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쪽 전문가·언론 예측 모두 빗나가고
<뉴욕타임스> 기자들도 실시간으로 절망
한국, 일본 포함 아시아 주가 하락
8일 밤 미국 전역에서 나온 민주당 대선 후보자인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의 절망스러운 표정. 한장의 사진으로 엮었다. AFP 연합뉴스
‘난 지난 30년 동안 데이터를 믿으며 살았는데, 오늘 밤 데이터는 죽었다. 이번 선거에 대한 예측보다 더 잘못된 예측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공화당 쪽 선거 전략가인 마이크 머피가 트위터에서 말했다. 예측 데이터에 대한 신뢰는 붕괴했다. 전문가들이나 기자들도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에 경악하고 있다.
예측과 달리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뉴욕타임스> 기자들도 경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누리집에서 기자들이 올리는 실시간 중계를 보면, 애초 8일 저녁 7시11분(미국 동부 표준시각. 한국 시간 9일 오전 8시11분)께 시작된 중계 초반에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모두 백악관 진입이 험난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 상황만 전했다.
하지만 초접전 양상을 보이던 오하이오주와 플로리다주에서 밤 10시42분(한국 시간 9일 오전 11시42분)과 밤 11시31분(한국 시간 9일 오후 1시31분)께 트럼프 당선이 유력시된다는 보도가 나오자, 아담 나고니 <뉴욕타임스> 기자는 “명백하게 이야기하면, 내가 기억하기에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으로는 이전의 어느 누구보다도 힘들게 선거운동을 한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그리고 미셸 오바마에게 좋은 밤이 되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힐러리 클린턴에게 불리한 결과가 예상된다는 첫 반응이다. 나고니 기자는 또 “트럼프가 앞으로 4년 동안, 지난 8년간 오바마가 한 모든 것을 해체하거나 해체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도 했다.
알란 레포트 <뉴욕타임스> 기자는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다우 선물 지수가 800선 이하로 떨어졌다. 일본 주식 역시 추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코스피 역시 9일 오후 3시(한국 시간) 기준으로 -2.34% 가량 전일 대비 낙폭을 보이며 장중 1950선 이하로 주저앉기도 했다.
함께 중계된 힐러리 클린턴 선거 파티 현장 사진을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이를 놓고 닉 콘페소어 <뉴욕타임스> 기자는 “민주당은 2018년까지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만일 민주당이 오늘 밤 의석을 쟁취하지 못할 경우 2년 동안 고단한 전투를 벌이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공화당원이 대법원 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측했다. 이번 중계 동안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와 리처드 벌이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선거에서 각각 상원의원으로 재선출되는 등 공화당 당선인들이 상원에서도 과반을 넘어서는 결과를 보였다.
한편 페이스북의 <뉴욕타임스> 페이지에 올라온 이 기사에 대한 답글 내용을 보면, 초반에는 지지자들이 양분되어 트럼프와 클린턴을 각각 지지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선거 결과가 점점 윤곽을 드러내자 트럼프 당선 유력 상황을 전제로 둔 상태에서 ‘보도하라!!! #대통령트럼프’ 등과 같은 격양된 반응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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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의 대예언…‘트럼프 승리’ 내다본 글 다시 화제
한겨레신문
7월에 쓴 ‘트럼프가 승리할 5가지 이유’
“분노한 노동자·백인남성 저항 있을 것…
‘비참하고 무지하며 위험한’ 트럼프가 승리”
미국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 개인 블로그 갈무리.
마이클 무어는 대예언가였나. <식코> <다음 침공은 어디?> 등 미국 사회 이면을 까발리는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 지난 7월 쓴 글이 새삼 화제다. 8일(현지 시각)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예상을 깨고 승리한 상황에서 이미 몇 달 전 “비참하고 무지하며 위험한 트럼프가 우리의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기 때문이다.
7월23일 <허핑턴포스트 US>에 실린 ‘트럼프가 승리할 5가지 이유’(클릭)에서 마이클 무어는 미국인들을 향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는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56번의 경선과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후보 16명이 트럼프를 막으려 모든 시도를 다 했으나 그 무엇으로도 그를 막을 수 없었던 지난 한 해를 생각해보라”며 미국의 현재 선거 시스템에서는 “힐러리의 멋진 티브이 광고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토론에서 힐러리가 트럼프를 제압한다 해도, 자유주의자들이 트럼프에게 갈 표를 빼앗는다 해도 그를 막지는 못한다”고 단언했다. 이를 설득하기 위해 무어는 총 5가지 이유를 들었다.
가장 먼저 꼽은 이유는 미시건,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4개주에 사는 ‘분노와 적의를 품은 노동자들’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2010년 이후 공화당 주지사들을 선출해온 곳들이다. 그는 “오하이오주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트럼프의 그간 언행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와 힐러리가 ‘동률’이었다”며 이는 “트럼프가 ‘클린턴 부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지지해 공업지역이던 이 곳을 파괴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분노한 백인 남성의 최후의 저항이다. 무어는 8년간 흑인 남성 대통령을 견딘 이들이 다시 8년 동안 여성이 ‘두목’ 노릇을 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권자들에게 ‘정말 인기가 없는’ 힐러리 개인의 문제도 지적했다. 무어는 “힐러리는 부당한 오명을 쓰고 있다”면서도 “유권자 70%는 힐러리를 믿을 수 없고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무어는 힐러리가 ‘옛날식 정치’를 대표한다며 “매일같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힐러리를 찍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어떤 후보가 더 많은 사람들을 집밖으로 끌어내 투표소까지 가게 할 것이냐에 이번 선거가 달려있는데 힐러리에게 열광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힐러리와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도 변수로 지적했다. 무어는 그들을 ‘우울한 투표자’로 정의했다. 이들이 트럼프를 찍진 않겠지만 상당수는 그냥 집에 있을 것이라며 “힐러리가 평범한 중년 백인 남성을 러닝 메이트로 선택한 것은 그들의 표가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여성 두 명이 후보로 나선다면 짜릿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무어가 꼽은 이유는 ‘제시 벤추라 효과’다. 1990년대 프로레슬러 제시 벤추라는 미네소타 주지사로 뽑힌 바 있다. 무어는 “미네소타 사람들이 어리석어서, 제시 벤추라가 정치적 지성인일 거라고 생각해서 뽑은 것이 아니었다. 그냥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한 것이었다”고 썼다. ‘병든 정치 시스템에 대한 장난’인 셈인데, 무어는 트럼프와 함께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어떨지 궁금하다는 이유만으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게 무어의 예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