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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의 박치기

세상보기---------/사람 사는 세상

by 자청비 2006. 7. 1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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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던 '지단의 박치기'에 대해 지네딘 지단이 처음 입을 열었다. 지단은 13일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TV(Canal plus)에 출연해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 퇴장에 대해 처음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당시 상황을 이야기 한 것이다.


그는 "나는 그 경기를 봤던 모든 어린이들이 나를 용서해줬으면 좋겠다. 그것(퇴장)에 대해서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다 털어놓고 정직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매우 조심스럽게 상대방의 행위에 대해 말했다. 그는 마르코 마테라치(33)가 무슨 말로 자신을 자극했었는지에 대해 "나의 어머니와 여동생에 관련된 매우 개인적인 것"이라고만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어 그는 "월드컵 결승에서, 그것도 내 현역 생활을 불과 10분 밖에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그런 행동을 했다면 어떤 기분이었겠느냐"며 자신이 많이 생각하고 행동했다는 것을 역설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만약 후회한다면 마테라치가 한 말이 옳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지단이라는 선수 개인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 그저 남들이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프랑스 뢰블레 군단의 리더로 프랑스 축구의 황금기를 이끈 세계적인 미드필더라는 정도다. 그러나 박치기를 하고 그 이후 보여준 그의 행동에서 그가 정말 찬사를 받을 만한 신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사태의 발단부터 추측해보자. 마테라치가 행한 가족에 대한 욕설에 대해 아마 소심한 사람이었으면 들어도 못 들은 척 했을 것이다.(성인군자는 조국의 승리를 위해 참고 더 경기를 열심히 뛰었을 런지도 모르겠다.) 다혈질인 사람이었다면 경기장에서 난투극을 벌였을 것이다. 그리고 경기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쿵 저러쿵 험한 말이 오가며 온갖 감정을 부추기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지단은 단 한방의 박치기와 그리고 심판의 퇴장판정에 조용히 그라운드를 물러났다. 퇴장 직후 라커룸에서 조용히 분노를 삭혔다. 경기 종료후에도 2~3일을 침묵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다스렸다.


오히려 주변에서 이런저런 분석이 나왔고 조급해진 마테라치가 그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변명하면서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했다. 두 사람을 놓고 양국의 민족성을  운운하는 것이 무리이겠지만 두 사람의 태도는 양국의 민족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오로지 승리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급한 정신을 갖고 있는 마테라치와 가족의 명예를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지단. 그것은 양국의 역사가 보여주고 있는 바와 같다.


프랑스의 한 설문에서는 지단이 성급한 행동을 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단의 행위가 옳았다며 지단을 지지했다. 이로 미뤄보건대 이번 사례는 이태리 축구사에는 불명예로(어쩌면 기록이 안될지도 모르지만), 프랑스의 축구사에는 자랑스런 역사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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