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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라디오 '우리말 우리가'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5. 11. 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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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우연한 기회에 방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CBS 뉴스매거진 오늘(오전9:00-11:30)에 격주 목요일마다 나가서, 진행자인 정범구 박사와 10분 정도 우리말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코너 이름은 '우리말 우리가'입니다. 많이 한 것은 아니고, 이제 겨우 두 번 해 봤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 세 번째 방송이 있는 날입니다. 지금부터 떨리네요. 생방송이거든요. ^^*

  오늘 방송하는 원고는 다음에 보내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4주 전에 첫 방송 때 썼던 원고를 덧붙입니다.


정      몰라서 틀리기도하고, 또는 습관적으로 잘못 쓰고 있는 우리 말들을 찾아 바로 잡아보는 시간입니다. 그동안 2년이 넘게 매일 아침 맞춤법 메일을 보내고 계신데요. 저번에도 말씀을 해주셨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시작하셨나? 전공과는 전혀  다른 분야인데...


성제훈 : 방송을 시작하면서 먼저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저는 국어학자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말과 우리글에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제가 공부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남들과 같이 알고자해서 메일을 보내드리는 것뿐입니다. 제가 많이 알아서 뭘 알려드리기 위해 방송에 나온 게 아니라는 점을 먼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      예, 국어학자가 아니라서 오히려 더 쉽게 설명을 해 주실 것 같은데요. 오늘은 첫시간, 소개해 주실 내용은요?

 

성제훈 : 우리가 쓰는 말 중에는 일본말이 참 많은데요. '흠'을 '기스'라고 한다거나, '광고지'를 '찌라시'라고 한다거나, '가짜'를 '가라'라고 한다거나, '비웃음'을 '쿠사리'라고 한다거나 하는 것 등입니다. 이런 것은 발음이 일본식이라서 조금만 신경쓰면 안 쓸 수 있는 말입니다. 근데, 어려운 것은, 일본식 한자입니다. 일본어만으로 표현할 수 없어서 한자를 빌려다 쓴 일본식 한자를, 우리는 모르고 그냥 쓰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열쇠 잠금장치를 시건장치라고 한다거나, 시침질을 가봉이라고 한다거나 하는 경우죠.

그런 일본식 한자 중 '기라성'을 좀 소개드릴게요. 흔히, 대단한 사람이나 뛰어난 사람을 기라성 같은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기라'는 일본어로 반짝인다는 뜻이고, 성은 별 성자입니다. 따라서 '기라성'은 '반짝이는 별'이라는 뜻을 가진 일본식 한자입니다. 하늘에 뜬 별처럼 대단한 사람을 의미하겠죠. 그냥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면 될 것은 굳이 기라성 같은 사람이라고 할 필요는 없죠.

 

정      그런데, 제가 요전에 신문을 보니까 '땐깡' 이란 말도 일본말이라면서요?

 

성제훈 : 예, 그렇습니다. 땐깡도 일본말입니다. 땐깡은 일본말로 간질병을 의미합니다. 간질병에 걸려 발작하는 것을 땐깡부린다고 합니다. 이런 무서운 단어를 귀여운 애들이 칭얼거린다고 해서 쓰면 안 되죠.

 

정      흔히 어린애가 칭얼거릴 때 '덴깡 부린다' 또는 '덴깡 쓴다'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그럼 그 말 대신 뭐라고 하면 될까요?

 

성제훈 : 그 무서운 단어를 어린아이에게 쓰면 안 되고요. 우리말로, 생떼, 어거지, 투정 같이 좋은 말이 많잖아요. 말 나온 김에 이렇게 일본말이 우리 생활주변에 남아있는 것 몇 개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금은 별로 쓰지 않지만, '지하철에서 쓰리 당했다' 할 때, '쓰리'는 '소매치기'라는 일본말입니다.  '이번 회식비는 각자 '분빠이' 하자'할 때, 분빠이는 '분배(分配)'를 일본식 발음대로 읽은 것입니다.'야미'라는 말은 '뒷거래, 뒤, 암거래'를 뜻하는 일본어고,  '삐까삐까'는 '번쩍번쩍 윤이 나며 반짝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입니다. 이런 일본말이 우리 주변에 알게 모르게 도사리고 있는 게 많습니다. 따라서, '유도리' 대신 '융통성, 여유'를 쓰면 되고,  '노가다' 대신 '노동, 막일'을 쓰면 되고, '무대포' 대신 '막무가내'라는 우리말을 쓰면 됩니다.

또한, 차에 '기스'가 난 게 아니라 '흠집'이 생긴 것이며, 아침에 사장님에게 '쿠사리'를 먹은 게 아니라 '면박'당한 것입니다. 차에 연료를 '입빠이' 넣거나 '만땅' 채울 필요 없이, '가득' 채우면 됩니다. 얼마나 쉽고 좋습니까,

 

정      자주 쓰는 말 중에 일본말이 참 많군요. 당장 저부터 고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또 다른 내용을 좀 소개해 주신다면?

 

성제훈 : 정 박사님, 맞춤법과 표준말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정      글쎄요….

 

성제훈 : 바로 우리말을 쓰는 규칙입니다. 좀 구체적으로 보면, 맞춤법은 우리말을 글로 적을 때 필요한 규칙이고요, 표준말은 우리말을 입으로 말할 때 필요한 규칙입니다. 이 시간에는 맞춤법과 표준말을 모두 소개해드릴 텐 데요.

