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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방송원고 19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6. 2. 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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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 맞다고 하는데 여전히 어색해하거든요...  그럼 ‘곱빼기’는 ‘곱배기’로 해야 하나요?
성     자장면은, 외래어로 봅니다. 중국말이 들어왔다고 보는 거죠. 우리말에서 외래어는 된소리를 쓰지 않습니다. 그에 따라,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곱빼기’는 순 우리말입니다. 자장면에 끌려 ‘곱배기’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음식에서, 두 그릇의 몫을 한 그릇에 담은 분량"은 ‘곱빼기’가 맞습니다.
정     매주 이 시간은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들을 되짚어보는 시간인데요, 그런데 “우리가 우리말을 이렇게 모르고 있다는 게 참 남세스럽다...” 할때, ‘남세스럽다’가 맞나요, ‘남사스럽다’가 맞나요?
성     네.. 우리말이 더 오염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아끼는데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남에게 놀림과 비웃음을 받을 듯하다.”는 뜻의 단어는 ‘남우세스럽다’입니다. 이 말의 준말이 ‘남세스럽다’입니다. ‘남사스럽다’고 하면 안 됩니다. 그건 ‘남세스런’ 짓이죠. ^^*
정     발표할 때 흔히 듣게 되는 “이번 내용은 뭐뭐가 되겠습니다...”에서 " -겠습니다"가 불필요한 말이라고요?
성     네 발표장에서 흔히 듣는 말 중, '-겠습니다.'가 있습니다. 이것은 전통가옥이 되겠습니다. 저 내용은 기본 계획이 되겠습니다 같은건데요... 심지어 어떤 사회자는, 화장실은 이쪽이 되겠습니다라고 합니다. '-겠-'은, "내일쯤 비가 내리겠습니다"처럼 확실하지 않은 일에 대한 '추정'을 나타낼 때나, "첫눈이 오면 가겠습니다"처럼 말하는 사람의 의지를 나타낼 때 씁니다. 이 외에는 '겠'을 쓰지 않으시는 게 깔끔합니다. '이것은 전통가옥이 되겠습니다'는 '이것은 전통가옥입니다'로, '저 내용은 기본 계획이 되겠습니다'는 '저 내용은 기본 계획입니다'로, '화장실은 이쪽이 되겠습니다'는 '화장실은 이쪽입니다'라고 쓰시면 됩니다.
정     “뭐뭐 한 것 같다..“ 라는 표현도 많이 쓰는데요, 역시 불필요한 말인가요?
성     '같다'는, "크기나 생김새 따위가 서로 다르지 않고 한 모양이다"는 뜻과, "추측,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말"로 쓰입니다. 예를 들어, 내일 비가 올 것 같다처럼 확실하지 않은 것에만 쓰는 말입니다. 이런 '같다'를 자기 기분이나 느낌, 생각을 말할 때는 쓰면 안 됩니다.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그런 거죠. 자기 기분을 자기가 말하면서 마치 남의 기분을 예상하거나 추측하는 것처럼 말하면 안 되죠.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가 아니라, "기분이 참 좋아요."라고 하면 됩니다.
정     오늘도 쓰지 말아야 할 일본말들 몇 가지 짚어주시죠
성     “수량을 나타내는 말들 사이에 쓰여 얼마에서 얼마까지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내지’라는 게 있습니다. 열 명 내지 스무 명, 천 원 내지 이천 원처럼 쓰이는데요. 이 ‘내지’는 일본말입니다. ‘열 명 내지 스무 명’은 ‘열 명이나 스무 명’, ‘천 원 내지 이천 원’은 ‘천 원에서 이천 원’으로 쓰시면 됩니다. 말을 할 때는 별로 쓰지 않으나 글에서는 많이 보이는 표현입니다.
성     또 가끔 드리는 말씀인데, 많이 공부한 사람들이 이런 일본말 사용을  더 많이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학자들이 쓴 글은 다 옳고, 심지어 본받아야 할 글로 봅니다. 일본말 찌꺼기 중 주로 배웠다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게, ‘-에 있어서’입니다. 우리 사회에 있어서 정보 문제는..., 미래 사회에 있어서 문화는... 정치에 있어서 인간관계는..., 전략적 제휴에 있어서 지식경영은... 이 말은, 일본말 において를 그대로 번역한 겁니다.  우리 사회에 있어서 정보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정보 문제는... 미래 사회에 있어서 문화는... 미래 사회에서 문화는... 정치에 있어서 인간관계는..., 정치에서 인간관계는... 로 바꿔 쓰시면 됩니다.
정     날씨는 끄물끄물하다가 맞나, 꾸물꾸물하다가 맞나요?
성     ‘꾸물꾸물’은 뭔가가 “매우 느리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고, ‘끄물끄물’은 “날씨가 활짝 개지 아니하고 자꾸 흐려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따라서, 지렁이가 꾸물꾸물 기어가는 것이고, 날씨는 끄물끄물한 겁니다.
