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 대하여...]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 "
참 멋진 노래죠. '낭만에 대하여'입니다.
노래는 좋아도 그 ‘낭만’이라는 말은 참 창피한
말입니다. ‘낭만’의 사전적 의미는 "실현성이 적고 매우 정서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 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감미로운 분위기"입니다.
그 낭만을 한자로는 물결/파도 랑(浪) 자에 넘쳐흐를 만(漫) 자를 씁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죠?
다 이유가 있습니다. ‘낭만’은 영어(프랑스언가?) romance를 일본 사람들이 비슷한 발음의 한자를 빌려다 적은
겁니다.
일본 사람들은 romance를 ‘浪漫’이라고 쓰고, ‘ろうまん[로우망]’이라고 읽습니다. 자기들 발음에 맞는 비슷한 발음의
한자를 빌려다 적고, 읽는 것도 원 발음과 비슷하게 ‘로우망’이라고 읽는거죠.
근데 우리는 그것을 한자 그대로 ‘낭만’이라고 읽는
겁니다. 이 얼마나 낯부끄러운 일입니까. 차라리 ‘로맨스’라고 읽고 쓰는 게 낫지, 낭만이 뭡니까, 낭만이... 더 가슴 아픈 것은
이런 게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겁니다.
[초자류/구라파]
초자류... 초자(硝子)는, 일본 사람들이 영어 glass를
자기들 발음과 비슷한 한자로 쓴 겁니다. '낭만’과 마찬가지로, 쓰기는 硝子로 쓰지만, 읽기는 ‘ガラス[가라즈]’로 읽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한자 그대로 ‘초자’로 읽는 거죠.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낯이 뜨겁네요.
아직도 영어 발음을 따서 만든 일본식 한자를 우리의 고유한
한자라고 떠벌이는 사람들 앞에서 표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며칠 전에는 어떤 박사님 한 분이, 자기는 구라파에서 최신 학문을
공부하고 왔다면서 떠벌이더군요. 저는 그 사람의 실력과 상관없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구라파(歐羅巴)도 영어 Europe을
일본사람들이 자기들 식으로 쓴 겁니다. 비슷한 발음의 한자로 그렇게 쓰고, 읽기는 ‘ヨ-ロッパ[요로파]’라고 읽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나
‘구라파’라고 떠벌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