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이 워낙 빡빡하게 짜여져 러시아를 둘러볼 시간이 없다. 그래서 엑스포장 개막이전인 아침시간을 쪼개 다른데는 몰라도 모스크바 붉은 광장만 둘러보기로 했다. 교통수단도 택시를 이용하면 아침 출근길에 이동하는데 차가 막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지하철은 두 정거장만 지나면 된다고 하니 시간상으로는 빠른데 문제는 지하철역이 영어표기가 없어 승하차 하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마음이 걸렸다.
일단 지하철로 이동했다.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면서 어제는 못느꼈던 출근 인파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머무는 숙소 주변에 회사가 많은 모양이었다. 지하철로 이동하는 내내 출근 인파에 휩쓸려 지하철역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하철에 도착하니 알고 있던대로 영어안내표기가 전혀 없다. 우리가 타는 역이 환승역이어서 어떤 열차를 타야 하는지 잘 선택해야 한다. 나와 함께 간 제주관광공사 직원의 안내-이 친구는 캐나다에서 유학을 해서 영어는 프리토킹-로 우리가 타야 할 승강구에 갈 수 있었다.
지하철이 들어오고 거기서 내린 출근인파들이 어마어마했다. 45~50m깊이의 지하에서 경사도 45도가 넘는 - 수직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의- 에스컬레이터 3기에 빽빽하게 채워져 올라오는 출근인파를 보노라니 정신이 없다. 승강구에 도착하고보니 어느 열차가 목적지에 데려다 줄 열차인지 확신이 안선다, 열차는 1분에 한대꼴로 급하게 들어오고 사람듣도 내리자 마자 정신없이 바쁘게 이동하고 그러다보니 공사직원도 물어볼 엄두가 잘 나지 않는 듯 했다. 오는 열차 5~6대를 보낸뒤 일단 타고 두 정거장 가서 내리자고 합의하고 열차를 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노선이 서울로 치면 1호선이라고 했다. 열차도 노후했고, 방음도 잘 안되는 듯 했다. 두 정거장 가서 내리고 보니 다행히 목적지에 잘 도착했다. 지하철역에서 나가 눈쌓인 진탕길을 비켜가며 조금 걸어 이동하니 붉은 광장입구에 도착했다.
붉은 광장 입구 모습. 붉은 광장(러시아어: Красная площадь 크라스나야 플로샤디)이라는 명칭은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과 관계된 말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찾고 보니 전혀 아니다. 원래는 옛 러시아어로 "아름답다"라는 의미의 러시아어 красивый(크라시비)에서 유래되었으며, красная(크라스나야)는 красный(크라스니)의 여성격으로, 광장(площадь)이 여성형이기 때문에 형변화를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원래 명칭는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붉은 광장이 됐을까. 여기에는 두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메이데이와 혁명기념일에 붉은 색의 현수막이 주변 건물 벽에 모두 내걸리고 사람들도 붉은 깃발을 손에 들고 있어서 온통 붉은 색이 되었다는 데서 유래됐다는 설이며, 또 하나는 '크라스나야'라는 말 자체가 '중요한' '붉은' 이라는 의미도 함께 담겨져 있는데 이곳이 점차 모스크바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되면서 붉은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게 됐다는 설이다.
15세기의 이 곳은 러시아인들이 단순한 상거래를 하는 시장에 불과했으며 그 명칭도 토르그(시장)광장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후 1571년 거대한 화재가 발생해 인근 점포들이 모두 불에 탄 후빠자르(화재)광장으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는데…. 17세기에 이르러 러시아 정부는 이곳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붉은 광장이라는 명칭을 얻게 됐느데 오늘날 우리가 보는 넓이를 갖추게 된 것은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이다. 현재 동서로는 길고, 남쪽에는 대통령 관저, 블라디미르 레닌의 미라가 보존되어 있는 레닌 묘, 북쪽에는 국립 백화점 GUM, 서쪽에는 국립역사박물관, 동쪽에는 러시아 정교회 성당인 성 바실리 성당과 처형장이었던 로브노예 자리가 있다.
