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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이야기 '목도리녀'

세상보기---------/사람 사는 세상

by 자청비 2007. 3. 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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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목도리녀' 와 지하철 '선행녀' 이야기


길에 앉아있는 노숙자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건네준 '목도리녀'가 인터넷에서 화제다. 지난 7일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올려지면서 관심을 얻기 시작한 이 여성은 한 네티즌(ID makga4)의 카메라에 포착 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노숙자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건네주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인터넷에 올려지면서 '목도리녀'라는 별명까지 생겨난 것.  지난 16일 포털사이트를 달군 이 화제의 사진은 우수 사진을 뽑아 수상하는 '금주의 시선'에 선정됐다.

 

사진 속에는 허름한 차림에 소주병을 들고 있는 노숙자와 머리를 묶은 한 여성이 보인다. 사진 속 여성은 노숙자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는 듯 하더니 이내 자신의 목도리를 노숙자에게 둘러준다.

 

포토 갤러리에 사진을 올린 네티즌(ID makga4)은 자신의 블로그에 "밝은 웃음을 가진 그녀…정말 아름다워 보였습니다"라며 "그녀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따스하다는 걸 느꼈다"고 적었다. 그는 또 "지나가다가 운이 좋아서 담은 사진"이라며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허겁지겁 카메라를 꺼내들었던 생각이 난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3일 촬영된 사진에는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자신의 것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여성의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진 속 여성에게 '목도리녀'라는 별명도 붙었다. 한 네티즌(ID kukururu)은 "지난 겨울이 유난히 따뜻했던 건 이런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일부 네티즌은 "자신의 사치만 아는 된장녀들과 비교된다"며 "누군지 적극적으로 알아내 칭찬해주자"고 의기투합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주목 받고 있는 것이 '지하철 선행녀'(관련기사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663096)다. '지하철 선행녀'는 지하철에서 취객의 토사물을 직접 치우고 그 취객이 지하철에서 내릴 때까지 곁을 지켰던 여성. 지난 15일 이 광경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동영상과 함께 올려진 글에는 "지하철 안에서 어떤 분이 구토를 하셨는데 저 여자분이 모르는 사람인데도 묵묵히 치워주고 계셨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 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다들 일어나서 다른 곳으로 가더라구요.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취객 한 분이 구토를 하고 계시는 거예요. 그런데 얼마 안 지나서 어떤 여자 한 분이 취객에게 다가가더니 입을 닦아주고 신문지를 구해와서 바닥을 치웠어요."

 

동영상을 올린 김태규(26)씨는 지난 1월말 지하철 5호선 막차를 타고 퇴근하다 이와 같은 광격을 목격했다.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그 여성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인터넷에 올려진 것이 '지하철 선행녀' 동영상이다.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취객을 도운 선행녀의 모습에서 아직 식지 않은 이웃의 정을 느꼈다는 반응이다. 특히 지하철에서 반려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아 논란이 됐던 개똥녀나 4년만에 범인을 검거한 지하철 폭행 사건과 비교된다는 의견이 많다. 한 네티즌(ID doberman)은 "지하철이 서민의 발이라고 하지만 자살이나 개똥녀 사건 등 지하철에 얽힌 좋지 않은 기억이 많다"며 "동영상 속 선행녀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다는 것이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ID ssongbba)도 "다들 피하기만 하는 취객을 보살필 수 있는 젊은이가 있다는 게 뿌듯하다"며 "그래도 아직은 살맛 나는 세상"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중앙일보>


 

 

 

<`서울역 목도리녀'는 대학생 김지은씨>

서울역 `목도리녀' 김지은씨

"그 땐 할아버지에게 드릴 수 있는 게 목도리밖에 없었던 걸요"

노숙자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 주는 장면이 우연히 한 아마추어 사진가에 의해 촬영돼 인터넷에서 `서울역 목도리녀'라는 별명까지 얻은 젊은 여성은 홍익대 4학년에 재학중인 김지은(24.여)씨로 밝혀졌다.

이 사실은 인터넷에 오른 화제의 사진에서 김씨를 알아본 친구가 학교 홈페이지에 선행의 주인공이 바로 김씨라는 글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18일 김씨에 따르면 그가 사진 속 노숙자 할아버지를 만난 건 지난 3일 저녁. 혼자 사는 그는 물건을 사러 서울 용산구 동자동 집을 나서 길을 걷다가 제대로 걸을 수 없는지 앉은 채로 어디론가 힘겹게 기어가는 할아버지를 목격했다.

 

`막걸리를 사러 간다'는 말을 듣고 김씨는 대신 근처 편의점으로 가 할아버지가 원하는 막걸리와 함께 빵과 음료수를 사다 드렸다. 김씨는 "술만 드시면 안 될 것 같아서 빵하고 마실 것을 같이 사다드렸는데 할아버지가 양말 속에서 꺼내 준 2천원은 차마 쓸 수 없어서 다시 돌려드렸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자신이 사다 준 빵을 먹는 동안 한참을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할아버지의 사연을 들었다고 한다.

 

"30년 전에 집을 나오셨다는데도 주소를 정확히 기억하시더라구요. 번듯하게 사는 딸도 있으시다는데 제가 자기 딸과 많이 닮았데요. 무슨 사고인지 말씀은 안 하시는 데 몇 달전에 사고를 당해서 제대로 걸을 수 없는 몸인데도 지하도에서 주무신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안쓰러웠어요"

 

김씨는 또 "날씨가 쌀쌀했는데 할아버지가 추워 보여 몸도 안 좋으신데 감기 걸리시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목도리를 벗어드렸는데…그 땐 제가 드릴 만한 게 그것밖에 없었어요"라며 목도리를 건넨 과정을 설명했다.

 

이런 사연이 언론에 크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친구를 통해 뒤늦게 전해들었다는 김씨는 "깜짝 놀랐고 또 많이 당황했다"고 했다. "친구 전화를 받고 인터넷에 들어가 뉴스를 확인하곤 깜짝 놀랐어요. 제가 한 일에 비해 너무 과분하게 칭찬받는 생각이 들어서 부담스러웠고요"

 

하지만 김씨 주변 사람들은 그의 선행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대학생이 된 이후 지난 3년 동안 2주일에 한번씩 종로구의 한 보육시설을 찾아가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을 해 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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