노인’이라는 말은 오랫동안 우리 겨레가 나날이 써온 우리말입니다. ‘시니어’란 말은 우리 국어사전에도 없는 외국말이며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갈수록 사회 곳곳에 멀쩡한 우리말 대신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국말이 판을 치고 있어서, 많은 국민들이 걱정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는 낱말 하나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말의 생존에 관한 중대한 일입니다. 이 법률안을 낸 근거가 ‘머니 투데이’라는 외국말로 된 낯선 신문이 시니어파트너즈’가 조사한 자료를 보도한 기사라고 하니,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노인’이라는 말을 버릴 까닭도 필요도 없지만, 만일 ‘노인’을 꼭 바꿔 쓰고 싶다면 ‘어르신’이란 좋은 우리말이 있습니다. 이번에 낸 법률안은 ‘시니어파트너즈’라는 얼빠진 회사 이름을 알리고 그 이름값을 높이는 데에 몇몇 국회의원들이 나선 것이 아닐까 의혹마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해당 의원들은 당장 이 법률안을 철회할 것과, 우리말을 지키고 빛내려 애쓰는 한글 단체와 국민에게 사죄할 것을 요구합니다. 만약에 이 악법 제정을 계속 추진한다면, 우리말을 사랑하는 국민과 함께 이를 바로 잡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며 “배달 겨레말을 죽인 얼빠진 정치인”으로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임을 밝히고 경고합니다.
2012년 2월 7일 한글 단체와 한글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들
참여 단체: 광화문한글현판달기시민모임, 국어문화운동본부,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세종대왕생가터찾기위원회, 외솔회, 우리마당, 우리말바로쓰기모임,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짚신문학회, 한국겨레문화연구원, 한글문화연구회, 한글문화연대, 한글문화원, 한글사랑운동본부, 한글이름펴기모임, 한글철학연구소, 한글학회, 한류전략연구소, 한말글문화협회, 한말글연구회, 한말글이름을사랑하는사람들, 훈민정음연구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