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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켸팥켸/윤슬/선친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7. 1. 1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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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켸팥켸>

저희 집은 집이 좁아 애들방이 따로 없습니다. 거실이 곧 애들 놀이터도 되고 장난감 창고도 됩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만 치우지 않아도 거실은 온통 난장판입니다. 말 그대로 콩켸팥켸가 됩니다. 어디 발 디딜 틈도 없죠. ^^*
오늘은 콩켸팥켸를 알아볼게요. 설마 이런 낱말이 진짜로 있냐고요? 있습니다. ^^*
'콩켸팥켸'는 "사물이 뒤섞여서 뒤죽박죽된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본래는 콩켜팥켜였습니다. 여기에 쓴 켜는 "포개어진 물건 하나하나의 층"을 말합니다.
시루에 떡을 찔 때, 쌀가루를 넣고, 그 위에 콩을 넣고, 다시 쌀가루를 넣고 그 위에 팥을 넣고…,  뭐 이렇게 층층이 쌓아 나가잖아요. 그런데 그 쌀가루와 콩, 팥을 한꺼번에 시루에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뒤죽박죽되어서 어디까지가 콩이고 어디까지가 팥인지 모르겠죠?
곧, 어디까지가 콩 켜이고, 어디까지가 팥 켜 인지 모른다는 말에서 콩켜팥켜가 생겨났고, 그 게 변해서 콩켸팥켸가 된 겁니다.
그나저나 저는 언제 넓은 집으로 이사가서 거실이 콩켸팥켸된 꼴을 안 보고 살죠?
우리말123

보태기)국립국어원에서 1998년에 사전을 만들 때 '켸켸묵다'는 '케케묵다'로 바꾸었으나, '콩켸팥켸'는 '콩케팥케'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무슨 까닭이 있는지 아니면 학자들이 깜빡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어쨌든 표준말은 '콩켸팥켸'입니다.


<윤슬>

아침에 일터에 나오다 보니 어제 눈이 내리면서 공기 중에 있는 먼지를 다 씻어내렸는지 햇빛이 참 맑고 곱네요.
오늘은 이 햇살만큼 좋은 우리말을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윤슬'입니다. 마치 마음씨가 참 고운 어린아이 이름 같죠?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합니다. 고향 땅의 봄 바다에 반짝이는 윤슬은 아름답다처럼 쓰죠. 많은 분이 알고 계시는 '물비늘'과 비슷한 뜻입니다.
'물비늘'은 "잔잔한 물결이 햇살 따위에 비치는 모양을 이르는 말"이죠.
아침에 일터에 나오다 보니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물결을 보면서 윤슬이라는 단어가 퍼뜩 떠오르더군요. 바로 차에서 내려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물비늘도 좋고 윤슬도 좋은데, 어린아이 이름으로는 윤슬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토박이말로 된 한글 이름을 소개하는 누리집이 있습니다. 또 이곳에서는 '한말글 이름의 날'을 만들고 이를 법정 기념일로 만드는 노력도 하고 계십니다.
http://www.hanmal.pe.kr/bbs/zboard.php?id=hanmalgeul_ileum
http://www.hanmal.pe.kr/bbs/zboard.php?id=yeollinbang

우리말123

 

 

<선친>

어제는 오랜만에 중학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가끔 보는 친구도 있고, 중학교 졸업한 뒤로 처음 보는 친구도 있고….
어제 친구와 이야기하던 중 좀 꼬집고 싶은 게 있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불쑥, "근데, 요즘 선친은 잘 계시냐?"라고 묻더군요.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친구 낮을 봐서 그냥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선친(先親)은 "남에게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를 이르는 말"입니다. 내가 남에게 쓰는 말입니다. 그것도 아버님이 이미 돌아가신 경우에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그 친구가 저에게, "요즘 아버님 잘 계시냐?"라고 물었다면, "응, 실은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라고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근데, 뜬금없이 '선친'잘 계시느냐고 물으니, 하늘나라 사정을 제가 알 수도 없고….
내친김에, "저희 선친께서 한번 뵙자고 하십니다."도 말이 안 됩니다. 만약, 아버지가 살아계신 상태에서 그런 말을 했다면, 큰 불효가 됩니다. 선친은 돌아가신 내 아버지를 이르는 말이므로, 살아있는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거잖아요.
또,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셨다면, 하늘나라에 계시는 아버지가 당신을 좀 보고자 하십니다는 말이 되므로 듣기에 따라서는 영 거시기한 말이 될 수도 있죠.
우리는 학교 다닐 때 엄친, 가친, 선친 같은 한자말을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 낱말을 써서 말을 해야만 격식을 갖춘 언어 예절로 배웠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어는 상대방과 나누는 느낌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알기 쉽고 받아들이기 편하게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저는 엄친, 선친보다는 아버님이 훨씬 다정하게 들립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아버지의 높임말인 '아버님'은
1. 남의 아버지를 높일 때,
2. 돌아가신 내 아버지를 이를 때,
3. 시아버지를 이를 때만 씁니다.
따라서, "저희 아버님이 좀 뵙자고 하십니다."도 틀립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좀 뵙자고 하십니다."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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