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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시인과 여자

한라의메아리-----/주저리주저리

by 자청비 2015. 10. 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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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르 보들레르( Charles Pierre Baudelaire, 1821~1867)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19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일컬어진다. 상징주의 문학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보들레르는 악덕과 죄악감, 육체적 욕망을 외설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우울과 실존적 권태 등을 표현한 그는 당대 프랑스 문화계에 엄청난 스캔들을 일으켰으며, 오늘날까지도 '퇴폐의 시인'으로 불리고 있다.

 

한편으로 19세기 파리 및 모더니티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낭만주의 미술과 현대성을 새롭게 정립한 미술 비평가이기도 하며, 당대 시와 소설 비평도 활발하게 전개하면서 문학의 현대성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20세기 세계문학의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런 그가 집착했던 잔느 뒤발(Jeanne Duval)과의 사랑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 일로 호사가들의 화제에 오르고 있다. 보들레르를 제외한 모든 이가 - 어쩌면 잔느뒤발 본인까지도 - 그가 왜 그녀를 사랑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보들레르는 불과 5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는 재가했지만 의붓아버지와 갈등을 빚으면서 힘든 사춘기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된 보들레르는 아버지가 남겨준 막대한 유산을 빈민가와 사창가 등을 드나들며 흥청망청낭비했다. 이 시기에 보들레르는 극단의 배우인 잔느 뒤발이란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그 여인은 혼혈 여성이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길거리의 여자였다. 하지만 수많은 여성편력을 가졌던 보들레르에게 있어 그녀는 방탕한 생활로 병을 얻어 쓰러져 스스로 보들레르에게서 떠날 때까지 가장 오랜 기간 애인으로 남았다. 보들레르의 어머니는 뒤발을 “모든 방법으로 그를 고문하는” “검은 비너스”이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그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여자로 표현했다.


당시 보들레르 친구들은 잔느 뒤발을 '흑인 애인' '검은 피부의 아름다운 아가씨'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보들레르의 어머니 처럼 "아름답지도 않고 어리석은 데다가 부정하고 탐욕스러워 시인의 모든 불행에 대한 책임이 그녀에게 있었다."라면서 '타락한 천사, 검은 비너스'라고 불렀다고 한다. 어떤 연구가들은 잔느 뒤발이 시인으로부터 끝까지 돈을 뜯어냈다고 비난하며, '피를 빠는 흡혈귀'에 그녀를 비유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비난하고 보들레르 사랑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화가 마네가 그린 잔느 뒤발을 보면 얼굴의 윤곽이 뚜렷하고 몸의 굴곡이 두드러지고, 특히 커다란 두 눈은 차가우면서도 검은 진주처럼 보였다.

 

마네의 <소파에 앉아 있는 보들레르의 애인 La Maitresse de Baudelaire Couchee>, 1862-63, 유화, 90-113cm.

 

하지만 보들레르는 "이 여인은 나의 유일한 위안이며 쾌락이고 친구입니다. 갖가지 파란 속에서도 이별을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어떤 것을 보면 그녀를 연상하게 되는 사실에 놀랍니다. 나는 왜 그녀와 이 아름다움을 함께 하지 못하는가 한탄하게 됩니다. 그녀는 나를 존재하게 하는 모든 것이었습니다."라며 이 여자의 검은 피부와 이 여자의 매혹적인 눈빛과 이 여자의 차가운 마음이 자기를 끝없이 자극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가자  "나의 모든 사랑과 미움과 증오. 나의 모든 감정을 존재하게 했던 그녀가 떠난 후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말하지 못했고.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보들레르는 잔느뒤발이 문란한 밤거리의 생활로 병을 얻어 자신에게서  떠나고 얼마없어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을 들은 후, 시를 쓰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1년여 만에 세상을 떴다, 그 때 나이 불과 46세. 보들레르에게 있어서 잔느 뒤발은 시적 영감의 원천이었고, 자신의 존재하는 이유가 되었던 것은 아닐까.


 

          심연에서의 외침

 

내 오직 사랑하는 그대여, 당신의 동정심을 갈구합니다.
내 마음이 떨어져 버린 어두운 심연 구렁텅이에서
여기는 납빛 지평선으로 둘러싸인 음침한 세계,
공포뫄 모독이 밤 속을 헤엄칩니다.

열기 없는 태양이 그 위에 여섯 달 뜨고
나머지 여섯 달은 밤이 대지를 덮는데
이곳은 극보다 더한 불모의 나라
-짐승도, 개울도, 풀도 술도 없으니!

오, 이보다 더한 공포, 세상에 또 있으랴.
얼어붙은 태양의 냉혹한 잔인.
태고의 혼돈과도 흡사한 끝없는 밤.

차라리 부럽구나, 미련한 잠에 빠질 수 있는
천하디 천한 짐승들의 팔자가

어쩌면 시간의 실꾸리는 그처럼 느리게 감기는지!

         愛人들의 죽음​

 

우리는 가벼운 향기로 가득한 침대
무덤처럼 움푹한 쿠션을 마련하리라.
우릴 위하여 더욱 아름다운 하늘 밑에
피는 신기한 꽃들도 장식 선반 위에 꽂으리​


우리들의 심장은 다투어 마지막 열을
다하여 타는 두 개의 거대한 횃불 되어.
쌍거울 같은 우리 두 전신 속에
그 이중의 빛을 반영하리라.​


장밋빛과 신비론 푸름의 어느 방에.
우리는 긴 흐느낌처럼 이별의 정 가득한
단 한 번의 번갯불을 주고 받으리.​


그 후 천사가 문을 방긋이 열고
들어와 충실하고도 즐거운 기색으로
흐린 거울과 죽은 불길을 되살려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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