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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으로 여행을 떠나다1

한라의메아리-----/오늘나의하루

by 자청비 2016. 5. 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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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벼르던 여행을 떠났다. 봉하. 그 곳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어느 누구도 봉하마을로 가라고 등떠미는 사람이 없지만 이들은 왜 꾸역꾸역 봉하로 찾아드는가. 어느 대통령 묘역이나 생가에 이처럼 사람들이 그를 보기 위해 찾아드는가. 생가 근처 주차장엔 차 세울 곳이 없어 멀리 마을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서라도 기꺼이 그를 보기 위해 천리길을 마다 않고 찾아들고 있다. 추모의 광장으로 들어서면서부터 마음이 울컥했다. '사람사는 세상'에 그가 있었다. 여전히 살아 있는 듯 환한 얼굴로 엉거주춤 앉은 자세로 추모객들을 반긴다. 대통령으로서 권위있는 근엄한 모습이라곤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수꼴들에게, 특히 이 나라의 소위 잘나가는 귀족들에게 온갖 수모와 멸시를 당했다. 수꼴만 제외한다면 그는 전 국민의 친구였다. 생가는 그 옛날 지극히 어렵게 살던 전형적인 오두막이었고, 수꼴들이 아방궁이라고 그토록 비난했던 대통령 사저는 요즘 잘나가는 귀족정치인들의 대저택에 비하면 그저 소박한 주택에 불과했다. 묘역은 옆에 지키고 선 의경이 없다면 그저 들판에 놓여 있는 너럭바위에 불과한 것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다. 거기엔 어떤 권력이나 권위도 없고 그저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소박한 꿈이 담겨 있다. 평범하게 농사꾼으로 돌아와 시민들과 함께 살려는 그가 무서워 이 땅의 수꼴들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를 따랐던 정치인, 아니 그를 따르지는 않았어도 진심으로 민중을 위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친노'라는 굴레를 씌워 이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 온갖 조작을 서슴지 않고 있다.





봉하마을에서 그의 체취를 좀 더 느끼고 싶었지만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르지르는 하동 화개장터로 향했다. 2014년도에 화재로 대대적인 정비를 하고 작년 4월에 새로 단장했다고 한다. 원래는 오일장이었지만 이제는 상설시장이 되버렸다. 장터는 역시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도 입구에서부터 붐볐다. 새단장을 해서 인지 깨끗하고 아담하면서 정감있는 분위기였다. 이 지역은 경상도이지만 전라도 사투리도 많이 들려왔다. 장터엔 역시 이것이 있어야 제맛이다. '뻥이요' 이곳을 찾은 몇몇 블로거들이 '뻥이요'를 담기위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주인은 익숙한 듯 천천히 돌리더니 이윽고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안고 '뻥이요'를 큰 목소리로 외친다. 




화개장터에서 방향을 돌려 최참판댁으로 향했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무대다. 한참 산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길이 예사롭지 않다. 주변에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흐르고 최참판댁 근처로 올라서니 멀리 산과 강과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토지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집이 오밀조밀하게 모두 들어서 있고 최참판댁에는 안채와 별채 사랑채가 나눠져 있다. 박경리기념관에 들어서니 최참판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가족사진처럼 그려진 캐리커처가 방문객을 반긴다. 구한말부터 시작해서 일제치하와 해방기 우리민족의 수난사를 26년동안 그린 대하소설-5부 20권- '토지'는 여기서 시작됐다. 





숙소가 있는 진주로 향했다. 이병주 문학관도 들르려 했으나 시간이 늦어 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진주로 오는 길이 밀려 진주에 늦게 도착했다. 진주에 여장을 풀고 육회비빔밥이 맛있다는 천황식당으로 가려고 택시를 잡는데 택시들이 어딘지 모른단다. 알고보니 시외버스터미널앞이라 장거리 손님을 태우려고 기다리던 택시인데 기본요금밖에 안되는 거리를 가자고 하니 거절햇던 것이다.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이해를 못할 바도 아닌데 모르니까 뒷차를 타란다. 뒷차에 가니 왜 앞차 안타느냐고 역정낸다. 어이가 없다. 이게 진주의 인심이구나! 내가 알던 진주의 이미지가 산산조각 부서졌다. 길을 건너 지나가던 택시를 붙잡고 투덜거리를 운전기사의 눈치를 살피며 어렵게 찾아간 천황식당은 영업이 끝났다고 한다. 한참을 헤마다가 식당 한 곳에 들어가 진주에서 기분은 망쳤지만 오늘 하루 즐겁고 좋은 기분을 망칠 수 없다는 생각에 오늘 하루 차를 끌고와 함께 하며 고생한 두형내외와 기분좋게 옛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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