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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서울나들이 기록1

한라의메아리-----/오늘나의하루

by 자청비 2017. 10. 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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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추석연휴기간이다. 10월 2일을 정부가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바람에 무려 10일이라는 연휴기간이 생겨났다. 추석이 끝나고 업무복귀하기가 바빴는데 올해는 추석을 끝내고도 5일이라는 기간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추석 다음날인 5일부터 7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서을나들이를 감행했다. 5일 첫날은 그동안 지리적 이유로 가보지 못한 장모님 산소를 다녀왔다. 결혼하기전에 돌아가신터라 얼굴한번 보지 못했지만 결혼하고나서 이번까지 포함해 겨우 두번 묘소에 인사하러갔으니 별로 자랑할만한 사위는 아닌 것 같다. 암튼 죄송스런 마음으로 다녀왔다.


다음날은 서울여행에 나섰다. 우선 은평구에 있는 <셋이서 문학관>이다. <셋이서문학관>은 은평구에서 한옥마을로 조성하고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로 구파발역까지 간후 7723번 버스를 이용해 회차지인 자율형사립고인 하나고 맞은편 한옥마을에 도착했다. <셋이서문학관>에는 기인으로 통하는 천상병 시인, 이외수 소설가, 걸레스님으로 통하던 중광 세사람을 모아놓은 곳이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아담한 한옥에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하지만 세사람의 흔적보다 이곳 관리자인 정모 원로시인님이 흔적이 더 많은 듯 하여 좀 언짢았다. 물론 정 시인은 친절했다. 하지만 이 문학관의 컨셉이 좀 불분명해보였다. 




<셋이서문학관>을 나와 근처에 있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으로 향했다. 은평구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관이었다. 마침 특별기획전으로 세계가 취醉한 우리 문학 전시가 이뤄지고 있었다. 춘향전부터 시작해 정지용, 윤동주, 고은 등의 작품이 번역된 양상, 최근 젊은 신예작가들의 작품이 번역된 내용 등이 전시되고 있었다. 세세하게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한국문학이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번역문학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외국어로 번역된 신예작가들의 작품방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 바라본 북한산 봉우리들


지하철을 이용해 성북동으로 향했다. 성북동 문화산책길로 접어들어섰다. 구석구석 찾아다니기가 쉽지 않다. 미술사학자인 최순우 옛집을 놓치고 나서 코스대로 모두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내가 보고자 하는 것만 찾는데 집중했다. 어렵사리 간송미술관을 찾았다. 간송 전형필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박물관이다. 이곳에 수장된 문화재는 간송 선생이 피땀흘려 지켜낸 진귀한 문화재들이다. 하지만 간송미술관은 수리중이었다. 정문은 열려있지만 몇발짝 못미처 관리인이 지나면서 출입을 삼가해달라면서 지나갔다. 아쉽지만 입구에서 간송미술관 윤곽만 찍고 나왔다.



다음코스는 수연산방이다. 상허 이태준 선생이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했던 곳이다. 이태준은 다량의 소설작품을 집필하였으며 일제 말기 한국의 전통문화를 지켜내는데 큰 기여를 한 문학인이다. 그런데 수연산방은 카페로 이용되고 있다. 자세한 내막을 듣지 못해서 사연은 알수 없지만 카페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이 아쉬웠다.




그동안 별렀던 심우장이다. 만해 한용운이 머물면서 작품을 집필하다가 끝내 해방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곳이다. 만해의 혼이 실려 있는 곳이다. '심우'라는 말은 불교용어로서 자아각성의 단계를 말한다고 한다. 만해는 이곳에서 무엇을 해도 거침이 없을 정도의 각성을 이루었다. 만해는 이 집을 지을 당시 남향으로 지으면 총독부 건물이 보이기 때문에 싫다하여 집을 북향으로 지었다는 설이 전해진다.(사실은 택지구조상 남향은 산이 앞을 가로막아 북향이 불가피) 선생이 앞뜰에 심어놓은 향나무는 선생의 심정을 담아 꼿꼿하게 자라 있다. 이곳에 도착하니 다른 일행과 동반한 해설사가 심우장의 내력과 만해선생 관련 일화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곁에서 해설을 들으면서 새삼 만해선생의 혼을 되새길 수 있었다.




심우장을 나서서 계속 한사람이 간신히 지나갈만한 조그만 골목길을 올라갔다. 잠시 공간이 넓어지더니 김광균 시인의 성북동비둘기 시가 새겨진 공원이 나왔다. 산중이다보니 공간은 협소했다. 주민용 운동기구 몇점과 테이블이 놓여 있고 한쪽편엔 책들이 꽂혀 있는 서가도 마련돼 있는 작은 공원이다. 시 공원을 벗어나 비좁은 골목길을 훠이훠이 올라서니 서울하늘 아래 마지막 달동네라는 '북정마을'이 나왔다. 지금은 마을버스도 수시로 달리고 산동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날의 마지막 코스 길상사다. 천재시인 백석과 자야 김영한의 영원한 러브스토리가 담긴 길상사다. 김영한이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감명받아 당시 1000억원대의 재산을 내놓으며 백석의 시 한줄값도 안된다던 길상화 보살 김영한의 말은 젊은 날 한순간의 짧은 인연이었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백석에 대한 애정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정작 백석은 김영한 보다 통영의 란 박경련을 잊지못해 통영을 두번씩이나 찾았다고 하니 사랑은 역시나 슬픈 운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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