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풋볼리그(NFL)에서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한 한국계 스타 하인스 워드(30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갑작스레 인기몰이 하고 있다.
그동안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신문 방송이 대서특필하고 나섰다. 더욱이 방송사는
예정에 없던 하인스 워드 특집 프로그램 제작에 나섰다.
또 인터넷에서도 활동이 중단되다시피 했던 팬 카페가 난데없는 호황을 맞았다. 현재 인터넷에서 활동중인 워드 팬카페는 3-4곳. 2003년에 만들어진 인터넷 포털 `다음'의 `Go!! Hines Ward 카페'(http://cafe.daum.net/hinesward/)는 지난해 1월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다가 워드가 MVP상을 받은 6일부터 매일 수백 명이 새로 가입하고 있고 새 글도 수십 건씩 뜨고 있다. 워드는 물론 어머니 김영희(55)씨의 희생에 감동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주로 `어머니와 아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라는 내용이 많다.
새로운 팬 카페(http://cafe.daum.net/RunHW)도 개설돼 가입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NFL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어나 관련 인터넷 카페의 손님이 크게 늘었다.
방송사도 갑자기 바빠졌다. KBS는 11일 오후 8시
방송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KBS 스페셜'에서 예정된 내용 대신 하인스 워드 관련 내용을 방송할 예정이다. 워드가 6일 MVP상을 탄 이후
긴급 취재한 내용 등을 방영할 계획이다.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긴 마찬가지다. 4월 2일 어머니와 함께 방한하는 워드를 광고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워드 모자가 방한시 자사 항공기를 이용해주도록 미주지사를 통해 로비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하인즈 워드가 한국에서 성장했다면 과연 지금의 하인즈 워드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의문을 품어본다. 모르긴 몰라도 한국에 있었다면 변변한
직장 하나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단일민족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혼혈아는 멸시와 차별의 대상이었다. 국내 혼혈인은 한국동란
이후 주한미군과 한국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 1세대'를 시작으로 현재 3만5천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에 살고 있는 미국계 혼혈인이
5천명 정도, 코시안이 3만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국내 혼혈인 지원단체인 `펄벅재단'의 추산이다.
국내 혼혈인은 역사적 관점에서 1, 2, 3세대로 나눈다. 혼혈 1세대는 한국동란을 전후해 대거 국내에 들어온 주한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이다. 혼혈 2세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를 찾은 동남아 남성과 한국 여성 사이에 태어난
코시안(Kosian)이다. 그리고 2000년 이후 급증하고 있는 혼혈 3세대는 한국 남성과 주로 농촌에 시집온 동남아 여성 사이에 태어난
코시안(Kosian)이다.
그러나 순수 혈통이라고 자랑해온 우리 사회에서 혼혈은 하나의 `낙인'이었다. 국제화가 진행되는 등 시대가
변하고 혼혈인 스타가 배출되면서 조금씩 인식이 달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혼혈인은 여전히 `이방인'으로 취급받고 있다. 특히 혼혈
1세대 중 흑인 혼혈아는 백인 혼혈아와 달리 인종 차별의 아픔까지 겪어야 하는 두 배의 시련을 감당해야 했다.
취학아동의 경우 여전히
국내 학교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형편이 되는 경우 외국인 학교에 들어갈 기회를 얻지만 대부분 가난이 되물림되는 형편이어서 교육의 기회도 많지
않다. 어른이 돼 취업하려고 해도 혼혈인은 장애인과 함께 우선 기피 대상에 오르는 것이 현실이다. 실력을 떠나 혼혈이라는 이유도 제대로 된
기회도 주지 않는 것이다.
이번 워드 신드롬을 계기로 국내에서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혼혈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어머니 김씨와 하인즈 워드의 역경을 극복한 성공담에만 촛점이 맞춰진다면 우리 사회에서 열심히 살면서도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는 다른 혼혈인에게 또 다른 상실감을 줄 수도 있다. 즉 “저 친구는 온갖 역경을 딛고 저렇게 일어섰는데 너는 뭐하냐“는 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사회구조적 책임을 마치 개인의 무능 때문인냥 매도해서는 안된다. 이번 하인즈 워드의
사례를 통해 국내 혼혈인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혼혈인 문제는 근본적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고 정부 정책이 바로 서야 해결될 문제다.
바야흐로 세계는 지구촌 시대이다.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혼혈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물론 노동자로 들어온 동남아시아인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정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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