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교수는 '당신들의 대한민국 02'를 통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차별과 폭력을 넘어,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향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의 서문 앞에는 다산 정약용의 ‘여름 술을
대하다’라는 글이 실려 있다. “한밤중에 책상을 차고 일어나/ 탄식하며 높은 하늘을 본다네./ 많고 많은 머리 검은 평민들/ 똑같이 나라
백성들인데/ 무엇인가 거두어야 할 때면/ 부자들을 상대로 해야 옳지/ 어찌하여 가혹하게 긁어가는 일을/ 유독 힘 약한 무리에게만 하는가.”
박 교수는 이 책에서 성형수술과 몸짱 열풍, 10대 알바 문제, 한류열풍, 조기 영어학습 열풍, 국적 파문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다르고 있다. 이를 통해 이 문제들 이면에 깔린 1등 지상주의와 경쟁 우선주의, 미국의 권위에 대한 맹신과 비뚤어진 애국주의,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비판한다.
박교수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겉으로는 전자제품으로 세계를 평정한 듯 하지만 그
내부에서는 수백만 영세상인들의 '제살 깎아먹기 식'의 총소리없는 경제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따라서 "바깥에서 보기에
화려한 성공을 가능케 한 것은 노동자로 하여금 말도 안되는 대우를 감수하며 죽도록 일하게 만드는 생존공포의 분위기"라고 지적한다. 과거
군사독재시절부터 길들여진 '힘에 대한 추종'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성장주의, 경쟁주의 전통이 지금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또 우리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꼬마들이 영어유치원에서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 쓰는 현상을 영자(英子)의 전성시대라고
꼬집으면서 점차 '옛날 주인'이 되어가는 미국에 대한 이런 '기특한 충성심'은 웃고 지나갈 일이 결코 아니라고 비판한다.
박노자 교수는
1973년 러시아에서 태어나, 블라디미르 티호노프가 본명이다. 고교 시절 '춘향전'을 읽고 한국에 매료된 뒤 2001년 '러시아의 아들'이란
뜻을 가진 노자(露子)라는 이름을 스스로 짓고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강단에 서고 있는 박 교수는 5년전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통해 '한국 사회에 유령처럼 떠도는 전근대적 유물들' 에 대해 질타를 가했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 감춰진 기만과 폭력을 예리하게
포착함으로써 보수언론과 지배이데올로기에 길들여진 우리를 돌아보게 했다. 날카로운 메스는 <한국의 종교와 패거리문화> <대학,
한국사회의 축소판> <민족주의인가 국가주의인가>로 이어진다. 그는 묻는다. 젊은이들이 군대생활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얻게 되는 이유, 종교가 사적 이익의 보루가 되는 이유, 교수가 되기 위해 부당한 대우와 위협을 견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의 물음 속에는
이 땅에서 행해지고 있는 모든 제도적·사회적 폭력에 대한 울분이 섞여 있다. 타인에 대한 적극적인 폭력을 가르치는 군사문화, 굴종과 타협을
강요하는 대학 사회의 현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우리'의 선 밖으로 내몰고 있는 인종주의적 편견 등은 그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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