고색창연한 건물이지만 모스크바의 유명백화점(굼. GUM)이라고 한다.
붉은 광장의 가로수
여름엔 대형광장이지만 겨울엔 광장을 이용해 스케이트장과 간단한 놀이공원을 만들어 운영한다고 한다.
놀이공원에 가려쳤던 바실리 대성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바실리성당. 199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성당은 러시아를 침략했던 몽골을 굴복시킨 것을 기념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통치자중 한사람이었던 모스크바 대공국 이반 4세가 짓도록 한 것인데 1560년 성당이 완공되자 이반4세는 건물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똑같은 건물을 다시 지을 수 없도록 건축가의 눈을 멀게 했다고 전해진다. 바실리 성당의 아름다움에 깊게 취하고 싶었지만 시간관계상 급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푸틴 대통령이 머문다는 크레믈린 궁 앞으로 검은 건물이 보이는데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의 지도자였던 레닌의 묘다.
크레믈린 궁을 와이드로 담았다.
붉은 광장에서 조금 밑으로 내려오면 무명용사의 묘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죽은 무명용사들을 기리기위한 곳으로 24시간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형상화했다. 이곳 양쪽에는 이 묘를 지키는 두 명의 대원이 있다. 영국 버킹검궁의 수문장처럼 부동자세로 서 있고 움직이거나 표정이 전혀 없다. 운좋게도 이들의 교대식을 볼 수 있었는데 딱히 어떤 의례를 가지는 것은 아니고 로보트와 같은 겉은 걸음걸이가 조금 재미있었을 따름이었다.
생각없이 길을 가는데 안내해주던 현지 대학생이 푸시킨 부부의 동상이라고 소개한다. 러시아에 오기 전에 톨스토이 기념관과 막심고리키 공원이 모스크바에 있다는 정보는 들었는데 푸시킨에 대한 여행정보는 접하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서 러시아의 문호를 만나게 되는구나.' 사실 푸시킨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시작되는 시 한편 뿐이다. 그러나 그 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가. 그런데 푸시킨의 삶은 그다지 모범적이거나 순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될 정도로 러시아 문학에 끼친 영향은 대단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러시아에는 세계적 사조와는 크게 영향받지 않으면서 톨스토이를 비롯해 도스토예프스키, 뚜르게네프, 막심고리키 등 대문호로 추앙받는 이들이 많다.
파란 건물이 푸시킨이 어린시절을 보냈던 곳이라고 한다.
아침에 탔던 지하철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훨씬 예술적이고 깔끔하게 정돈된 지하철 모습.
지하철 사이사이에 놓여진 동상 모습
지하철 내려가는 모습. 러시아의 지하철은 방공호겸용으로 만들어져 경사가 급격하다고 했다.
지하철 역사에 4개의 둥근 원형 조각에 역사를 새겨 놓았다. 첫번째는 칭기즈칸의 침입을 물리친(1556) 기록이고, 두번째는 나폴레옹이 침입을 물리친(1812) 기록이다. 세번째는 러시의 사회주의 혁명(1917)을 기념한 것이고, 마지막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침입을 물리친(1942) 것을 기록해놓고 있다.
오전에 잠깐의 신나는 외출을 마치고 다시 엑스포장으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다시 한국보건산업진흥원팀과 함께 모스크바 제1시립병원을 방문했다. 모스크바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병원이라고 한다. 1800년대 당시 귀족이 아내가 병으로 일찍 죽자 이를 슬퍼해 자신의 재산을 털어 병원을 세웠다고 한다.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했을 때도, 1차세계대전 때도, 2차 세계대전때도 전쟁부상자들을 위한 병원으로 쓰였다고 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모스크바 최고의 시립병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하루 진료인원이 600명에 불과하다. 모스크바 사람들은 아플 시간도 없는가 보다.
저녁에 한국보건산업진흥원팀이 현지식으로 저녁을 낸다하여 엑스포장 인근 플라자로 갔다. 연말분위기 때문에 그런지 휘황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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