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방황하는 대학새내기들

세상보기---------/사람 사는 세상

by 자청비 2007. 4. 1. 15:14

본문

방황하는 대학새내기들…대학 부적응 ‘폐인족’ 많다


서울 소재 사립대 법학계열인 07학번 김지훈군(19·가명)은 최근 한달간 수업에 들어간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다. 김군은 온라인게임에 빠져 있다.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 눈을 뜨면 이미 오후다. 오전 수업은 물론 오후 수업까지 미적대다 못 들어간다. 자취방에서 나와 간단하게 식사를 한 뒤 다시 간 곳은 PC방. 라면을 시켜먹고 게임에 몰두하다보면 어느새 새벽이 다가온다.

 

지방출신인 김군은 친구가 없다. 입학동기생은 100명이 넘지만 이름을 기억하는 친구는 많지 않다. 고교 친구들은 대부분 재수 중이다. 동문회에도 나가봤지만 선배들의 술 강요가 싫었다. 그나마 알게 된 동기생들에게 말을 붙이는 것도 쉽지 않다. 캠퍼스는 삭막했다. 지옥같은 고3이 끝나고 낭만적인 대학생활이 시작되리라 기대했지만 대학은 ‘고3의 또다른 연장’이었다. 동기들 중 상당수는 벌써 도서관에서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도 영어학원이다, 어학연수다, 자기계발이다 하면서 바쁘게 생활해 얼굴 보기도 쉽지 않다.

 

김군은 한달 뒤에 있을 중간고사를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답답하다. 이렇게 아무 준비없이 시험을 치른 적이 없어 더 불안하지만 대책이 없다. 인생 경쟁에서 뒤처진 ‘낙오자’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김군은 “탈출구가 필요한데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대학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새내기들이 늘고 있다. 시키는 대로 공부하던 생활에 길들어져 있던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 순간적으로 목표를 상실하거나 가치관에 혼란을 겪으면서 생기는 이른바 ‘새내기 증후군’이다.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갖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 무기력증에 빠져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과거에는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과 조언으로 이를 극복했지만 요즘엔 캠퍼스가 ‘취업도서관화’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폐인족’ 만큼이나 ‘나홀로 공부족’ 역시 새내기 증후군에 노출돼 있다. 박은정양(19·가명)도 수업시간을 제외한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서’ 보낸다. 오전 수업을 마치면 교내식당에서 간단하게 혼자 점심을 먹은 뒤 곧장 도서관으로 간다. 오후 수업이 없는 날은 하루종일 도서관에만 머물 때도 많다. 박양은 신입생환영회나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동기들을 보면서 내성적인 성격을 탓해보기도 하지만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박양은 “고3때는 대학 합격 말고는 다른 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입학하고 나니 막막하고 힘들다”며 “요즘은 혼자 우는 일도 부쩍 늘었다”고 털어놨다.

 

대학들도 새내기의 방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서울대는 2007학년도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다면적인성검사(MMPI)를 실시했다. 이중 우려할 만한 심리상태를 보인 신입생 40여명에 대한 장기심리상담을 진행 중이다.

 

대학생활문화원 김명언 원장(심리학과)은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신입생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이런 증상을 방치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하게 되며 심할 경우 자살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장은 “상담실이나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학생활의 목표를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향신문>

---------------------------------------------------------------------------------------------

 일부 부적응 대학생들의 이야기로 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기사화되고 있다면 이미 상당부분 심각한 사회현상이 되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자라나는 세대들이 공동체의식 보다는 개인주의가 완전히 몸에 배인 탓이라고 봅니다. 특히 학우들은 동반자라기 보다는 경쟁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중고교 때도 그랬지만 사회 진입을 눈 앞에 둔 대학 때는 그런 의식이 가장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학교에서든, 학원에서든 경쟁속에서 자라났습니다. 공동체 의식은 전혀 배워볼 기회가 없습니다. 예전엔 단체기합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느 학급에서 누군가가 잘못하면 반 학생 전체가 기합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것이 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쟤가 잘못했는데 내가 왜 벌을 받아야 하나요?라고 또렷이 항변하면 선생님은 할 말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 시대입니다. 어느 누구를 탓할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시대는 그렇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흔들리면 한동안 아픔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 아픔이 영원할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그러나 그 아픔은 잘만 다스린다면 오히려 한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아픔을 속히 치유하고 발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선 사이버 세상이 아니라 인간세상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보기--------- > 사람 사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적 포기한 유승준이 한국인?  (0) 2007.04.25
다르푸르사태  (0) 2007.04.22
동원호 취재 김영미 피디  (0) 2007.03.27
훈훈한 이야기 '목도리녀'  (0) 2007.03.19
박지성의 골장면  (0) 2007.03.18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