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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나해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7. 1. 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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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나해가 어딘지 아세요? 동지나해(東支那海)는 '동중국해'의 음역어입니다.
옛날에 진나라가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했는데, 그 진나라의 이름에서 china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서양에서 중국으로 들어온 상인들이 진나라를 china라고 부른 거죠. 그 china를 한자로 표시한 게 '支那'입니다. 그래서 '동지나'는 중국의 동쪽이라는 말이 되고, 동지나해는 중국의 동쪽에 있는 바다인 황해가 되는 거죠.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게 아니라, 한자로 된 외국 나라나 도시이름입니다. 당연히 그런 것을 쓰지 말자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구라파(歐羅巴)는 Europe을 한자로 읽은 것이고,
나성(羅城)은 Los Angeles,
노서아(露西亞)는 러시아,
라마(羅馬)는 로마,
말련(末聯)은 말레이시아,
묵서가(墨西哥)는 멕시코,
백림(伯林)은 베를린,
분란(芬蘭)은 핀란드,
불란서(佛蘭西)는 프랑스,
비율빈(比律賓)은 필리핀,
상항(桑港)은 싱가포르,
서반아(西班牙)는 스페인,
서서(瑞西)는 스위스,
서전(瑞典)은 스웨덴,
아세아(亞細亞)는 아시아,
애급(埃及)은 이집트,
오지리(墺地利)는 오스트리아,
이태리(伊太利)는 이탈리아,
인니(印尼)는 인도네시아,
화란(和蘭)은 네덜란드,
호주(濠洲)는 오스트레일리아,
윤돈(倫敦)은 런던입니다.

정리하죠.
요즘 세상에 런던을 윤돈(倫敦)이라고 하는 넋 빠진 사람은 없겠죠? 로스앤젤레스를 나성이라고 하는 사람도 이제는 없죠?
그러나 아직도 유럽이라 하지 않고 구라파라 하고, 프랑스를 불란서라 하고, 스페인을 서반아라고 하고, 이탈리아를 이태리, 네덜란드를 화란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넋 빠진 사람입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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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해바다'도 말이 안 됩니다. 동해가 東海로 "동쪽에 있는 바다"인데 뒤에 '바다'가 왜 붙죠?
'동해'가 맞습니다. 다만, 몇몇 뛰어난 국어학자는 한자말에서 우리말이 살아남기 위한 현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좀 봐 줄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네요. ^^*

2. 사실 중국이라는 나라 이름도 문제입니다. '中國'은 나라의 가운데라는 뜻으로 중화사상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중국이 세계의 중앙에 있는 세계 제일의 문명국이라는 뜻으로 그 나라 사람들의 자부심을 나타낸 것이겠죠. 그렇다고 중국을 '지나'라고 부를 수도 없고… 쩝….

3. 종교인들은 다 아시겠지만, 출애굽기는 出埃及記로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의 인도로 노예 생활을 하던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시나이 산에 이르기까지의 일을 기록한, 구약 성경의 둘째 권입니다.

 


위 성제훈님의 우리말 편지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아직도 유럽이라 하지 않고 구라파라 하고, 프랑스를 불란서라 하고, 스페인을 서반아라고 하고, 이탈리아를 이태리, 네덜란드를 화란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넋 빠진 사람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현행 외래어표기법은 현지발음에 가장 가깝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말에 관심있는 사람은 누누이 강조하듯이 말과 글의 주인은 국민, 즉 언중이다. 일부 학자들이 마음대로 이래라저래라 할 것이 못된다. 한글맞춤법이 어찌되어 있든, 표준어규정이 어떻게 정하고 있든, 많은 언중이 자주 쓰면 그 말이 표준어가 되는게 상식이다.

외래어도 마찬가지다. 미국인이 어떻게 소리내든, 유럽인들이 뭐라고 발음하든, 그런 말이 우리 국민이 똑같이 쓰는 말을 못 쓰게 만들 수는 없다.

 

구라파, 로서아, 불란서, 이태리, 화란 등의 한자말들이 우리 언중이 만들어낸 것인지 아닌지를 먼저 가려내야 할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그들이 만들어낸 것을 우리가 가져온 것이라면 청산해야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라면 구태여 억지로 못쓰게 할 필요은 없지 않을까. 예컨대 낭만(浪漫)과 같은 용어처럼 영어의 로맨스를 일본식 발음에 따라 표기한 것을 우리가 가져야 낭만이라고 읽는 것이 아니라면 억지로 이들 말들을 쓰지 못하도록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이들 말을 이제와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현지발음과 너무 다르다는 것이 이유중 하나이다. 그러면 우리가 그네들의 발음을 따라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고유명사는 현지발음을 따라 해주는 것이 국제적인 원칙인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우리의 수도 서울을 외국인들은 서울이라고 발음해주지 않는다. 쎄올, 씨올 등 자기나라식으로 부른다. 우리나라의 국호도 대한민국이지만 어느 외국인도 우리나라를 대한민국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영어로 KOREA라고 표기하지만 유럽에서는 지들 마음대로 COREE라고 적기도 한다. 발음도 코리아, 꼬레, 꼬레아 등으로 제멋대로 부른다.

 

그리고 외래어를 현지발음에 맞춰 써야 한다면 우리말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외래어들-예컨대 라디오,  밀크, 바나나, 오토바이 등 본토 발음과 다른-을 모두 바꿔야 하는 혼란을 경험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면 '라마(羅馬)는 로마'로 바로 잡았으나 ROME을 로마라고 부르는 나라도 우리나라 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있다. 이들 용어들이 단순히 한자말이라는 이유로 없애야 한다면 미국이나 영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독일은 왜 도이칠란트라고 하지 않는가. 중국이나 일본도 영어식으로 차이나와 저팬이라고 하거나 그들 국가에서 부르는 식으로 불러야 할 것이 아닌가.-일본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자국 선수 유니폼에 국가이름을 닛뽕이라고 새겨 나온다.

 

외래어 표기는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당신네 말을 당신네 소리대로 잘 적어주고 있지요'라고 자랑하려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의 국어생활에 통일을 기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요즘 런던을 윤돈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불란서를 꼭 프랑스라고 해야 한다거나 호주를 반드시 오스트레일리아라고 적거나 불러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툭하면 바뀌는 우리나라의 외래어 표기법은 정말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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