정     그 상은 ‘따 논 당상’이다 할 때... 따 논 당상이란 말도 틀린 말이라고요?
성     어떤 일이 확실하여 조금도 틀림없이 진행될 것이란 의미의 말은 '따 논 당상'이 아니라, '떼어 놓은 당상'입니다. '당상'은 조선시대의 높은 벼슬인데요. 어떤 사람을 위해, 꼭 어떤 사람에게만 주려고, 따로 떼어 놓은 당상 자리라는 뜻입니다. 따로 떼어 놨으니 확실한거죠. 따라서,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해야 합니다.
'따 논 당상'이라고 하면,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듯 당상 자리를 어디서 딴다는 말이 되서 ‘확실하게 준비한 자리’라는 의미가 없습니다.
정     생각해보니 이거, 헷갈리네요. “ 영화 본지 오래됐다 ” 가 맞나요, 아니면 “ 영화 안 본지 오래됐다...” 가 맞나요?
성     오래전에 영화를 보고 최근에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영화 본 지 너무 오래됐다"라고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년 전에 영화를 보고 그 후로는 보지 않았다면, 6개월 전에도 영화를 안 봤고, 한 달 전에도 안 봤고, 어제도 안 봤잖아요. 그러니 영화 안 본지는 오래되지 않은 거죠. 어제도 영화를 보지 않았으니, 영화를 안 본 것은 최근이죠. 1년 전에 영화를 보고 그 후로는 보지 않은 것은 영화를 본 지 오래된 겁니다.
정     예의를 잘 갖추는 사람을 경우 바른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이건 바른 말인가요?
성     옳고 그름과 시비의 분간이 뚜렷한 사람은 ‘경우가 바른 사람’이 아니라 ‘경위가 바른 사람’입니다.  경우는 “(어떤 조건이 있는) 특별한 형편이나 사정”이라는 뜻으로, ‘만일 비가 올 경우에는 가지 않겠다.’처럼 씁니다. 경우와 발음이 비슷한 경위(涇渭)는, 중국에 있는 강 이름에서 왔습니다. 경수는 항상 흐리고, 위수는 항상 맑아 두 물이 섞여 흐르는 동안에도 구별이 분명하다 해서, 옳고 그름과 시비의 분간이 뚜렷한 사람을 경위가 바르다고 합니다.
정     이번 주 매거진 우체통의 주제가 ‘ 눈물난다, 내 집 장만’ 인데...  집과 관련된 잘못된 우리말들 소개해주신다고요...
성     네 내 집과 관련 있는 몇 가지 소개드릴게요.  먼저 “전세로 빌려 주는 방. 또는 전세로 빌려 쓰는 방.”은 ‘전셋방’이 아니라 ‘전세방[전세빵]’입니다.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데요. 현행 맞춤법 규정에 사이시옷은 한자와 한자가 결합하는 합성어는 셋방(貰房), 숫자(數字), 횟수(回數) 등 여섯 개만 사이시옷을 쓰고, 다른 경우에는 쓰지 않습니다. 따라서, ‘셋방’은 사이시옷이 들어간 ‘셋방’이 맞지만, ‘전세방’은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 게 맞습니다. 또 “남의 집이나 방을 빌려 쓰는 값으로 다달이 내는 세. 또는 집이나 방을 빌려 주고 받는 세”는 ‘삭월세’가 아니라, ‘사글세[사글세]’가 맞습니다.
정     임대와 임차도 자주 헷갈리는데요..
성     ‘임대’는 돈이나 대가를 받고 자기 물건을 남에게 빌려 주는 것입니다. 건물주는 건물 전체를 은행에 임대했다처럼 쓰죠. ‘임차’는 돈을 내고 남의 물건을 빌려 쓰는 것입니다. 은행 돈을 빌려 사무실을 임차했다처럼 쓰죠. 이렇게 뜻이 다른데도, 흔히, “무슨 건물을 임대해서 사무실을 열었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내가 건물을 빌린 것이니까 “무슨 건물을 임차해서 사무실을 열었다”고 해야 합니다.  또 처음으로 내 집을 장만해서 즐거운 비명을 지렀다! 란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비명은 슬플 비(悲) 자, 울 명(鳴) 자로 “슬픈 울음”을 말합니다. 따라서 즐거운 일에는 비명이란 말을 쓰지 않습니다. ‘즐거운 비명’이나 ‘행복한 비명’이라는 말을 잘못된 거죠..
정     그럼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성     기뻐서 큰 소리로 부르짖는 것은 ‘환호(歡呼)’입니다. 그 소리가 환호성(歡呼聲)이죠. 따라서, 처음으로 내 집을 장만하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게 아니라, 기쁨의 환호를 해야죠. ^^* “매우 기뻐함. 또는 큰 기쁨”이라는 뜻으로 환희(歡喜)도 있습니다. 내 집을 장만하면 ‘환희의 함성’을 지르는 거죠.
정     좋은 일에는 환호라고 해야한다...   정말 우리 서민들, 내 집 장만의 꿈 이뤄 환호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좀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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