우리가 쓰는 말 중에 입에 익어서 잘 못 쓰는, 그래서 맞춤법에 맞지 않는 그런 단어도 참 많습니다. "잘난 것도 없으면서 돈 좀 있다고 으시대고 다니다간 망신당한다"라는 말이 있죠. 거기서 '으시대다'가 나오는데요. 많이 쓰는 말이지만, 틀렸습니다. '으스대다'가 맞습니다. 잠자리에서 막 일어났을 때의 머리도, '부시시'한 게 아니라 '부스스'한거고,  차거나 싫은 것이 몸에 닿았을 때 크게 소름이 돋는 모양도, '으시시'한 게 아니라 '으스스' 한 겁니다.! 이처럼 흔히 '스'를 '시'로 잘못 발음하는 까닭은 'ㅅ, ㅈ, ㅊ'처럼 혀의 앞쪽에서 발음되는 자음뒤에 모음이 오면, 이 모음도 자음처럼 혀의 앞쪽에서 발음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정      그런 게 있군요. 계속해서 소개를 좀 해 주시죠.

 

성제훈 : 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라는 말이 있죠. 여기서 '쫓던'을 어떻게 쓸까요? 쌍 ㅈ의 쫓던 일까요, 아니면, 그냥 ㅈ의 좇던 일까요? 또, 부모님의 뜻을 좇아 가업을 잇기로 했다에서는 '좇아'를 어떻게 쓸까요? 사실은 구별하는 방법이 아주 쉬운데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틀립니다. 쌍 ㅈ의 쫓다는 공간이동이 있을 때 쓰고, 그냥 ㅈ의 좇다는 공간이동이 없을 때 씁니다.

다시 말하면, 쌍 ㅈ '쫓다'는 뭔가를 따라가서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로 쓰고, 그냥 ㅈ '좇다'는 뭔가를 따라하되 생각이나 사상을 따라할 때 쓰는 말입니다. 그래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에서는 개가 닭을 쫓기 위해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했잖아요. 그래서 쌍 ㅈ '쫓다'를 쓰고, '부모님의 뜻을 좇아 가업을 잇기로 했다.'에서는 생각을 따를 뿐 내 몸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지는 않았으므로 그냥 ㅈ '좇다'를 씁니다.

 

정      그런 쉬운 방법이 있었군요.

 

성제훈 : 계속해서 일상생활에서 자주 틀리는 것 몇 개만 더 소개드릴게요. 제가 방금 '소개드릴께요'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것을 글로 쓸 때는 '소개드릴게요'로 써야 합니다. 의문형인 '-할까요'만 쌍 ㄱ을 쓰고, 평서문에서는 그냥 기역을 써서 '-할게요'라고 해야 합니다. 얼마전에 드라마 제목으로 나왔던 '사랑할께요'도 '께요'라고 쓰면 틀리고 '게요'라고 써야 합니다. 방송에서는 이런 것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데, 조금 아쉽습니다.

또 자주 틀리는 것 중의 하나가, '작다'와 '적다'입니다. '작다'는 '크다'의 반대말이고, '적다'는 '많다'의 반대말입니다. 따라서, 어떤 행사장에 모인 사람을 보고, '사람이 적네'라고 하면, 모인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이고, '사람이 작네'라고 하면, 모인 사람들의 키가 크지 않다는 말이 됩니다. 이렇게 '작다'와 '적다'는 전혀 다른 뜻입니다.

 

정      그렇군요. '작다'와 '적다'는 별 차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게 뜻이 전혀 다르군요.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소개해 주신다면요

 

성제훈 : 예, 얼마전에 꽃집에 간 적이 있습니다. 난화분을 선물할 일이 있어서 들렀는데요. 멋진 동양난 하나를 지적하면서 "저게 얼마죠?"라고 여쭤보니까 5만원이라고 하더군요. 바로 옆에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그럼 저것은 얼마죠?"라고 여쭤보니까 그건 7만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니, 제가 보기에! 는 같아 보이는데 왜 가격이 달라요?"라고 여쭤봤더니, "같다뇨, 틀립니다." "저것은 꽃대가 세 개고, 저것은 꽃대가 다섯 개고, 두 개가 틀리잖아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근데, 여기서 난 화분 두 개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른겁니다. '틀리다'는 '맞다'의 반대말이고, '다르다'는 '같다'의 반대말이잖아요. 화분 하나는 꽃대가 세 개고 다른 하나는 꽃대가 다섯 개니까 꽃대 개수가 서로 다른거지 틀린 게 아니잖아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다르다'고 써야할 때 '틀리다'고 쓰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어떤 학자는 이런 현상을 보고,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지 않고, 나와 같지 않으면 다 틀리다고 보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생긴 말 버릇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정      네 오늘, 성제훈 박사님 통해서 잘못된, 혹은 잘 몰랐던 우리말에 대해 많이 공부했습니다. 앞으로도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은데요. 코너시작 즈음에 말씀드렸지만 성박사님은 이런 우리말의 잘못된 부분들을 매일아침 지인들에게 메일로 보내주고 계신데요. 혹시 청취자분들 중에서도 메일을 받아보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저희 홈페이지에 들어오셔서 '청취자 세상'에 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박사님께서 기꺼이 메일을 보내주신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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