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로 읽는 '어린 왕자(두린 왕자)'(25)
한라일보 : 2007. 01.03.
25
“사름덜은 다덜 특급열차를 탕 가주마는 그 사름덜 무신거를 초장감신지 몰라마씨. 경허영 그 사름덜은 초조행 빙글빙글 돌암쭈마씨.……” 허고 왕자가 고랐다.
경허고 가이는 이추룩 덧붙였다.
“그건 양 소용어신 일이라 마씸……”
우리가 도착한 우물은 사하라 소막에 이신 우물허곤 다른 것이었다. 사하라 소막의 우물은 단지 모살 땅에 고망 팡이네 만든 것이었다. 경헌디 요 우물은 모을에 이신 우물이랑 비슷허였다. 경헌디 거긴 모을이 어서부난 나가 호쏠 꿈꾸는 게 아닌가 허멍 생각허였다.
“이거 잘도 이상헌 게게. 몬딱 다 갖춰졍 이신 게게. 도르래도 있고 배대기이영 밧줄도 이신게……” 허고 난 왕자한티 말했다.
가이는 우스멍 밧줄을 몬져 보기도 허고 도르래를 움직여 보기도 허였다. 도르래는 꼭 보름이 오래 좀들어 있당 또시 불 때모냥 헌 풍차가 삐걱거리는 거추룩 소리를 내었다.
“아주방, 요 소리 들렴수꽈? 우리가 요 우물을 깨우난 놀래 허는 거우꽤게……” 허고 왕자가 고랐다.
난 가이가 심든 일을 허는 걸 원치 않허난 가이신디 이추룩 고랐다.
“나가 허켜. 고건 너신디는 잘도 배어부난.”
난 천천히 우물 둘레의 돌이 쌓인 디꼬장 배대기를 끌어올렸다. 경허고 난 그것이 떨어지지 않허게 돌 위에 올려 놓았다. 나 귀 쏘곱에서는 우물의 노랫소리가 계속허영 울렸고 난 출렁출렁 허는 물쏘곱에서 해가 빈짝거리는 걸 보았다.
“이 물을 마시고 싶으우다게. 물 좀 줍서게……” 허고 왕자가 고랐다.
경허영 난 가이가 무신걸 찾암신지 깨달았다! 난 가이의 입술에꼬장 배대기를 갖다 대주었다. 가이는 눈을 꼼앙 물을 마셨다. 고건 축제추룩 지껴졌다. 그 물은 보통의 음식물허곤 잘도 또난 거였다. 고건 벨빛 아래서 펼쳐진 행진이영 도르래의 놀래영 나 폴이 애써그낸 태어난 것이었다. 고건 선물추룩 모심에 들었다. 나가 두린 소나이 시절일 때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영 자정미사에서 들리는 음악이영 사름덜의 빙새기 웃는 건 나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잘도 황홀허게 해준 적이 이섰다.
“아주방네 벨에 살고 이신 사름덜은 호나의 정원에 장미를 5천 송이나 가꾸주마는…… 그 사름덜은 거기서 지네들이 촞잰 허는 것을 촞지 못할 거라 마씸……” 허고 왕자가 고랐다.
“촞아내지 못헐 꺼라게……” 허고 나가 대답허였다.
“경헌디 그 사름덜이 촞잰 허는 건 똑 혼송이의 장미고장이나 혼 모금의 물에서도 촞아질거우다게……”
“물론이주게.” 허고 나가 고랐다. 경허난 왕자는 이추룩 덧붙였다.
“경허주만 눈으로는 볼 수 어서마씸. 모심으로 촞아야 허여마씸.”
난 물을 마셨다. 그랬더니 노고록이 숨을 쉴 수 이섰다. 모살은 아칙 햇살을 받아 벌꿀 빛깔로 빛나고 이섰다. 난 요 벌꿀 빛깔을 보멍 행복허였다. 나가 무사 칭원행 해신고……
“아주방은 약속을 지켜야 허주마씨.” 허고 왕자는 또시 나 조끄띠 앉아 부드럽게 고랐다.
“무신 약속?”
“아주방도 알고 있자나 마씨…… 양에게 씌우는 입마개를 그려준다고 약속했수게…… 난 그 고장들에 대허영 책임이 이서마씨.”
난 주멩기서 나가 스케치했던 요라 가지 그림을 꺼냈다. 왕자는 그 그림을 보멍 우스멍 이추룩 고랐다.
“아주방이 그린 바오밥 낭들은 양배추 고트우다게.”
“경허냐?”
난 바오밥 낭을 그려놨던 것에 대허영 잘도 자랑스럽게 생각허멍 이서신디 양배추 고트다니!
“아주방이 그린 여시는…… 귀가 호꼼…… 뿔 같아마씨…… 경허고 너무 질어마씨!”
경허고 가이는 또 웃었다.
“얘야, 너는 좀 심헌 것 고트다게. 난 보아 베미의 쏘곱의 셔늉이영 바깥띠 셔늉 말고는 그리지 못하맨.”
“아우, 괜찮수다게. 호끌락헌 아이덜은 알아먹을 수 있어마씸.” 허고 가이가 고랐다.
“는 이제부터 어떵할 예정이냐?”
경허연 난 연필로 입마개를 그렸다. 경허고 그 그림을 왕자신디 주멍 난 가슴을 줌막줌막 허였다. 허주만 가이는 나 말에 대답허진 안허고 이추룩 고랐다.
“아주방도 잘 알 거우다게. 나가 지구에 떨어진 게 내일이면 1년이 된다는 것을.”
경허고 낭 호꼼 속솜헌 후제사 가이는 또 고랐다.
“난 여기서 막 가까운 조꼬띠 떨어졌수다……”
경허고 가이는 놏이 막 벌겅해졌다.
경해도 난 또시 왠지 모르게 야릇한 슬픔을 느꼈다. 경헌디도 혼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경허먼 일주일 전이 나가 처음 봤던 그날 아칙에 사름이 살고 이신 아칙에 수천 마일이나 떨어진 곳에서 느가 혼자 걷고 있던 것이 우연이 아니었구나게. 느가 떨어진 곳으로 돌아가는 질이어샤?”
왕자는 또시 놏이 벌겅해졌다.
경핸 난 머뭇거리멍 말을 쭉허였다.
“혹시 1주년이 되어 그런 거가?”
왕자는 또시 놏이 벌겅해졌다. 가이는 나 질문에는 대답허지 않었다. 허지만 놏을 벌겅해지는 건 경허다 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아, 난 모수워지는구나……” 허고 난 가이신디 고랐다.
경헌디 그는 나신디 이치록 대답허였다.
“아주방은 이제 일을 해야주마씸. 아주방은 이제 슬슬 비형기가 이신 곳으로 되돌아가야허주 마씸. 난 여기서 아주방을 기다리고 있으쿠다. 내일 저냑이랑 또시 옵서게.”
경헌디 난 안심할 수가 어섰다. 난 여시가 생각났다.
누군가로부터 질들어지게 되민 울게 될 일도 이신 법이다……