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사정이나 취향 때문에 혼자 달리는 사람들. 흔히 마스터스 러너들 사이에서 ‘독립군’이라고 불리는 이들에겐 자신들만의 애환과 함께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고독한 운동이지만 혼자서 하기 어려운 운동이 마라톤이다. 효율적으로 훈련하고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이나 지역, 온라인 마라톤 동호회의 문을 두드린다. 함께 운동하면 고수들로부터 자세 교정은 물론 다양한 훈련 방법을 전수받을 수 있고 동기 부여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혹은 취향 때문에 동호회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흔히 마스터스 러너들 사이에서 ‘독립군’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자신들만의 애환과 색다른 즐거움을 가지고 있다.
-“자유를 찾아 달린다”-
마스터스 마라토너들 사이에서 ‘고덕 달림이’로 통하는 박복진(54)씨. 박씨는 1998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지만 그동안 특별히 동호회 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달리는 자유를 좀더 만끽하고 싶어서다.
“젊었을 때부터 조직 생활에 너무 얽매여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에서 회사, 심지어 반상회에 예비군 훈련까지. 이젠 나이도 들고 해서 운동만큼은 조직에 몸담지 않고 혼자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씨는 동호회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즐거움을 갖지 못해 아쉬운 점은 있지만 정기 달리기 모임 날 총무의 재촉 전화나 회비 납부 부담, 운동을 마친 후의 뒤풀이 등이 없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발을 맞추어 달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달리고 싶은 속도로 달리고 싶은 거리만큼 달린다. 박씨는 평상시 달릴 때 스톱워치를 차고 달려본 적이 없고, 트랙이나 트레드밀에서도 달리지 않는다. 그에게 달리기는 훈련이 아니라 그저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풀코스 50회 이상, 울트라 마라톤은 5∼6회 완주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인터벌 훈련 같은 것을 해본 적이 없다. 대신 달리기 자체를 생활화하고 있다. 박씨는 서울 고덕동 집에서 잠실 사무실까지 매일 달려서 출퇴근 한다. 눈이 내린 한겨울에도 예외는 없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달리기를 즐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주말을 골라 경기도 양평으로 드라이브를 나간다. 물론 자동차가 아닌 두 다리를 이용한 드라이브다.
“작은 배낭에 물과 먹을 것을 넣고 7시간 정도 달렸다가 돌아옵니다. 시간이나 속도는 의미가 없죠. 그냥 자유롭게 마음 내키는 대로 달리는 거죠.”
박씨는 한때 마라톤 관련 사이트에 ‘독립군의 즐거움’에 대한 글을 올렸다가 많은 사람들의 비판적인 ‘리플’ 때문에 속이 상한 적이 있다. 혼자 달리는 사람들을 조직 생활 부적응자나 성격 이상자 등으로 표현한 글도 있었기 때문이다.
울트라 마라톤을 준비할 때는 동호회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다. 연습 중간에 동호인들로부터 급수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기 훈련 등에 나가지는 않지만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에 가입,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25번째로 풀코스 1백 회 완주를 달성한 권대훈(47)씨 역시 ‘독립군’이다. 안동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권씨는 “특별히 혼자
달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맞출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권씨는 “대회에 혼자 참가하면
불편한 점이 있지만, 훈련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1백 회 완주 기록을 달성한 러너 중에서
‘무소속’은 권씨가 처음이다. 혼자 달리면 기복이 심하고, 꾸준히 달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대회를 혼자서
참가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 훈련 스케줄에 맞추어 달린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 외로움이 가장 큰 적 -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외로움이다. 무소속으로 메이저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던 한 달림이는 “결승점을 통과한 후 힘들어 주저앉아 있는데 동호회 회원들끼리 모여 국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훈련할 때도 마찬가지다. 함께 페이스를 맞추어 달려줄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목표 거리를 채우지 못하거나 무리해서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최형길(43)씨는 “장거리를 혼자 달리다 보면 지루하거나 외롭게 느껴질 때가 많다”며 “30km 이상 LSD 훈련을 할 때 급수 지원을 해줄 동료가 없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서브3를 목표로 혼자서 강훈련을 소화하다가 최근 부상을 당했다. 주변에 페이스를 조절해 줄 동료가 있었다면 부상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달리는 의사들 소속인 상계 백병원 안재기 박사는 “혼자 달리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지만, 여럿이 달릴 때에 비해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동료를 대신할 수 있는 훈련용 장비나 부상 대비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훈련 효과를 높이고 지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심박계나 GPS 시계 등을 추천했다.
GPS가 내장된 시계를 이용하면 혼자 달리더라도 자신이 달린 거리나 속도 등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일부 제품에는 가상 파트너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일정한 페이스로 동료와 함께 달리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심박계도 홀로 달림이들에게 요긴한 장비다. 페이스 조절을 손쉽게 할 수 있어 무리한 훈련을 막아주고, 운동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훈련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를 뛸 때는 소지품 가방이나 물통 색, 배낭 등을 갖추는 것이 좋다. 새벽이나 한밤중에 달린다면 불빛을 반사하는 야광 유니폼 등을 갖추는 것도 바람직하다. 부상이나 사고 등에 대비해 집을 나설 땐 행선지와 소요 시간 등을 가족에게 말하고 떠나는 것도 잊지 말자. 50세 이상인 사람들은 평소에 심장 검사 등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포커스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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