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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가다@@-첫날

한라의메아리-----/오늘나의하루

by 자청비 2014. 12. 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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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12일 러시아를 가다

 

첫날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각, 러시아로 가기 위해 어둠속에서 서울행 첫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별로 원하지 않은 러시아행이었지만 우여곡절끝에 가게 됐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의료박람회에 참여해 부스를 운영하기 위해 가게 된 출장이었다. 당초 7알인 일요일에 갔어야 했는데 일요일에는 시험이 있어서 출국을 혼자 늦췄다. 일행이라고 해봐야 단 둘이었지만... 생전 가보지도 않았고 언어도 전혀 모르는 러시아에서 3일간 지낼 일이 매우 염려스러웠다.

 

비행기가 이륙해서 올라가고 있으려니 검은 구름위로 쏟아지는 아침햇살이 기내좌석을 붉게 비춘다. 러시아출장이 걱정되긴 했지만 모처럼 나가는 외국출장이라 기대도 됐다, 더구나 동토의 땅, 쉽게 갈 수 없었던 모스크바가 아닌가.

 

아침 일찍 나선 덕에 인천 영종도 공항에 여유있게 도착했다. 출국 티켓팅을 하려니 10:10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좀 더 기다리여 한다고 한다. 모처럼 시간 여유를 갖고 영종도 공항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환전도 하고 휴대전화 로밍도 하고 그러다보니 아침을 먹고 나왔는데도 허기가 졌다. 햄버거 가게에 가서 혼자 우적우적 햄버거를 먹으며 아마 긴장해서 허기가 일찍 오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제반 출국절차를 마치고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면세점을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장갑을 하나 샀다. 장갑을 별로 착용안하는데 러시아에서는 장갑을 착용안하면 안될 것 같아서 였다. 3년전인 2011년 미국 LA 코리아 메디칼 행사에 다녀온 후 3년만에 외국출장이다. 모스카바행 비행기 출발시간은 12:30분, 러시아 국적인 에어로플로트 항공사다. 도착치는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브 공항이다. 원체 모스크바는 추운 나라인데다 최근 며칠간 추웠던 터라 서울도 많이 추룰 것 같아서 타이즈를 한겹 더 입고 단단히 무장을 했다. 그런데 따뜻한 실내공간에만 있어서 그런지 너무 더웠다. 면세점내에서도 계속 웃도리를 벗고 다녀야 했다. 

 

탑승수속이 시작됐고 나는 첫 러시아 여행에 긴장됐지만 느긋하게 비행기에 올랐다. 나중에 알았지만 에어로플로트사는 대한항공과 모스크바노선을 공동운항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 대한항공은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때문에 체면이 말이 아니다. 땅콩회항사건은 조현아 부사장이 미국에서 대한항공을 타고 귀국하다가 스튜어디스의 서비스가 메뉴얼과 다르다고 사무장까지 불러 혼내다가 결국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중인 비행기를 다시 램프로 리턴시켜 물의를 빚은 사건이다. 뒤늦게 알려졌지만 이날 조현아는 술을 한잔 걸친 상태였다. 기내에 타기 전부터 공항카운터에서부터 자사 직원들을 혼내는 등 소란이 있었다더니 결국 이렇게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재벌들의 세습과 재벌 3세들의 분수없는 행각이 빚어낸 한 단면이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러시아에는 미녀가 많다는 말을 떠올렸다. 스튜어디스가 예뻐서가 아니라 비행기 뒷좌석에 붙여진 에어로플로트 항공사 그림을 보고나서 그랬다. 러시아 미녀와 썸씽이 이뤄질 일은 100% 없을 것이고 원하지도 않지만 아무튼 러시아 출장은 힘들면서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외국 나간다는 것 자체가 어쩌다가 한번씩 나가는 사람들에겐 힘들면서도 즐거운 일 아닐까.

 

이제 9시간30분이 지나면 동토의 땅이라던 모스크바다. 세계의 정복자라던 칭키즈칸, 나폴레옹, 히틀러 모두 정복을 포기했던 곳이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유럽이면서도 유럽과 다른 다소 독특한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곳.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추운 날씨 만큼이나 험난했던 곳. 그러면서도 세계 2차대전이후 '미·소 양국'이라는 대립구도를 만들면서 세계질서를 주도했던 곳이기도 하다.

두번의 기내식과 영화를 보는둥 자는 둥 하다보니 현지시각으로 오후 4시20분쯤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브 공항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기내에서 내린 후 한 곳으로 쭈욱 빠진다. 앞사람만 따라가다보니 입국심사대가 나왔다. 어? 그런데 이상하다. 이 사람들 모두 여권에 비행기표를 하나씩 끼우고 있다. 앞에 있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여기는 러시아에서 다른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한 곳이란다. 순간 '아차' 싶었다.  그런데 저쪽 옆 복도로 보니 한무리의 사람이 가고 있다. 그쪽으로 이동하니 다행히 나가는 길이었다. 입국심사는 사람마다 오래걸리는 것 같아 까다로워 보였다. 내 앞에서 심사받던 사람이 나가는게 아니라 뒤로 빠진다. 이유도 없이 대기하라고 했다며 투덜거린다. 나는 잔뜩 긴장한채 여권을 건넸다. 이것저것 뒤져보다가아무말 하지 않고 입국도장을 쾅 찍고는 여권을 건네준다. 나는 '휴' 안도하면서 재빠르게 입국심사대를 빠져나왔다. 내 얼굴이 선하게(?) 생겼나보다. 수화물을 찾고 나오니 밖은 어둑어둑하다. 아직 시간이 4시50분정도 밖에 안됐는데 완전 초저녁느낌이다. 북쪽이라서 겨울에는 해가 매우 짧은 듯 하다. 입국장을 빠져나오니 나를 픽업하기로 한 사람이 없다. 불안한 마음을 가득안고 10여분동안 오락가락하다보니 멀리서 한사람이 헐레벌떡 달려온다. 손에 든 종이피켓을 보니 나를 픽업하기로 약속된 사람이다. 반갑게 악수하고 그의 차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모스크바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길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무려 3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것도 운전기사가 요리조리 곡예운전하면서 달리고 달린 끝에 걸린 시간이다. 원래 구글맵으로 검색할 때는 택시를 이용하면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고 나왔다. 그런데 차가 막히는 것이 서울보다 더 심한 것 같다. 러시아워 때는 항상 이런다고 했다.

 

도심은 눈이 내린 뒤끝이라 깨끗하지 않았다. 차들도 하얀 차가 까맣게 변해 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겨울엔 어쩔수가 없다는 것이다. 눈이 계속 내리면 도로에는 차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곧바로 제설이 이뤄지고 도로애 쌓인 눈은 곧바로 시커먼 흙탕물로 변한다. 이 때문에 차들이 온전할 수 없다. 일반승용차는 물론 시내버스, 관광버스, 영업택시조차도 세차할 엄두를 못낸다. 겨울엔 그저 이렇게 다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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