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인인가. 부모가 모두 한국 사람이어야만 할까. 우리는 한때 그렇게 믿었다. 우리 사회 모습은 이제 크게 달라졌다. 지하철을 타보면 어느 칸에서나 외국인을 만날 수 있다. 농촌에서는 외국인 새댁이 호미를 들고 밭을 메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우리’로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미 공군 조종사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우리 국적을 지닌 가수 윤수일, 한국에서 태어났으면서도 국적을 포기한 가수 유승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흑인계 미국인 풋볼스타 하인스 워드, 미 국적을 버리고 귀화한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 영국계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우리 국적이 없는 연예인 다니엘 헤니. 한국인이면서 한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아니면서 한국인인 이들 중 누가 가장 한국인가?
세계일보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16∼18일 20세 이상 전국 남녀 1076명을 상대로 이들 중 누가 가장 한국인지를 물었다.
조사결과 가장 많은 641명(59.5%)이 부모의 출신 나라가 서로 다른 윤수일씨를 꼽았다. 부모가 모두 한국 사람인 유승준씨를 꼽은 사람은 239명(22.2%)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하인스 워드와 다니엘 헤니를 든 응답자는 각각 47명(4.4%), 48명(4.5%) 뿐이었다. 미국에서 귀화한 하일씨를 꼽은 사람도 101명(9.4%)에 그쳤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이중국적 상태에서 병역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 국적을 포기한 유승준씨를,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부산 영도 하씨의 시조(始祖) 하일씨보다 더 한국인이라고 여기는 점이다.
유승준씨와 하일씨만을 놓고 보면 연령대별로 인식의 차이가 나타난다. 유승준씨의 경우 가수로서 누린 인기를 감안하면 국적포기에도 젊은층에서 한국인으로 여기는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20대 3.8%, 30대 4.5%, 40대 7.2%, 50대 이상 6.7%로 대체로 연령이 높을수록 한국인으로 여기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하일씨를 꼽은 비율은 20대 3.2%, 30대 2.4%, 40대 1.7%, 50대 이상 2.1%로 대체로 젊은층에서 더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결과는 연령이 많을수록 혈통과 외모 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뒤집어 보면 젊은 층에서는 순혈주의에 대한 인식이 중장년층보다 크게 깨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다인종·다국적 사회로 바뀐 상황에서 더 이상 외눈박이처럼 현실을 외면할 순 없다고 지적한다. 이제 우리사회에서 외국인(외국계 한국인) 문제를 불법체류 노동자 단속이나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 쯤으로 여겨서도 안된다. 이제 그들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고민하고 함께 걸어가는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 <세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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